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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제주도

"이재수의 난" 촬영지인 아부오름

by 즐풍 2020. 1. 19.






2019.06.15. 토  14:00~14:57 (한 시간 탐방, 탐방 거리 1.9km) 흐림



몇 년 전 동생네와 함께 제주 여행할 때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을 올랐다.

그때 워낙 일정을 빡빡하게 돌려 목우는 입술이 부르트고 매부는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아름답고 매끈한 도자기를 연상시킨다.

다랑쉬에서 내려다 보면 작은 위성 같은 아끈다랑쉬오름을 감상하는 맛도 일품이다.


그 다랑쉬오름을 끝내고 다음 목표인 아부오름을 가려는데 모두 포기하는 바람에 비자림으로 발길을 돌렸다.

세번 째 다랑쉬오름으로 가느니 그때 못 보여준 아부오름을 형제들에게 보여 주기로 한다.

올라가며 형님에게 아부오름은 영화 "이재수의 난" 촬영 장소라고 하니 그 영화가 어떤 내용이냐고 묻는다.

질문을 예상하고 며칠 전 도서관에서 이재수의 난 원작 소설인 현기영의 "변방에 우짖는 새"를 읽었다.


큰 활자로 된 변방에 우짖는 새는 내가 처음 빌리는 책이라 첫 페이지를 반듯하게 접어 넘기며 길을 냈다.

1890년대 말 제주는 버려진 땅으로 망해가는 나라에 뇌물로 벼슬을 산 목사는 그 돈을 벌충하기 위해 가렴주구를 일삼고

이에 편승한 프랑스 신부와 천주교인들이 외세의 힘을 믿고 온갖 구실을 만들어 백성을 등치고 고혈 뽑기에 혈안이 됐다.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관노였던 청년 이재수가 주축이 돼 목사와 혹세무민하던 천주교도를 진압하는 내용이다.


난을 일으킨 우두머리 다섯 명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당장 제주 목사가 파면되고 천주교도 제자리를 잡았으니 성공한 난이다.

천주교나 기독교 등 서양 종교가 선교를 목적으로 입국해 지역을 디테일하게 본국에 보고해 식민지로 만든 사례는 많다.

베트남도 천주교 박해로 시작해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고, 이는 스페인이나 포르투칼도 흔히 써먹던 전략이다.

천주교가 조선에 처음 전래될 때 그들에게 입은 피해는 너무 막심했는데, 천주교는 역사 앞에 사죄했는지 모르겠다.

 



아부오름 등산코스



아부오름 일반 현황




비고, 즉 오름 시작인 주차장부터 정상까지 고도 51m만 높이면 되니 오르기 참 쉬운 오름이다.

정상에 오르면 위 등산코스처럼 동그랗게 한 바퀴 돌게 되어 있는데 도는 곳 모두 정상이다.

이렇게 한 바퀴 도는 형태의 오름이 많은데, 아부오름은 깊이가 78m나 돼 평지 보다 더 깊은 특이한 오름이다.





아부오름


일찍부터 아보름이라 불렸고 송당마을과 당오름 남쪽에 있어서 '앞오름'이라 하여 이것을 한자로 빌어 표기한 것이 '前岳'이다. 

또한 산 모양이 움푹 파여있어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믿음직하게 앉아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아부오름(亞父岳)' 이라고도 한다. 
오름 둘레까지 오르는데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고 제주오름의 모습을 가깝게 느낄 수 있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오름 정상에 함지박과 같은 둥그런 굼부리가 파여있다. 

특히 굼부리 안 원형 삼나무숲의 특징적인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이 오름은 바깥 둘레는 약 1400m, 바닥 둘레 500m, 화구 깊이 78m이며 전 사면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화구 안사면의 중간 부분에서는 일부 자연 침식되어있어 스코리아층의 단면을 관찰할 수 있다. 

오름 대부분은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공으로 심은 삼나무가 있고 그 사이로 상수리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있다. 

풀밭에는 송양지꽃, 풀솜나물, 향유 쥐손이풀, 청미래덩굴, 찔레 등이 여기저기 서식한다. (비짓 제주)



 비짓제주 홈페이지서 빌려온 아부오름 사진






육지 보다 더 때깔 좋은 엉겅퀴꽃



전에 오를 땐 오른쪽 능선에서 안쪽에 심은 삼나무숲이 잘 보인다고 생각해 오른쪽으로 돌았다.

하지만 거의 다 돌 때까지 소나무 숲에 가려 보이지 않더니 거의 왼쪽 능선에 다 다달아서야 보인다.

기억의 오류다.



가운데만 이렇게 삼나무를 조림해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가씨들이 셀카를 찍기 위해 삼발이까지 준비했다.

풋풋한 젊은 시절을 이런 곳에서 예쁘게 기록한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바라보는 내 눈에도 예쁘게 보인다. 



결혼을 앞두고 이곳을 배경으로 웨딩 사진 찍는 커플이 두어 군데 있었다.

이 커플 외에도 사진에서 보듯 많은 젊은이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젊은 날을 즐겁게 기록한다.



음, 좋아~



진녹색 배경엔 이런 분홍색 계열이 잘 어울린다.  









바라보는 탐방객도 젊은 시절 웨딩마치를 올리던 때를 기억하리라.















여긴 연인이군...



잠깐 짖궂은 바람이 불어 면사포가 날린다.






쉬운 오름이라 해도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 걸리는 재미있는 탐방이다.



찔레꽃이던가?






이 오름을 끝내고 늦은 점심을 먹으며 식당에서 산굼부리를 갈 예정이라고 하니

산굼부리는 갈대가 많아 가을에 좋은 곳으로 지금은  백약이오름이 더 좋다며 추천한다.

이어서 갈 곳은 현지인이 추천한 백약이 오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