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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강원도

응봉산과 덕풍계곡(용소골) 트레킹

by 즐풍 2019. 8. 29.

 

 

 

 

산행일자 2014.7.12.토 04:28-14:00(탐방시간 아홉 시간 30분)      날씨: 흐림

 

아직 5년밖에 안 된 산행경력이라만 3년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방산행을 나서며 제법 많은 경험을 했다.  

하지만 물을 워낙 싫어해 계곡 탐방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기억나는 건 작년 여름 삼척에 있는 응봉산 자락의 덕풍계곡을 다녀온 것이다.

덕풍계곡은 계곡이 거의 전부 암반이라 할 만큼 암반계곡이 인상적이었다. 

계곡이 막혔다고 생각되는 순간 구절양장인듯 구비구비 돌고돌아 끊임없이 계속되는 풍경이 흥미로웠다. 

 

거기다 낙엽 우려낸 물이 흘러내려 물색은 갈색이지만 깊이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보여 준다. 

깊은 곳은 암갈색이거나 흑색에 가깝고 적당히 얕은 곳은 연갈색에서 금빛 찬란한 모습까지 다양한 색상에 즐거웠다. 

그런 비경을 들춰가며 다시 오고 싶지만 다섯 시간씩 견뎌야 하는 승차시간이 지루해 다시는 안 오겠단 생각도 함께 가졌던 곳이다.  

 

그리고 일년의 시간이 흘렀다. 

덕이살레와산악회에서 응봉산과 덕풍계곡을 연계한 산행 안내가 뜨자 정신이 홀린 사람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덜컥 신청했다. 

이번엔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응봉산이 함께 올라왔다. 

응봉산 너머 울진 덕구온천 원탕까지 트레킹 경험도 있으니 응봉산 앞뒤로 계곡 탐방은 진작에 끝낸 셈이다.

이번 산행은 덕구온천에서 응봉산을 넘어 덕풍계곡까지 탐방하는데 너무 먼거리라 차량시간을 감안하여 무박산행을 하게 된다.

새벽 네시 반 정도에 산행을 시작할 테니 아직 생활여명이 시작 되기도 전이라 사물을 분간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덕구온천 계곡엔 세계유명 교각 12개를  축소판으로 설치해 놓아 길을 걸으며 교각과 계곡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길을 걷는 동안 색다른 풍경이 흥겹겠지만 오늘은 옛재 능선으로 산행을 시작해 계곡은 처음부터 발길도 들여놓지 않는다.

하기야 작년에 이미 경험했으니 올핸 안 본들 어떠랴.

응봉산 옛재능선은 완만하니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지만, 덕구계곡으로 산행하면 비탈길을 치고 올라가야 하기에 굉장히 힘든 산행이다.  

더우기 신새벽이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계곡 트레킹을 하거나 원탕부터 힘들게 비탈길을 오를 필요는 더더욱 없다.  

 

산행일이 가까워질 수록 태풍  "너구리"에 관심이 많아진다. 

우리나라엔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적당량의 비를 뿌리고 가면  덕풍계곡의 용소폭포나 소, 계곡 등이 볼만하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태풍  "너구리"는 정말 너구리처럼 동해로 빠져 나가 기대했던 풍부한 수량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금요일 오후, 덕풍계곡 정보화마을에 수량을 문의하니 물은 그런대로 흐른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새벽 네 시 20분경 덕구온천에 도착하여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친 A팀은 옛재능선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B팀은 일출을 보는 것으로 탐방을 시작한다.

옛재능선은 완만하며 굳이 정상만을 고집하지 않고 사면길을 내 단축코스를 낸 길도 많아 힘든 줄모른다. 

정상은  1,000m에서 불과 1.5.m 부족한 높이니 제법 높은 산이다.  

정상을 가는 동안 키 큰 금강송이 길을 따라 정렬해 있으니 사열을 받는 느낌인데다 숲이 우거져 한낮에 등산을 해도 햇빛 걱정은 없을 만큼 운치도 좋다.

 

 

 

응봉산과 덕풍계곡 탐방코스

 

 

동해엔 일출이 5시 12분인 데, 5:15 현재 사진이다.

생활여명이 시작되는 4:40부터 사물을 분간할 정도니 오늘은 랜턴 없이도 그럭저럭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정도다.

 

 

두 시간 30분만인 6:58에 응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선 멀리 동해바다가 보이지만 오늘은 날씨가 흐려 선명하지 않아 다소 아쉽다.

동해바다가 가까운 정상은 바람이 불어 바람막이 자켓을 준비하지 않아 다소 춥게 느껴진다.

자켓을 준비해 가라던 아내의 말을 듣지 않은 결과라 할말도 없다.

식사를 끝내고 능선을 걷는 동안 이쪽엔 참나무가 많아 길은 폭신폭신 하다.

 

 

정상에서 보는 첩첩산중 맨 마지막에 보이는 게 함백산이라고 한뫼님이 알려준다

 

 

무릎이 약하니 가파른 하산길은 늘 고역이다.

한참을 고생해가며 내려오니 드디어 덕풍계곡을 시작을 알리는 이름 없는 폭포가 맞아준다

 

 

 

 

 

응봉산에선 바위를 밟은 기억이 없는 데 계곡은 처음부터 바위와 너덜길, 암반의 연속이니 지금부터 새로운 비경이 기대된다.  

 

 

앞서 맛보기로 두 개의 갸날픈 폭포를 보여주더니 이것이 제3용소폭포다.

오랜동안 가뭄이 있었다지만 계곡이 깊으니 이 정도의 수량이라도 보게 돼 기쁘다.

 

 

낙엽이 우러난 물색이라 조금만 깊어도 흑갈색의 신비를 보여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날씨만 흐리지 않다면 햇빛에 반사된 금빛 신비로운 물색을 볼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북한산은 아무리 폭우가 와도 계곡이 깊지 않은 데다 대부분 바닥이 자갈과 모래라 며칠 지나면 물 구경도 잘 못 하는 데,

이곳 덕풍계곡은 응봉산과 달리 거의 암반계곡이라 물은 계곡을 흐르는 내내 손실없이 규모를 더해가며 흐른다.

 

 

소 오줌줄기 보다 약한 실폭포도 눈에 띠고...

 

 

검은색 바위가 특이하다.

 

 

 

 

 

계곡이 꽉막힌듯 보이는 이곳은 덕풍계곡의 가장 위험스런 협곡이다.

폭우가 내릴 때 물이 바위를 치고 나간게 영겁의 세월동안 계속되다 보니 바위에 저런 원형 구멍이 생길 정도다.

잠깐 내리는 비에도 이런 협곡에선 매우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

 

 

부드럽고 약해보이는 물도 유속이 빨라지고 규모가 커지면 벽이라고 버티던 바위도 이런 상처가 생긴다.  

 

 

계곡의 다양한 신비에 빠질 때 산위엔 이런 반전도 보여주고....

 

 

협곡 마지막 구간

 

 

 

 

 

바위와 갈색물, 나무숲이 일품이다.

 

 

오~!!, 여긴 철분이 많은 바위라 녹이 슬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 긴 덕풍계곡은 끊임없이 신비로움을 보여주니 계곡을 다 알고자 한다면 응봉산을 타고 하산하며 느껴야 한다.

흔히 덕풍산장에서 시작하는 트레킹은 일정상 제2용소폭포까지 한정되기에 제3용소에서 제2용소까지 약 세 시간

동안 이어지는 비경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한다. 이런 비경을 놓친다면 그 속상함은 어떨까?

 

 

때로 로프와 디딤판을 아찔하게 오르내르기를 반복하고, 때로는 돌다리를 건너거거나 깊은 곳은 물에 빠져야 건널 수 있다.

 

 

계곡은 돌고돌아 유속의 흐름을 완화시켜 순한 물길로 만든다.

 

 

가슴이 시원하도록 푸르게 깊은 물속이 아니라 속이 웅큼한 흑갈색 수심이 이채롭다.

 

 

 

 

 

많은 곳이 이런 단차를 보이며 넓은 소를 만들기도 한다.

 

 

빠질듯 말듯 위험한 돌다리를 건너 바위로 난 길을 올라보자.

 

 

험로도 많으니 비경에 한눈팔다간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늘 조심하자.

 

 

 

 

 

물개가 잠시 졸린 눈으로 오수를 즐기는 듯 보이기도 한다.

 

 

두 팔 벌린 나무

 

 

일급수에만 자라는 물고기일 텐데 모모대장님이 떡을 잘라주자 "이게 웬떡이냐?"며 달려드는 물기기가 물보다 많다.

 

 

또 험로가 시작되는 군

 

 

이 물속엔 정말 이무기나 용이 살고 있지 않을까?

 

 

제3용소에서 드디어 이곳 제2용소까지 세 시간만에 도착했다.

이곳부터는 작년에도 경험했으니 신비감은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기대감이 크다.

무더운 산행과 긴 트레킹의 더위를 보상이라도 받으려는듯 수영을 즐겨보기도 한다.  

 

 

조금 아랜 옆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도 있으나 제2용소에 눈이 뺏겨 눈길조차 받지 못 한다.

 

 

 

 

 

도처에서 이렇게 암봉이 튀어 나오거나 가로막고 있어 물길은 막힌듯 낮은 곳을

찾아 자연스레 흐르며 높으면 폭포를 만들고, 깊으면 소를 만들며 비경을 보여준다.

 

 

 

 

 

 

 

 

덕풍계곡은 가물어도 늘 이 정도의 수량을 보여주니 어느 때 방문하더라도 계곡의 신비에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때로 멋진 스카이라인을 보기도 하자.  

 

 

이곳은 참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낙엽사태가 일어난 모습까지도 볼 수 있다.

어디서 이런 모습을 보겠는가? 

이런 참나무 낙엽이 물을 우려내 갈색의 물색을 보인다.

 

 

 

 

 

보트를 타고 섬에 안착한 탐방객들

 

 

마치 거대한 고래가 소리없이 다가오는 모습 같기도 하고...

 

 

 

 

 

어이쿠, 이런 신발까지 벗어들고 건너야 하다니...

 

 

바위도 덥더냐? 너마저 수영을 하다니...

 

 

여전히 쉽지 않은 길이지만 갈수록 흥미는 더해만 간다.

 

 

길은 또 막힌듯 보이지만 이곳이 제1용소가 시작되는 곳이다.

 

 

제1용소

 

 

천지창조 이후부터 폭포가 바닥을 깍아 먹은걸까? 깊이를 알 수 없으니 얼마나 많은 용이 사는 지도 알 수 없다.

비오는 날 새벽에 오면 승천하는 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제1용소폭포는 저 귀퉁이만 돌면 속을 알 수 없는 흑갈색이지만 이곳은 언제 그랬느냐는듯 잔잔고 넓은 황갈색 소를 보여주니 천의 얼굴을 가진 신비계곡이다. 

 

 

 

 

 

1년만에 다시 보는 덕풍계곡엔 안전시설이 더 많이 설치되어 연년이 좋아지고 있다.

 

 

 

 

 

 

 

 

응봉산을 등산할 땐 여느 산보다 울창한 금강소나무의 기운을 받으며 산기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덕풍계곡을 탐방하면서 계곡의 신비로움에 빠져들면 응봉산은 그저 들러리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은 만큼 멋진 트레킹이다.

거리만 가깝다면 여름은 늘 이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멋진 곳이다.

놀며 쉬며 다섯 시간이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 느낌이다. 

 

덕풍산장에서 주차장까지 약 6km 거리를 올해는 트럭으로 이동할 수 없다고 한다.

불법이긴 하지만 작년엔 짐칸에 약 열 몇명씩 태우고 다녔는데 올해는 신고가 들어와 그러지 못 한다니 포장도로를 걷기엔 너무 피로도가 높아질 것이다.

고민을 하고 있는 데 마침 쎄레스 5인승트럭이 막 떠나려고 하는 걸 잡고 보니 한 자리가 남아 얼릉 올라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물론 인원이 적으니 단가가 높아지긴 했다. 

 

덕풍계곡을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덕풍산장을 지나면서부터 황갈색 물색은 어느새 푸른색으로 바뀌는 신비로움을 또 한 번 보여준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

계곡이 갖는 정화기능일 게다.

트럭을 타고 가며 보는 계곡엔 간간이 텐트를 치고 더위를 식히는 가족 단위의 피서객을 볼 수 있다.

 

 

 

주차장 입구엔 제법 많아 보이는 물길이 한여름 피서객을 끌어 모으기가 좋아 보인다.

아이나 연로자가 있다면 굳이 덕풍계곡을 찾을 필요도 없이 이쯤에 자리펴고 놀아도 좋겠다.

 

 

적당한 곳에 방갈로도 있고....

 

 

 

 

 

지난 번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국빈방문하여 언론에 기고한 글에 "꽃 한 송이가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온갖 꽃이 만발해야 비로소 봄이 왔다고 말할 수 있다.(一花獨放不是春, 百花齊放春滿園)"는 고금현문(古今賢文)의 명구를 인용했다.

이 말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정치적인 수사가 갖는 의미를 떠나 등산가로서 입맛에 맞게 어의를 변경한다면,  "한두 번 산을 다녔다고 등산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산 저 산 많은 산을 다녀봐야 비로소 산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말로 바꿔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