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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강원도

정선 취적봉과 덕산기계곡의 여름

by 즐풍 2019. 8. 17.











2018.07.14. 토  10:53~15:56 (이동 거리 9.9km 전체 시간 05:03  휴식 시간 01:22, 평균 속도 2.3km/h)   찜통 더위



7월인데다 소서도 지났으니 뜨거운 여름이다.

장마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여름엔 늘 습도가 높아 후텁지근하다.

사무실에 있을 때야 에어컨이라도 켜주니 견딜만 하지만, 이런 날 집에 있으면 덥다.

그렇다고 에어컨 켜기엔 아직 이르니 차라리 산에서 더위와 맞서보자.


이리저리 눈팅을 하다가 취적봉과 덕산기계곡을 선전하는 사진이 멋있어 마음이 동했다.

막상 신청하고 난 뒤 여기저기 블러그를 뒤져보니 딱히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별로 없다.

대부분 산악회에선 산행 모집을 할 때 산행코스도 아닌데 멋진 풍경이 있으면 집어 넣고 본다.

이번 덕산기계곡처럼 전혀 엉뚱한 산진으로 현혹하는 그들의 사업성에 가끔 혀를 내두루기도 한다.


같은 곳을 가도 남들보다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니 용케 한두 장 쓸만 한 사진이 있기 마련이다.

똑같은 풍경이라도 위치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풍경이 확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혹은 갑작스레 만난 풍경이 너무 가까워 한 화면에 다 담아내지 못 할 때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럴 땐 답답한 느낌이 있으나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을 쓰면 제법 원경으로 담아낼 수 있다.




취적봉

취적봉(728.3m)은  강원도 정선읍 덕우리 마을 건너편엔 피리를 부는 봉우리로 불리는 산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폭군 연산군의 아들이자 세자였던 이황(당시 9세)이 귀양 왔다가 23일 만에 사약을 먹고 사사된 곳이다.

폐 세자가 감자로 연명하며 피리를 불던 곳이라 취적봉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 주위에는 빼어난 경치를 노래한 동계 12경 또는 덕우 8경이 있다.

맑고 차가운 물은 계곡과 수려한 경치와 아름다운 숲이 있어 트레킹으로 최적지이다. 




취적봉 덕산기계곡 등산코스





버스에 내리자마자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땅에선 후끈한 열기가 올라온다.

이렇게 무더운 날엔 전국 어디나 찜통이니 강원도 오지라고 해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도 내 몸은 소중하니까 아무리 더워도 버프를 뒤집어 쓰고 산행을 시작한다.


버스에서 내린 산행들머리는 석공예단지다.

매장 안에 들어가보지 않았으니 어떤 제품을 파는 지 알 수 없다.






마을 다리를 건너며 보는 취적봉은 무척이나 가파르게 보인다.

왼쪽으로 보이는 첫 번째 암봉에서 일부 회원을 따라 왼쪽으로 갔으나 길이 험해 뒤돌아 다시 오른쪽으로 올라갔다.

오른쪽에 산행 시그널이 많은 걸 보지 못하고 왼쪽으로 잘못 든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등산화 끈 조여 묶고, 버프 둘러쓰고, 장갑끼고, 스틱 조정하면 제법 시간이 흘렀다.

이미 사람들 다 떠나고 난 뒤 맨 마지막에 출발하다보니 엎서 가던 사람들이 뒤돌아 온다.

이 밭 가운데로 가는 길을 놓쳐 한참을 가다 뒤돌아 왔으니 그들이나 나나 별반 차이가 없게 되었다.



워낙 오지다보니 보이는 건 다 산이고 겨우 한 주먹 만큼의 농경지만 보일 뿐이다.



이게 사모바위(시계바위)라고 한다.

너무 가까워 폰카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찍은 사진이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왼쪽으로 진행하기에 같이 따라갔으나 길이 점점 험해 뒤돌아 나왔다.

우측으로 산행 안내 리본이 많이 걸려있는 걸 보지 못해 잘못 진행한 것이다.



사모바위를 우회하여 오르다가 사모바위 정상을 찾아 일부러 들어가본다.

길은 외지고 경가가 가파르지만, 그런대로 갈만하다.

막상 정상에 섰을 때 낭떠러지의 아찔함은 있으나 막힐 것 없는 조망을 보여준다.

그린벨트로 묶인 야산은 푸르고 얼마 되지 않은 농경지와 푸른 개울이 함께 보인다.



전국에 몇 개 안 되는 수태극이다.

물이 태극 모양으로 휘돌아 가는 형태라 그렇게 불리는 데, 강원도 홍천 금학산, 문경 오정산, 정선 백운산, 안동 천지갑산 등에서 볼 수 있다.

누가 뭐라해도 수태극의 대표적인 곳은 안동의 하회마을과 예천 회룡포가 있다.









사모바위에서 조망을 끝내고 돌아오다 허리 높이의 회양목을 건드렸는데, 왼손이 갑짜기 따곰거리며 통증이 시작된다.

놀라서 보니 작은 벌 몇 마리가 튀어오르며 윙윙거리며 달려드는데, 벌집을 건드려 벌에게 쏘인 것이다.

한동안 고통이 지속됐으나 치료를 위해 일부터 봉침을 맞는 경우도 있으니 뭔가 몸에 좋은 작용이 있지 않을까. 

그나마 작은 토종이라 그렇게 괜히 말벌에게라도 쏘였으면 그 고통은 더 크고 오래 갔을 것이다.


저 봉우리를 오르면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취적봉이다.



취적봉까지 오름도 상당히 가파른 편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며 땀은 비오듯 흐르고, 땅은 습기가 많아 스틱을 꽂으면 잡아빼기도 힘들만큼 찐덕거린다.

어렵게 취적봉에 오르니 좁은 공간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간단하게 정상 표지석만 찍고 이동한다.



취적봉에서 좀 더 내려오면 갑자기 로프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7~8m 정도의 절벽이 나온다.

사진에선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급경사 구간을 내려와 안부에서 점심을 먹는다.

양쪽 봉우리를 막혀 바람이 안부로 빠지다보니 시원한 느낌이 좋다.

정상에서 바람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안부는 바람이 통하는 길목이라 쉬면서 식사하기 딱 좋은 장소다.






소나무 숲



강릉유씨 묘지를 만나면 죄측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길을 따라 가야 한다.

워낙 숲이 우거져 덕산기계곡에 도착할 때까지 볼만한 풍경은 없다.






드디어 만난 덕산기계곡이다.

물에서 신을 수 있는 킨(keen)에서 만든 트레킹화를 신었으나 물에 젖는 게 귀찮아 신을 벗고 물을 건넜다.






길을 건너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상류엔 볼만 한 데가 있냐고 물으니 그저 평범하다기에 바로 내려간다.



개울을 따라 난 도로가 낮다보니 다릴를 놓기도 애매해 도로가 그냥 물길을 건넌다.

이곳 역시 신발을 벗고 건너는 데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너댓 차례 이런 도로를 만난다.

워낙 외진 곳이라 물은 차고 맑은 청정수다.



물은 깊지 않아도 비취색 물빛에 풍덩 빠지고 싶을 만큼 깨끗하니 좋다.


















덕산기마을 안내도다.

이곳에서 차량을 통제해 문을 닫아버리고, 그 위 펜션에 예약한 사람들만 통과시키는 모양이다.

차량을 통제하니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차량 이동이 거의 없어 매연을 마실 일도 별로 없는 이점도 있다.




길을 따라 내려오는 데 지난번 비가 많이 왔을 때 길 옆에 작은 산사태로 흙이 쓸려 내려왔다.

쓸려 내려온 곳을 보니 흙이 다 걷혀 암반만 보이는 게 뼈를 보는 느낌이다.

그러니 산 전체가 거대한 바위덩어린데, 영겁의 세월이 흐르면서 흙이 생긴 것이다.

이곳도 물이 쉬어가는 곳인데 모래는 전혀 없이 자갈과 돌만 보인다.

바위나 돌은 뜨거워 앉지도 못하고 물은 시릴 정도로 시원하니 극단의 차이다.




덕산기 계곡과 처음 산행하던 곳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 덕산기마을이다.

그 중간의 산인 취적봉을 타고 내려온 곳으로 이 암봉이 두 물줄기의 합류점 바로 위 산이 시작되는 곳이다.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이곳으로 오르는 게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겠다.



드디어 이곳에서 양쪽의 물이 만나는 합류 지점이다.



덕산기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막아 왼쪽으로 밀어내는 저 거대한 바위가 낙모암이다.

계곡을 따라 트레킹하려던 일군의 등산객은 물이 깊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취적봉으로 오르는 다른 길로 제월대에 올라가면서 찍은 풍경이다. 낙모대를 끝으로 덕산기계곡 트레킹은 마친다.



아침에 신사동에서 출발할 때 예정에 없던 다섯 명이 들어와 자리가 꽉차 대장은 출입문에 마련된 예비의자에 앉았다.

이 다섯 명은 다른 산행지를 신청했는데, 성원이 안 돼 산행이 취소된 걸 모르고 나왔다가 마침 자리가 빈 우리 차량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산행 마감인 16:30에 이들이 도착하지 않아 전화를 해도 전화연결이 안 된다고 한다.

다섯 시가 넘어서야 겨우 통화가 되었고, 이들이 도착한 17:15이나 되어서야 버스가 출발할 수 있었다.

대장은 인솔자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거면 다음부터는 절대 오지 말고 동네 산이나 다니라고 면박을 준다.

뭐 그들도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지만, 제 앞가림도 못하는 몇몇 사람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날이다.

더군다나 자신들이 신청한 산행이 취소된 줄도 모르고 나왔으니 그런 엉터리도 없다.

망할 놈들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