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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제주도

용연을 만든 한천계곡의 비경 ①

by 즐풍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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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7. (화) 07:48~16:08 (전체 거리 14.7km,  8시간 20분 탐방, 1시간 6분 휴식, 평속 2.0km/h) 맑음

 

 

날씨가 참 묘하다.

이번 주는 내일까지 맑겠다던 예보가 시간이 갈수록 흐리거나 비가 오겠다는 등 변덕스럽게 바뀐다.

오늘도 새벽엔 비가 내린다더니 오전 내내 맑기만 하다.

그만큼 날씨 예보가 어려운 모양이다.

날씨만 좋으면 제주에 더 머무르고 싶은 데, 비 예보로 오늘 저녁 완도행 배를 진작에 예매했다.

 

한천계곡 상류에 있는 방선문에서 상류로 진행하려던 걸 하류인 용연에서 거슬러 오르기로 한다.

오후에 일정을 마치고 차량을 회수해 귀가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다. 

한천계곡은 지난달 말일 한라산을 관음사로 날머리를 잡고 마지막에 한천으로 하산하며 일부 구간은 맛을 봤다.

노트북에 사진이 저장된 한라산과 그날의 한천계곡의 비경은 편의상 가장 나중에 작성할 것이다. 

마지막 날 탐방을 제일 먼저 시작하게 된다.

 

비가 오겠다는 날씨가 맑으니 다행이다.

용담2동 무료 주차장에 주차하고 용연으로 이동하는데, 도심엔 한천을 복개해 만든 무료 주차장이 두 군데나 보인다.

아직 주차공간이 여유가 있는데, 이걸 모르고 1km나 더 걸었다.

이렇게 발품을 팔아가며 제주지역에 무료 주차장이 어디 있는지 하나씩 배운다.

 

용연에서 용연교가 있는 곳까지가 용연계곡이다.

 

용연교에서 용연계곡을 바라본다.

용연까지 갔다가 돌아오며 이 계곡을 어떻게 들어가고 탈출해야 하는지 주변을 살피며 탈출 장소를 알아낸다.

 

협곡이다.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온다.

 

도로를 따라 걸으며 바라본 용연계곡

 

□ 용연(龍淵)

 

용연은 제주시의 중심부를 남북으로 흐르는 한천이 바다와 만나는 자리에 있는 작은 연못이다.

용연이 있는 한천 하구는 용암이 두껍게 흐르다가 굳은 것이 오랜 세월 동안 침식을 겪으며 깊은 계곡이 되었다.

그 양쪽 기슭에는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주상절리가 잘 발달하였다.

예로부터 용연 주변은 경치가 아름다워 영주(제주도의 옛 이름) 12경의 "용연야범(龍淵夜泛)"으로 유명하다.

용연야범은 여름철 달밤에 용연에서 뱃놀이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 지방 관리와 유배된 사람들도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안내문)

 

 

 

용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에 크게 가물자 목사가 걱정하며 몇 번 기우제를 지내도 비는 오지 않았다. 

이때 무근성에 유명한 고씨 심방이 주막에 앉았다가 지나가는 소리로

“용소(용연)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올 것을...” 하고 말했다. 

이 말이 목사의 귀에 들어가 고씨 심방은 동헌에 불려 갔다.
“네 말이 사실이면 곧 기우제를 해서 비가 오도록 해라. 비가 안 오면 너는 각오해야 하느니라.”
고씨 심방은 이레 동안 목욕재계하며 몸 정성하고 쉰댓 자 용을 짚으로 만들었다.

용소 바로 옆 밭에 제단을 꾸몄다.

쉰댓 자 용의 꼬리는 용소 물에 담그고 머리는 제단 위에 걸쳐 놓아 이레 동안의 굿을 하며

천상천하의 모든 신들을 청해 들이고 단비를 내려 주도록 빌었다.

하지만 하늘은 쾌청하게 맑아 비는 내릴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모든 신들은 상을 받고 고이 돌아서건마는, 이내 몸은 오늘날 동헌 마당에 가면 목을 베어 죽게 됩니다.

명천 같은 하늘님이 이리 무심하옵니까?”
고씨 심방은 눈물을 흘리며 신들을 돌려보내었다.

이때 동쪽 사라봉 위로 주먹만 한 검은 구름이 보이더니,

이 구름이 삽시간에 하늘을 덮어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씨 심방 이하 굿을 하던 심방들은 환성을 올렸다.

쉰댓 자 용을 어깨에 메고 비를 맞아가며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일행이 동헌 마당에 들어가니 목사 이하 이방, 형방 등 모든 관속들이 나와 용에게 네 번 절을 하고

백성들과 더불어 큰 놀이를 베풀었다.

그로부터 용소는 기우제에 효험이 있다 하여, 가물 적마다 여기에서 기우제를 지내게 되었다. (비짓 제주)

 

 

용연도 쇠소깍처럼 협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놓았다.

그래도 중간중간 뚫린 공간을 이용해 계곡으로 들어간다.

 

용연 주변 보도블록도 용무늬가 선명한 특색 있는 블록이다.

 

용연계곡을 바로 위에서 본모습 

 

협곡은 용연구름다리에서 용연교까지 약 300m 넘게 이어진다.

이런 협곡은 직접 들어가 보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물이 없는 곳도 바위가 높고 절벽인 곳이 있어 들어갈 수 없다.

 

 

 

협곡은 용연교까지 이어진 후 평평한 하천으로 변한다.

곧이어 복개공사 구간이 나타나며 진행을 가로막는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이런 명소를 시멘트 바닥으로 공사를 해 무료 주차장을 만든 게 아쉽다.

 

이번 제주 여행은 5일 교육을 받는 기간을 포함해 19일간 체류했다.

그중 11일을 계곡 탐방했는데, 그 기간 동안 계곡에서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모래가 드러난 곳엔 사람이 다닌 발자국을 보긴 했으니 즐풍처럼 계곡에 관심 있는 분도 있기는 하다.

 

 

 

하천에 이렇게 암반지역이 많아 제주의 다리 건설은 좀 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교롭게도 다리는 모두 암반지역에 설치됐다.

 

한천을 복개해 만든 드넓은 주차장이 이 지역 주차난 해소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니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천 바닥은 온통 암반으로 이어진 모습이니 육지에선 이런 풍경을 보기 힘들다.

 

기막힌 풍경이다.

 

너른 데서는 암반이 많고 가끔이 이렇게 좁은 협곡도 나타난다.

 

이런 웅덩이도 암반이 깔려 물이 고여 있다.

이런 웅덩이를 만나면 발 딛고 갈 공간이 없어 위로 올라가 돌아가야 하니 때로 등산보다 힘든 곳도 있다.

 

웅덩이에 고인 물인 몇 달이고 그대로 있는 경우도 많다.

그 물을 먹으러 주변 새들이 모여 분변을 싸질러 놓은 곳이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은 혼탁해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다.

 

 

 

 

 

오늘이 계곡 탐방 마지막인 11일째다.

육지엔 선 매번 암릉 많은 산만 골라 다녔는데, 제주에선 계곡 탐방을 최우선에 둔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 정도 암반이면 걸을만하다.

 

이렇게 깊이를 알 수 없는 암반천을 만나면 돌아가야 하는 불편도 따른다.

 

 

 

 

 

 

 

이 두 장의 사진은 정말 의외의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다닌 계곡 중에서 강정천만 제법 많은 수량이 흘러 깨끗한 편이다.

그 외 계곡은 바닥이 암반인 곳만 물이 고여 있다.

이곳 역시 오랫동안 고인 데다 새들이 물을 먹거나 쉬어가며 배설한 분변 등으로 제법 혼탁하다.

위에서 볼 때와 협곡에 내려가 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내려갈 수 있다면 어떻게든 다 내려갔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내려갔는데, 렌즈로 보는 풍경이 너무 근사하다.

지저분하던 물도 태양의 각도와 어우러져 투명하게 보이며 협곡과 주변 풍경이 물에 그대로 반영된 게 아름답다.

휴대폰으로도 사진을 찍어 딸에게 보내니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을 보는 느낌이라고 한다.

우연히도 그 시각 그 장소에 즐풍이 거기에 있어 얻을 수 있는 사진이다.

다른 시각에 그곳에 있거나 귀찮아 내려가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풍경이다.

이번 계곡에서 얻은 최상의 사진이다.

진흙 속에서 우연히 건진 진주인 셈이다.

 

딸에게 보낸 폰 사진

 

이런 멋진 암반에 다릿발이 놓이다니 아깝다, 아까워...

 

 

 

 

 

둑처럼 쌓인 윗부분 

 

 

 

 

 

오라동 주민센터는 이렇게 멋진 소나무를 정원으로 두고 있으니 좋겠다.

 

때로 바위는 산처럼 높거나 길게 나타나기도 한다.

한천은 비교적 온순한 계곡에 속한다.

아니다.

첫날 한라산에서 한천의 단풍에 혹해 발을 들여놓았다가 너무 큰 바위의 연속이라 탈출을 못해 조난될 위기도 있었다.

그날 한천 상류에서 조난됐으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이라 겁이 덜컥 나기도 했다.

 

한천의 상류와 하류는 거칠고 온순하기가 이렇게 다르다.

 

 

 

 

 

제주도의 계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방선문과 강정천의 냇길이소를 본 이후다.

두 군데 다 비 온 뒤 방문한 데다 전통 등산화가 아니었기에 바위가 미끄러워 탐방할 수 없었다.

그 이후 여러 블로그를 통해 계곡의 비경에 놀라 제주 여행의 기회만 노렸다.

이번 여행에서도 많은 명소를 계획했으나 대부분 계곡 탐방에 집중하여 일반 명소는 별로 다니지도 못했다.

오늘 이 한천계곡도 지류까지 다 다닌다면 5~6일 정도가 필요하다.

본류만 걷는다 해도 3일 이상 시간을 내야 한다.

 

 

 

이런 곳 어느 하나라도 육지에 있으면 그 지역 명소라고 선전이 대단할 것이다.

제주도 계곡엔 이런 비경이 1만 2천 개는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작은 금강의 연속인 셈이다.

 

 

 

 

 

 

 

 

 

물을 감싼 형태의 암반이 특이하다.

 

이 굴은 위아래로 뚫려 위로 지나갈 수 있다.

 

위 굴 속으로 들어가 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한 사진이다.

한 공간에 굴이 두 개처럼 보이게 찍은 폰카의 트릭이다.

가끔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하면 의외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 바위도 구멍이 뚫려 제법 근사하게 보인다.

 

상류로 오를수록 멋진 풍경이 나타난다.

 

 

 

때로 바위는 바위 산이 되기도 할 만큼 크다.

사진은 실제보다 작게 나온다.

 

이곳에도 굴이 있고...

 

 

 

제주도 계곡을 보기 전에 제주를 안다고 말하지 마라.

계곡엔 금강산, 설악산, 월출산이 다 들어있다.

 

 

 

바위산이다.

 

 

 

 

 

 

 

 

 

오랜 세월 동안 크고 작은 돌이 급류에 휩쓸려 지나가면 모서리에 부딪쳐 날카롭던 바위도

둥글고 둥글게 변해갔다.

때로는 바위가 너무 높아 안에서 소용돌이치며 구르고 구르기를 수천 번 한 끝에 겨우 넘은 바위도 있겠다.

그렇게 바위가 부딪치며 모나고 가지던 바위가 둥글게 변했다.

 

보이는 돌은 저들끼리 부딪쳐가며 모나지 않게 변했다.

 

 

 

크고 작은 돌 모두가 보기 좋다.

 

넌 어디서 굴러들어 온 돌이냐?

너도 몇 번을 굴러야 모난 곳이 줄어들겠냐?

 

 

 

이런 덴 협곡이라 물살이 무척이나 빠르겠다.

큰 돌도 우르릉 쾅쾅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겠다.

 

이렇게 왕바위가 가로막은 곳은 뚫고 지나가기도 어렵다.

 

계곡이 살짝 방향을 튼 곳이다.

물이 벽을 치고 친 게 수 억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바위도 조금씩 파여 나갔다.

 

이런 덴 참 난감하다.

발 디딜 곳이 없으니 또 돌고 오르고 하기를 반복한다고 진도가 안 나간다.

 

한천계곡 옆으로 나란히 "절로 가는 길"이 따라간다.

제주 불교 성지 순례길로 이곳은 관음정사에서 관음사까지 약 14km 구간이다.

이 길을 걷는 동안 계곡으로 눈을 돌려도 숲이 울창해 계곡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안다.

궁금하면 계곡의 비경에 헤어나지 못하리라.

 

어찌하다 보니 제주도의 마지막 날부터 거꾸로 포스팅하게 됐다.

순서야 어떻든 이번 여행은 계곡 탐방이 주를 이룬다.

워낙 볼거리가 풍부해 계곡마다 단편으로 끝나지 않고 2부, 3부로 이어지기 예사다.

2편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