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12
2020.02.16. (일) 11:00~13:55 (전체 시간: 두 시간 55분, 전체 거리: 약 6.7km, 간식: 약 5분) 흐리고 눈 내림
어제 오후부터 내린다는 비는 산에서는 분명 눈으로 변했겠다.
느지막이 일어나 밖을 보니 주차장은 깨끗하나 차량 위엔 눈이 앉았다.
베란다에서 고봉산을 바라보니 나무에 눈이 내렸다.
낮은 고봉산도 저럴진대 북한산은 그야말로 눈꽃 세상이겠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목우가 내민 아침상을 먹고 부리나케 달려 사기막골에 다다랐다.
11시가 거의 다 돼 국사당 앞 조그만 주차장엔 주차 공간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직도 눈이 조금씩 내리니 어쩌면 빈 공간이 있겠단 생각에 들어가고 본다.
만차라 돌아 나오려는데, 아래쪽 공터는 온전히 빈 공간이라 여유 있게 주차한다.
숨은 벽 능선으로 올라선다.
올라갈수록 나무엔 눈이 점점 많아지더니 더 위쪽엔 아예 상고대가 장관이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눈은 습설로 땅에 달라붙어 그렇게 미끄럽지 않다.
스틱을 적절히 이용하며 아이젠 없이 오른다.
북한산 숨은벽능선 등산코스
많지 않아도 여전히 눈이 내린다.
두세 명, 더러는 예닐곱 명씩 산행하는 팀을 추월한다.
대부분 아이젠을 했지만, 눈이 별로 미끄럽지 않아 아이젠 없이 오를 만하다.
숨은 벽 능선에서 바위 비탈면을 우회하여 겨우 오른 바위 전망대의 소나무를 처음으로 찍는다.
아이젠이 없어 더 내려가지 않고 사진만 찍은 후 해골바위 쪽으로 진행한다.
해골바위 아래쪽에 설치한 나무데크다.
건너편 영장봉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해골바위 위 전망대의 소나무가 상고대를 뒤집어쓴 채 독야청청, 아니 백설이 만건곤하다.
올겨울 북한산에서 보는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일 상고대 풍경이다.
올핸 워낙 눈이 귀하다 보니 많은 등산객이 눈꽃도 못 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즐풍은 소백산과 선자령 눈꽃에 이어 오늘 북한산 상고대를 만끽한다.
이 전망바위 아래쪽 해골바위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좀 더 거리감이 있는 영장봉은 말할 나위도 없다.
침엽수인 노간주나무의 바늘처럼 작은 잎에 달라붙은 상고대가 멋지다.
어제 도봉산에서 잠깐 만난 어느 등산객은 커다란 나무 지팡이를 이 노간주나무로 만들었다.
노간주나무는 워낙 단단해 산에서 멧돼지를 만나면 한판 붙겠다고 하는데,
몽둥이가 있기로서니 그 날렵한 멧돼지를 이겨낼까?
노간주나무와 소나무에 생긴 상고대가 찰떡궁합이다.
개미 바위 옆 소나무
평소엔 왼쪽 바위 위로 다녔는데, 아이젠 없이 다니긴 불안해 안전하게 우회했다.
왼쪽 바위능선이 거대한 성벽처럼 느껴진다.
햇빛이 든다면 기막힌 그림일 텐데, 여전히 바람 불고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이다.
이런 날씨라 등산객도 별로 없어 산은 고요하고 바람 소리만 귓전을 스친다.
참나무다.
밤새 내린 비로 천지에 가득한 습기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멋진 상고대를 만들었다.
열이틀 전 입춘을 지나고 낼모레가 우수인 봄의 문턱에서 이런 상고대를 보다니 천행이다.
이렇게 쌓인 상고대가 두께와 무게를 더해 쳐진다.
얼음장을 그대로 몸에 지녀도 얼어 죽지 않고 새봄엔 또 녹음방초를 보여줄 테니 자연의 신비는 끝이 없다.
바위엔 살짝 눈을 남겨놓은 채 시커멓게 언 바위가 을씨년스럽다.
아기고래바위
솔잎이 어떻게 이런 원형의 모양이 나올까?
키 작은 나뭇가지에도 상고대가 펴 산호 같은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지리산이나, 설악산, 덕유산, 소백산의 상고대가 부럽지 않은 날이다.
나무줄기엔 생긴 상고대
바위는 나무와 또 다르다.
나무에 붙듯 켜켜이 상고대가 붙으면 가관일 텐데, 살짝 지나간 흔적만 남았다.
이 바위엔 그래도 나무만큼이나 상고대가 붙었다.
이 바위를 넘으면 바로 숨은벽과 만나게 된다.
바위를 오를 요량으로 아이젠을 찼으나 미끄러워 오르지 못했다.
잘못하다가 낭떠러지로 추락하면 이런 날씨엔 죽음밖에 없음으로 미련 두지 않고 우회한다.
바위와 노간주나무
숨은벽은 밀가루를 뒤집어쓴듯 한 상고대가 초현실 세계를 보여준다.
숨은벽은 추락 위험지역이므로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다.
암벽꾼들이야 몇 명이 팀을 이뤄 안전장비를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돌문으로 내려가는 절벽에 가이드가 설치돼 이런 빙판에도 안전해졌다.
그래도 이런 빙판엔 늘 조심해야 한다.
돌문을 지나가는 바람골이니 이 나무 또한 상고대로 철갑을 둘렀다.
숨은 벽능선을 오를 땐 백운대는 생략하고 호랑이굴 입구의 협곡 위 숨은벽 정상의 상고대를 구경할 생각이었다.
잠시 허기를 느껴 식사하려니 엄두가 안 나 초코파이 두 개로 허기를 재운다.
배낭 메고 호랑이굴 쪽으로 올라가려는데, 세찬 바람에 귀곡성과 함께 눈보라까지 몰아친다.
이미 상고대는 볼 만큼 봤으니 미련 없이 밤골로 방향을 돌린다.
밤골계곡은 숨은벽능선만큼 상고대를 볼 수 없다.
그래도 크고 작은 나뭇가지엔 눈꽃과 함께 상고대를 볼 수 있다.
상고대라기보다는 눈꽃에 가깝다.
산행 시작할 때 트랭글을 켰다고 생각했는데, 깜박 잊었나 보다.
이제야 트랭글을 켠다.
온전한 등산지도를 만들지 못하게 생겼다.
숨은벽능선으로 올라갈 땐 괜찮던 눈이 밤골계곡에선 아이젠에 달라붙어 스노볼을 만든다.
자주 돌이나 바닥에 등산화를 문질러 스노우볼을 제거한다.
총각폭포를 지나 처녀폭포에서 아이젠을 벗어 물에 씻고 배낭 바깥 줄에 걸고 내려간다.
총각폭포만 찍고 처녀폭포는 볼 게 없어 생략...
이곳은 계곡이라 바람이 없어 눈꽃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에 남았다.
눈꽃은 솜사탕인 듯 상고대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아직 잎이 남은 단풍잎에도 눈꽃이 내려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봄을 눈앞에 두고 상고대와 눈꽃 세상을 원 없이 본 축복받은 날이다.
2주를 지독한 감기로 보낸 끝에 어제 도봉산에서 제법 힘든 산행을 마쳤다.
다리엔 아직 피로감이 남아 있으나 올해 마지막일지 모를 북한산 상고대를 보기 위해 숨은벽능선을 찾았다.
지상의 겨울비는 산상에선 눈꽃과 상고대로 변해 산행이 아니고선 보기 힘든 겨울꽃을 피워냈다.
연신 설경을 보는 행운에 힘든 줄 모르고 마친 산행이다.
내일 흐린 날씨에 강추위를 보여주고 화요일엔 맑겠다니 그때까지 상고대가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누구든 이 멋진 상고대를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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