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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제주도

우도 하고수동해변 가는 길

by 즐풍 2020. 1. 19.








2019.09.14. 토 오후 트레킹   맑음




이번 첫 사진은 제주마로 선정했다.

제주뿐만 아니라 우도나 마라도를 들어가도 어디든 말이 있다.

경마장에서 보는 것처럼 우람한 근육질의 말이 아닌 다소 작게 보이는 말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은 제주가 말의 고장이라는 걸 알려준다.

고려시대 때 원나라와 항몽항쟁을 하던 삼별초가 마지막 격전장이 제주였다.

마지막 거점인 제주마저 함락시킨 원나라는 말을 키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제주도에 직할령 목마장을 설치했다고 한다.


징키스칸이 세계를 최단 시간에 정복한 원동력 중 하나가 말의 기동력을 이용한 것이다.

병사 한 명이 다섯 마리의 말을 이끌고 달리며 말이 지치면 말등에서 다른 말로 옮겨타며 하루 300km씩 진군했다고 한다.

이런 진군 기록은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며 군용트럭이 생길 때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이었다.


지금 제주에 있는 말은 몽고군의 말과 재래종이 교잡한 것으로 서양 말에 비해 크기는 작으나 체력과 지구력이 좋다고 한다.

냉동 건조한 말고기로 무게가 1/10로 줄어든 각자의 식량을 안장밑에 넣고 달리면 부피가 점점 작아진다고 한다.

몽고군이 음식 먹을 땐 쇠로 만든 투구에 물을 끓여 건조된 말고기를 샤브샤브로 데쳐 먹으면 한 끼 식사가 해결된다.


추운 지방에서도 풍찬노숙하던 몽고병은 이부자리도 필요없고 식사는 각자 해결하므로 병참부대가 따라 붙을 필요가 없다.

말 다섯 마리로 지칠만 하면 돌려 타고 가며 진군하니 최단 시간에 세계를 정복할 수밖에 없다.

제주마를 키우던 김만일은 임진왜란 때 군마 1,300필을 헌납하여 '헌마공신'의 칭호와 함께 종1품인 '숭정대부'를 제수받았다.


제주마는 이렇게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세계의 전장터와 국내 산하를 누비며 드러나지 않는 공을 세웠다.

몽고군을 따라간 제주마는 멀리 유럽까지 진출하며 종자를 퍼트렸을 것이고, 임진왜란에선 왜놈들을 짓밟았을 것이다.

그런 격전의 소용돌이를 거쳐 이제 평온한 시대를 맞은 이들의 시간은 무료하기 짝이 없다.

   









식사를 마친 후 여유롭게 검멀레해변에 잠시 머물며 관광을 끝낸 후 북진을 거듭한다.




검멀레해변아 잘 있거라 나는 간다.




파란 하늘 보다 더 푸른 바다에 검은 현무암이 발을 담갔다.

아직은 견딜만 하지만, 이제 곧 겨울이 닥치면 봄이 올 때까지 추위를 견뎌야 한다.




내 방문에 맞춰 아스팔트를 새로 깔고 차선을 새로 그어 깔끔한 느낌이다.












바다와 인접한 낮은 곳에 집을 지어도 태풍에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저 집을 중심으로 바다는 거의 동쪽에 위치하여 사계절 동풍이 불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쪽 해변이나 남쪽 해변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북진이 거듭되며 쇠머리오름도 점점 멀어진다.








알록달록한 파라솔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면 피로가 말끔이 해소되겠다.




멀리 돌출된 지역이 보여 지도를 보니 비양도다.

비양도는 제주도 한림읍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데, 이곳도 섬도 공교롭게 이름이 같다.








오가며 한두 명씩 앉아 기념샷을 날리기도 하고...




손바닥만 한 우도라지만 해변가로 한 바퀴 도는데 18km 거리다.

10시 방향에서 반 시계방향으로 돌아 이번 코스에선 3시 방향을 지나 2시 방향도 훌쩍 넘는다.

방향을 가르키는 12지간 동물 석상이 12개 다 놓여있는 게 아니라 세 시간 간격으로 있으니 나머지 시간대는 짐작이다.

이렇게 방향을 간지 순서로 배열한 게 우도 풍경 만큼이나 신기하고 새롭다.





우도 구경도 식후경이라니 앞에 있는 카페에서 설치한 의자다.




누운 돌을 일으켜 세우고 그 위에 돌을 얹고 얹어 돌탑이 완성되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다로 나가는 도로 개설은 왜 한 걸까?








한층 가까워진 비양도








원래 자라던 나무의 고사목인가?

저렇게 큰 나무가 이렇게나 가까이 붙어 자라기엔 좀 생뚱맞어 보인다.

나무가 자란 형태로 보아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거 같긴 한데...

여장군과 대장군 생김새는 그럴싸 하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돈짓당이다.




비양도에 들어서서 잠시 풍경을 즐긴다.








비양도는 축구장 몇 개 정도의 크기 만큼이나 작은 섬이다.

가장 동쪽에 있으니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겠다.




흰색 건물도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린다.




비양도는 다음 별도의 장을 마련하기로 하고 좀 더 진행하니 멀리 하고수동해수욕장이 보인다.












하고수동해수욕장이 지척이다.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뜻도 의미도 알 수 없지만 제주 본토의 말이 지명에 살아 있는 것이다.

혜은희가 불러 히트 친 노래 "감수광"은 일부 제주의 가사가 있다.

"~~ 보낸시엥 가거들랑 혼조옵서예"를 들으며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지금도 제주 노인층에선 여전히 제주말을 사용하고 있으나 젊은 층은 표준어에 더 익숙하다.


육지에선 사람 이름이든 상호든 대부분은 두 자로 한정 짓는데 제주는 다르다.

앞서 먼저 다녀온 하우목동항, 톨칸이해수욕장, 검멀레해수욕장에 이어 곧 하고수동해수욕장이 그렇다.

톨칸이나 검멀레는 번역기를 돌리지 않으면 도체 뜻을 알 수 없는 제주말이다.

시골서 자란 우리 또래는 쇠꼴, 도랑, 삼태기, 쇠스랑, 두엄 정도는 다 기억하겠지만, 지금 세대는 생소할 것이다.

한때 친숙했던 말도 점점 사어가 되어가는데, 이런 정감있는 말이 살아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