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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제주도

백 가지 약초가 자란다는 백약이오름

by 즐풍 2020. 1. 19.






2019.06.15. 토 16:25~17:18  (약 50분 탐방)   맑음



제주 여행에서 제때 식사를 한다는 건 아침을 제외하고는 그리 쉽지않은 일이다.

어느 곳을 볼 때 의외로 시간이 길어지면 식사는 뒤로 미뤄지고, 짧으면 다른 곳을 더 보기 때문이다.

이번엔 아부오름을 끝낼 때가 벌써 오후 세 시인데다 식당 이동에 시간이 좀 걸려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당 주인에게 산굼부리로 간다고 하니 그곳은 억새가 많아 가을이 제격이라며 백약이오름을 추천한다.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현지인이 추천하는 백약이오름을 가는 데 제법 거리가 멀다.

백약이오름도 많이 들어본 곳이니 궁금하던 차에 잘 됐다.




백약이오름


백약이오름은 표선면 성읍2리 입구에서 북동쪽 약 3.5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구좌읍 송당리와의 접경에 위치한 오름으로, 예로부터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고하여 백약이오름(百藥岳)이라 불린다.

둥굴넙적한 분화구(굼부리)형태를 띠고 있으며, 안에는 층층이꽃·향유·쑥·방아풀·꿀풀·쇠무릎 등 약초가 자생하고 있다. (비짓제주)


해발 356,9m(오름 높이 132m),   둘레 1,089m,  면적 581,446㎡





나무가 가로 놓인게 철길의 침목을 연상시킨다.













백약이오름을 답사하려면 제주시에서 동부산업도로를 40분 정도 달려 성읍2리 성읍목장 입구에 이르게 된다.

목장안으로 들어 서면 좌측에 보초병처럼 개오름이 서 있다.

목장관리사, 사료 저장고 등을 지나면 사거리가 나타나는데,

좌측으로 곧게 뻗은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길이 끊기면서 목부들의 쉼터인 독립가옥에 이르게 된다.

그집 너머의 오름이 백약이오름이다.

조금 안쪽에 위치한 방목 소들의 음수대 옆으로 30분 정도 오르면 산정부에 도달할 수 있으며,

원형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움푹패인 굼부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비짓 제주)







주차장






좀 전에 올라갔던 아부오름



한라산이 코앞인 윗세오름은 등산용 배낭을 매고 올라야 하지만, 보통 오름은 물병을 준비하면 더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그런 걸 알기에 가벼운 차림으로 부담 없이 올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오름이다.



어린아이도 아빠 손 잡고 발걸음 가볍게 오른다.









여긴 더 작은 꼬마가 엄마와 함께했구나...



매부는 드디어 오름의 부드러운 속살을 만끽하고자 신발 벋고 급기야 양말도 벗어 발바닥을 간지럽힐 모양이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무릎에 부담 줄 우려가 있어 푹신한 깔창을 덧댄 등산화에 의존해야 한다.



오름 안팎으로는 삼나무가 그득하고...



이 삼나무는 인공 조림된 것이다.






억새인듯 아니듯 보이는 이 풀은 억새 보다 작은게 벌써 피어나 미리 보는 억새인 셈이다.



오름은 동산이 이런 거라는 걸 보여주듯 정말 작은 동산이다.

중간에 화산 분출구도 그리 크지 않은 굼부리가 있어 오름이란 걸 더 확실하게 증명한다.



오름 뒤로 보이는 풍차






안쪽 굼부리엔 나무가 없어 오름이란 걸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름을 모르니 그냥 억새라고 하자...






오름에서 또 다른 오름길을 만난다.






그 오름은 오름이랄 것도 없이 오르기 쉽다.




정상에서는 트랙 모양의 산정부를 따라 주변의 다양한 오름들을 조망할 수 있는데,

동쪽에 좌보미와 그앞에 암설류의 언덕들, 동북쪽으로 동거미오름 그 옆으로 이어진 문석이오름,

그 뒤편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높은오름, 북쪽으로 넓게 패인 굼부리인 아부오름,

서쪽에 민오름, 비치미, 남서쪽에 개오름, 남쪽에 멀리보이는 영주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 비짓)


정상에선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우후죽순처럼 솟아있는 건 모두 오름이다.

육지의 높은 산에 오르면 첩첩이 이어진 능선처럼 많은 게 오름이니 그 숫자만 해도 368개로 알려진다.



왼쪽 커플도 맨발일까?



부드럽게 넘어가는 능선



바람 많은 제주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풍력발전기다.

풍력발전기만 설치하면 전기는 거의 꽁짜로 얻고 풍경은 덤이다.









어느 쪽이든 원하는 방향으로 길을 내면 된다.






다랑쉬오름 보다 완만하게 파인 굼부리



다시 하산길로 접어든다.



초지인줄 알겠는데, 둑은 뭘 의미할까?















백약이오름으로 제주에서 오름 여행을 끝난다.

언젠가 다른 오름을 오를 일이 있겠지만, 오름에선 늘 넉넉한 여유와 편안함을 느낀다.

남은 내 인생도 이런 오름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