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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립공원 탐방/도립공원 전체

청양 칠갑산과 천장호 출렁다리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7.6.10. 토 10:36~16:23(이동 시간 5:46,  이동 거리  14.39km,  평균속도 2.9km, 휴식 시간 54분)  날씨: 맑음   



칠갑산은 충남 청양군에 있는 산으로 1973년 3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요즘 한참 뜨는 '한국의 산하', '산림청', '블랙야크'에서 지정한 100대 명산에도 포함되어 있다.

벌써 44년 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데다 세 군데서 각각 정한 100명산에 들었다니 얼마나 멋질까?

요즘 검색만 하면 결과가 다 나오니 신상(身上), 아니 산상(山上) 털기에 들어간다.

몇몇 칠갑산 산행기를 봐도 산에 대한 설명이나 사진은 거의 없고 대부분 장곡사와 천장호 출렁다리 사진이다.

그렇다면 수목이 우거진데다 암릉 구간도 거의 없어 조망이 별로 좋지 않다는 말이다.

산행내내 울창한 숲속을 걸을 테니 조망은 포기하고 그냥 소풍가는 기분으로 나선다.  



칠갑산 등산코스 



대장이 산행지 설명을 하면서 산행시간 6시간을 준다.

제일 긴 A코스는 백리산, 금두산, 삼형제봉을 거쳐 정상 찍고 천장호 출렁다리로 하산하는 약 9km 거리다.

점심시간까지 해봐야 네시간 30분 거리인데, 30명이 단체로 와서 시간을 좀 더 준다고 한다.

지난 토, 일요일, 현충일인 화요일에 이어 오늘까지 일주일 새 네 번째 산행이라 좀 지친다.

A코스 보다 1km 짧은 B코스인 장곡사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장곡사만 보고 내려와 A코스를 타는 걸로 변경한다.



장승공원

전국 최대의 천하대장군, 천하여장군을 비롯해 외국의 장승 등 350여개가 재현되어 있는 테마공원이다.



칠갑산 노래 가사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 소리만 어린 가슴 속을 태웠소.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 소리만 어린 가슴 속을 태웠소."


콩밭 매는 아낙네 상



장곡사는 신라 문성왕 12년(850년)에 보조선사 체장이 처음 건립했다고 전해온다.

천2백년 고찰 장곡사는 국보 2점, 보물 4점, 유형문화재 1점 등 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유서깊은 사찰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건축 형태와 축조시대가 서로 다른 대웅전 2곳이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3m가 넘는 통나무 밥그릇과 코끼리 가죽으로 만든 큰 북 등 많은 유물을 간직하고 있다. (안내문 옮김)

 

일주문 



장곡사 전경


아래 대웅전 


주차장에서 장곡사를 둘러보고 A코스 입구까지 되돌아오는 거리는 2.8km로 49분 걸렸다.

입구에서 보는 백리산은 불과 400여m 더 오르면 정상이다. 

오늘 산행 중 제일 긴 A코스는 불과 9km에 불과한데 백리산, 금두산, 칠갑산 등 산 세 개를 타게 된다. 




백리산에 오르면 표지석 대신 누군가 백리산을 인쇄해 코팅을 한 종이를 걸어 놓았다.

주차장에서 바로 온다면 400여 m에 불과하니 십리는커녕 채 1리에 불과한 데 백리산을 얻는다.

백 배나 뻥튀기 되었으니 초반부터 횡재하는 산행이다.   


장곡사를 포함해 4.2km에서 금두산을 만나지만, 여긴 아예 종이 코팅지도 없다.

다만, 트랭글에서 금두산 정상임을 알리니 그런 줄 알 뿐이다. 


이 국가지점번호에 있는 코드엔 어떤 내용이 있는가 찍어봤더니

"충남 청양군 칠갑산 등산로(장곡로 코스)입니다.

 위급상황 발생시 119로 전화하여 정확한 위치 국가지점번호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현위치 국가지점번호: 다바 44022297"이라고 뜬다.

결국 위급 상황시 표시된 지점번호만 알려주면 (헬기를 띄우고도) 쉽게 찾아올 수 있다는 말이겠지? 



갑자기 제일 넓은 공간이 나오길래 알아보니 끝자락에 지금은 거의 평지화된 산소가 있다. 

아무래도 아들 손자를 넘어 증손자도 더 아래 대(代)를 지나 지금은 관리가 안 되는 묘지인 모양이다. 


최근에 주변의 나무를 잘라 나무 계단을 만들었고, 오른쪽엔 계단 없이 오르는 길도 만들었다. 

잛은 거리지만 우측 계단 없이 푹신한 길을 밟고 오른다. 


드디어 장곡사 왕복 거리 포함 6.2km를 거리에 있는 이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삼형제봉이다. 

올라오던 길, 정상 가는 길, 마재고개로 내려가는 길 등 세 갈래 길 정상이라 삼형제봉인 모양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일부 구간 


칠갑산 정상이래봐야 겨우 561m이다.

누가 지나가며 한국의산하 100명산 중에 칠갑산이 제일 낮다고 하기에 찾아본다.

한국의산하, 산림청, 블랙야크 등에서 정한 100명산에서 칠갑산 보다 낮은 산은 홍천 팔봉산 327m, 선운산 335m, 용봉산 381m 등 제법 많이 있다. 

칠갑산이 제일 낮다고 한 사람 보고 있소? 


칠갑산은 주병선이 칠갑산이란 노래를 리메이크 한 이후 더 많이 알려졌다.

지금은 천장호에 출렁다리를 만들어 출렁다리만 보러 온 방문객도 많은데, 오늘 함께 한 카페산악회에선 버스 두 대로 왔다. 



칠갑산 유래를 한 번 읽어본다. 

위에서 말한 칠(七)은 천지만물의 생성원리인 지, 수, 화, 풍, 공, 견, 식(地, 水, 火, 風, 空, 見, 識)을

갑(甲)은 천체운행의 원리가 되는 육십갑자의 으뜸인 '甲'자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안내문)


칠갑산 정상에서 겨우 뚫린 사이로 조망해본다. 




방금 지나온 삼형제봉 


정상에서 천장호로 내려가는 길엔 제법 긴 구간을 이렇게 멍석을 깔아놨다.

많은 사람들이 스틱이나 아이젠을 착용하며 가도 훼손이 덜되는 친환경 멍석이다.

맨 흙보다 쿠션이 있어 걷기도 한결 좋다. 



2009년에 만들어진 천장호 출렁다리는 총길이 207m, 폭 1.5m, 높이 24m로 약 30~40cm 정도 흔들리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출렁다리를 건너자면 자연히 반동이 생겨 손잡이를 잡고 지나가게 된다.


칠갑산에서 내려오며 전망대에서 본 모습은 물이 차 있을 때보다 더 풍경이 근사해 보인다.  




요즘 청양은 청양고추나 칠갑산 보다 천장호 출렁다리가 더 유명해져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근교인 파주 감악산에도 우리나라 산악에서 제일 긴 출렁다리가 생긴 후 방문객이 급격히 늘어 비명을 지를 지경이다.

2015년 7월 진안의 구봉산 구름다리가 개통된 다음 해 3월 구봉산에 도착하니 마을주민은 탐방객이 30배 늘었다고 한다.

파주 감악산 운계출렁다리도 2016년 개통 이후 7개월만에 방문객 50만명이 다녀갔다니 하루 평균 2,300명이 조금 넘는다.

감악산 등산객은 주중엔 거의 없고 주말에만 보통 30~50명 정도 찾던 정도였는데 이제는 천지개벽인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많은 지자체에서 때 아닌 출렁다리를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높이가 24m라니 제법 고소감도 있겠다. 




청양을 상징하는고추모형의 주탑은 높이 16m로 세계에서 제일 큰 고추다. 고놈 참 실하게 잘 섰다. 


천장호 주변의 산책로 


가뭄이 심해 물이 빠지면서 금을 그어간게 자로 잰듯 간격이 일정하다.



출렁다리 입구엔 '칠갑산' 노래에 등장하는 콩밭 매는 아낙네 상이 왼손에는 호미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땀을 훔치며 방문객을 맞는다.

시골로 시집와 평생을 밤낮으로 농사를 짓던 어머니의 모습을 아련한 마음으로 떠올리며 가사를 음미해 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아낙네 상이 좀 이상하다.

이 상을 만든 사람이 왼손잡이인지 몰라도 왼손에 호미를 잡고 오른손으로 땀을 닦는다니 좀 낯설다.

우리나라는 대략 5% 정도가 왼손잡이로 알려져 있다.

선친께서도 왼손잡이라 잘 알지만 왼손잡이용 낫과 호미는 오른손잡이용과는 방향이 정반대다.

나도 어렸을 때 쇠꼴도 베어보고 호미도 잡아봤지만 낫질이나 호미질하다 땀이 나면 손을 옮겨잡고 땀을 훔지진 않는다. 

오른손잡이용 호미를 왼손으로 굳이 옮기며 땀을 훔친다는 건 농사도 안 지어본 작가가 지레짐작으로 만든게 분명하다.

더 웃긴 건 뒤에 돌판에 그려진 아낙네도 오른손잡이용 호미를 왼손에 들고 호미질을 한다는 웃지 못할 그림이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라, 에궁 쯧쯧... 


장곡사에서 올라올 때 보던 콩밭 매던 아낙네는 오른손으로 콩밭을 매고 있었는데,

우리가 산행하는 동안에도 계속 콩밭을 매더니 지금은 잠시 일어나 허리를 펴고 쉬는 모양이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오늘 산행은 끝나지만 시간이 남아 저수지 둑으로 한 바퀴를 돈다고 내려왔더니 입구를 막아놨다.

할수없이 크게 돈다고 마을로 내려오니 제법 큰 느티나무가 맞아준다. 


한참을 돌아 저수지 둑으로 올라왔으나 출렁다리로 연결되는 산책로가 중간에 끊겨 갈 방법이 없다. 


결국 산으로 올라가다  중간 지점에서 길 없는 비탈길로 내려와 겨우 이곳부터 산책로와 만난다. 


산책로에서 다시 보는 출렁다리 


저수지둑으로 반 바퀴 도는 바람에 출렁다리를 두 번 넘는다. 


오늘 총 이동거리 14.4km 중에서 천장호 출렁다리 사진이 제일 많다. 





천장호는 1,200ha의 농경지 관개용 저수지로 1972년 12월부터 약 7년에 걸쳐 축조해 1979년 완공되었다.

칠갑산은 천장호가 준공되기 전인 1973년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도립공원 지정 당시 볼 거라곤 장곡사와 정혜사, 칠곡지, 냉골계곡 정도였다. 

그 이후 천장호에 출렁다리가 생긴(2009년) 다음 1박2일에 소개되면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이도 궁금했던 칠갑산을 이렇게 다소 아쉬움 속에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