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3.05.25.토 10:20-18:10(휴식포함 7시간50분) 날씨 : 맑은 후 비
원거리 지방원정 산행을 하게 되면 무박산행인 경우도 많아 지난 2011년 1월 29일 엄동설한의 강추위를 뚫고 새벽 4:40분에 삼공리
매표소로 등산을 시작했다. 향적봉, 중봉, 덕유평전을 지나 삿갈골재로 산행하는10시간 내내 북풍한설의 강추위와 휘몰아 치던 싸래
기눈에 맞는 얼굴이 따꼼거리며 얼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워낙 밤이 긴 겨울의 신새벽이라 등로에 있는 월하탄, 사
자담, 비파담, 구월담, 금포탄 명경담, 백련담 등 작은 못이나 여울을 그냥 지나쳤다. 구천폭포나 연화폭포도 어둠에 묻혀 어디에 있
는지조차 모른체 지나쳤다.
물론 이 시점에 간다고 해도 우기가 아니니 계곡에 수량이 많을 리 없어 이러한 담(潭)이나 탄(灘)의 제 모습을 온전히 보기를 기대
한다는 건 무리겠지만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라 해도 한겨울 얼어붙고 눈이 가린 계곡의 모습은 아닐 터.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일산
에서 오전 6:30에 출발, 10:10에 도착하여 20분부터 칠연지구탐방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칠연폭포는 일부러 다녀오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니 그냥 통과하고 천천히 올라 동엽령 나무테크에서 식사를 끔내고 능선을 따라 향적봉으로 향한다. 능선의 철쭉은 간간이
핀 빨간색과 연분홍 철쭉도 보이지만 대부분은 아직 몽우리 상태다.
철죽은 1-2주 정도 후에 만개할 것으로 보여 다소 아쉽지만 날짜를 잘 못 맞춘것을 어쩌랴. 간혹 붉은 철쭉이 보이긴 하지만 거의 연
분홍 철쭉으로 나중에 만개하면 덕유평전은 철쭉화원으로 변하겠지만 아고산대인 고원이라 나무가 크지 않아 서리산의 우람한 철쭉
나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덕유평전의 철쭉향연을 보고 중봉을 거쳐 향적봉에서 계곡으로 하산하며 2년반의 세월동안 숙제로 남
겼던 여러 명소를 볼 수 있겠단 생각에 지체없이 발길을 옮겨본다. 정상에서부터 흐리기 시작한 날씨는 얼마쯤 내려가자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결국 판초우비를 꺼내 입는다. 후덥지근 한 날씨에 우비까지 걸치니 몸은 더욱 뜨거워진다. 미처 우비를 준비하지
못 한 회원들은 산속에서 비를 맞아 갑자기 체온이 떨어져 추워하니 우비는 배낭속에 넣을 필수품 중 하나다.
덕유산 등산코스
안성리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건기라도 제법 수량을 보여준다
지난해 여름의 칠연폭포
때로 고즈녁한 오솔길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와 산행을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나무계단 옆으로 난 조릿대는 제법 파란 나뭇잎이 있지만, 중봉 가는 길의 조릿대는 거의 말라 누런색이라 이상하다
동엽령에서 올라온 칠전계곡을 바라본다
동엽령 나무데크에서 식사를 마치고 송계삼거리로 가는 길에 만난 아기자기한 암봉이 귀엽게 맞아준다
조금이라도 색다른 풍광이 보이면 거기가 곧 포토존이다
구름인지 산인지 아득하여 알 수가 없다. 능선은 멀어질수록 색이 옅어지니 보이지 않는 곳에도 산이 있으리라.
오가며 가끔씩 만나는 철쭉도 산이 높으니 아직은 더 있어야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겠다
아고산지대라 나무는 크지 않아 육산의 넉넉한 산세가 어머니 품안처럼 부드럽다
길을 따라 철쭉나무가 반겨주나 이른 탐방이라 아직은 꽃망울이 더 많이 보인다
능선에 있는 산죽은 누렇게 말랐는 데, 겨울이라야 파랗게 살아나는 걸까?
큰나무가 없으니 산은 온전히 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이 아늑한 평원도 겨울 혹한기엔 사나운 강풍에 맞서야 한다
일주일쯤 후면 만개하여 화사한 철쭉에 잠시 넋을 잃겠다
능선을 붉게 수놓는 철쭉
중봉 나무테크에서 조그만 바위들 가까이서 찍으니 작은 바위도 큰 암봉처럼 보인다
살아 생전 오가는 길손에게 멋진 자태로 감탄과 휴식공간을 제공하더니 죽어서도 여전히 늠름한 모습의 풍모를 풍긴다
이 굵기로 없어진 크기와 늠름했던 모습을 유추하고 가늠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삭아 없어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문드러지고 삭아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곳을 지나는 탐방객들에게 받는 감탄과 혹은 아쉬움을 나무는 알까...
한 나무가 비바람과 혹한에 맞서며 마디고 찰지게 크는 모습은 애처러운만큼 강인하게 보인다
반은 살아도 있고 죽어가기도 하니, 그 생명력 다할 때까지 또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견뎌야 할까?
드디어 향적봉이 보인다
곤돌라를 타고 오른 탐방객과 등산객이 뒤엉켜 인증샷을 찍겠다고 난리도 아니다
곤돌라 가는 방향
참으로 기이한 형태의 나무다
이와 같이 얼키고 설켜 이만큼 자란 기적을 바위가 거들며 받혀주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안성면 칠연폭포로 오를 때만 하더라도 맑은 날씨는 향적봉에 다다를 땐 점차 하늘이 뿌얘지더니 백련사로 하산할 무렵엔 후두둑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져 우비를 입을까 말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낼수록 빗방울은 커져만 간다. 결국, 우비를 뒤집어 쓰고 하
산하는 길목인 백련사에 들려보는데 세속의 먼지를 말끔히 씻어내고 사찰에 들라는 부처님의 원력이었던가?
백련사는 사찰편에 별도로 싣는다.
스님들 수행공간 뒤, 벽면에 그려진 스님의 낮잠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스님도 사람이라는 이런 인간적인 그림은 어느 사찰에서도 본 적이 없다
사천왕
백련사를 지나 드디어 계곡탐방을 시작하면서 그토록 보고싶었던 무주구천동계곡의 여러 절경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수량이 적은 데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바람에 카메라 꺼내기도 귀찮고 기대했던 풍경이 못 미친 절경도 적지않아 눈으로만 보고 하산한 경우가 많다.
때로는 별거 아닌 곳에도 몇 경(景)이니 뭐니 하며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 조상들의 안목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절묘한 이름엔 이내 감탄
하기도 한다.
그러한 이름은 최상의 조건일 때 어울릴 텐데, 아쉽게도 수량이 적고 각각의 절경이 갖는 가장 이상적인 계절이 아니라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한다. 하산길에선 제법 많은 비가 내려 비옷을 입었어도 바지를 타고 내리는 빗물이 고가의 등산화 속으로 스며들어 신발을
망칠까봐 등산화에 신경쓰다보니 이미 절경의 모습은 저 멀리 달아난 뒤다.
오래 전엔 이 출렁다리를 이용해 탐방을 했지만 이젠 큰 길이 뚫려 폐쇄된 다리다
개울속으로 떨어지는 빗방울과 신록의 어울림
무주구천동 탐방소에 있는 고목
향적봉에서 무주구천동으로 하산하는 동안 비가 내리는 바람에 마땅히 쉴 장소도 없어 두 시간 50분을 그져 내달리기만 했을 뿐 올라올
때의 여유와 주위 풍광을 눈여겨 볼 탐방의 묘미는 없었다. 그 시각 일산은 빗방울 한 방울도 없이 맑기만 했다는 데, 네 시간 거리의
덕유산은 비로 얼룩진 하산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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