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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덕유산

덕유산 천상의 화원에 핀 원추리꽃 군락지

by 즐풍 2019. 7. 20.

  








2018.07.21. 토  10:14~18:00, 17.4km(곤도라 이동 거리 포함) 전체 시간 07:46, 운동 시간 06:27, 휴식 시간 01:19   다소 흐림



꼭 가고 싶었던 울진 왕피천계곡이 오늘 일정으로 두 군데 산악회에 공지가 떴다.

두 군데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갈 줄 알았는데, 한 군덴 아예 신청자가 없고 다른 덴 성원 미달로 불발됐다.

이런 여름엔 왕피천계곡이나 덕풍계곡, 불영계곡 같은 데서 놀면 딱 맞는데, 무박으로 진행되다 보니 부담스럽나 보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었으니 여름이 끝나기 전 왕피천계곡으로 갈 기회가 두세 번 더 있을 것이다.


사실, 7월 초부터 오늘 덕유산 원추리 군락지 산행이 나왔길래 무룡산 일대를 노랗게 물들일 원추리꽃 탐방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왕피천계곡이 나오며 변심했는데, 성원 미달로 탐방이 불발되어 다시 덕유산으로 갈아탄 것이다.

덕유산 원추리 군락지는 덕유평전과 무룡산 부근이 유명하다고 한다.

작년에 같은 직장에 다니는 도솔님이 먼저 다녀온 블로그를 보고 맘에 담아뒀던 걸 이제야 탐방하게 된다.


지난주 토요일엔 정선의 취적봉과 덕산기계곡을 다녀오고 다음 날 괴산 칠보산은 구봉능선으로 올라가 쌍곡계곡으로 하산했다.

두 날은 공교롭게도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인 데다 산의 경사도가 높아 산행하는 동안 땀 범벅으로 무진장 고생했던 날이다.

오늘이야말로 지난주보다 여름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왔으나 산이 높은 아고산대라 더위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덕유평전의 원추리만 보고 칠연계곡으로 하산하려던 걸 무룡산 원추리까지 보며 후회 없는 산행을 했다.




덕유산 등산코스




곤돌라를 타기 전 트랭글을 켜고 내려서 확인해보니 탑승 거리 2.74km에 17분 30초 걸렸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까지 오르는 덕유산 산행은 거져 먹는 셈이다.


설천봉 상제루 쉼터



덕유산의 최고봉 향적봉엔 오늘도 여전히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곤돌라를 타고 온 사람들은 고생도 없이 편하게 왔으니 생략하고 걸어온 사람들에게 양보해야 할듯...



덕유산은 주목(주목과)과 구상나무(소나무과) 군락지다.

주목은 높은 산에서 자라는 상록침엽교목으로써 높이가 17m에 달한다.

고산성수목으로 줄기는 적갈색, 잎은 바늘 모양이다.

꽃은 4월에 피고 열매는 9~10에 붉게 익는다.

덕유산 주목은 재질이 단단하여 마패로 쓰였다고 한다. (안내문)




사실 중봉까지 가는 길 양쪽엔 주목과 구상나무가 제법 많다.

겨울이면 상고대를 뒤집어쓴 구상나무가 멋있어 숲을 뚫고 들어갔으나 겨울과 달리 별다른 특색이 보이지 않아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작년 겨울 덕유산의 상고대를 뒤집어쓴  주목나무는 나만 아는 비경지에 숨어 있다.

궁금하면 http://blog.daum.net/honbul-/1161





드디어 중봉에 도착했다.

곤돌라를 타고 왔으니 힘들 것도 없이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덕유평전은 언제나 고요한 평화를 느낀다.

설악산이나 월출산의 화려함에 비해 잔잔한 바다의 수평선을 연상시키는 안락함이 보인다.






덕유평전에서 올려다본 중봉 일대




덕유평전 원추리군락

덕유평전에 자라는 원추리는 각시원추리, 골잎원추리, 노랑원추리와 함께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원추리가 노랗게 꽃을 피우는 7~8월이면 이곳은 온통 노란 꽃 세상이 된다.

원추리는 해발 1,000m 정도의 높은 지역(아고산대)에서 잘 자라며, 지리산 노고단, 소백산 비로봉 등에서도 원추리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안내문 편집)









잠시 원추리 군락지가 보이면 누구나 모델이 되고, 사진사는 누군가가 모델이 되어 화면 속으로 들어오길 바란다.

일생 중에 오늘이 가장 젊을 때이니 언제든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산山   - 백석 -


머리 빗기가 싫다면

니가 들구 나서

머리채를 끄을구 오른다는

산山이 있었다


산山 너머는

겨드랑이에 깃이 돋아서 장수가 된다는

더꺼머리 총각들이 살아서

색시 처녀들을 잘도 업어간다고 했다

산山 마루에 서면

머리 언제나 늘 그믈그믈

그늘만 친 건넛산山에서

벼락을 맞아 바윗돌이 되었다는

큰 땅괭이 한 마리

수염을 뻗치고 건너다보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도 그 쉬영꽃 진달래 빨가니 핀 꽃 바위 너머

산山 잔등에는 가지취 뻐꾹채 게루기 고사리 산山나물판

산山나물 냄새 물씬물씬 나는데

나는 복장노루를 따라 뛰었다


그물그물: 가물가물

쉬영꽃: 수영꽃. 마디풀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

뻐국채: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러린 잎은 식용 내지 약용으로 쓰임

게루기: 거로기. 초롱꽃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

복장노루: 복작노루. 고라니. 사슴과에 딸린 짐승 




사실, 덕유평전 보다 백암봉에서 약 1km 정도 더 내려온 곳에 원추리꽃이 많다.

그러나 이 정도의 원추리꽃으로 덕유산 원추리꽃 군락지를 다녀왔다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덕유산 향적봉에서 삿갓재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에 필 들꽃은 지천으로 깔렸다.

그 꽃 하나하나에 이름을 불러주고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지나가며 찍은 사진 몇 장을 대표로 한 장에 압축하고 나머진 무룡산 원추리꽃 군락을 담아내는 게 이번 산행의 목적이다.




덕유산과 남덕유산 중간에 알박기 한 무룡산

어찌 네가 이곳에 들었더냐?



무룡산에서 한 칸 내려온 이곳부터 본격적인 원추리꽃 군락지가 시작된다.

오늘 42명이 탄 회원 중에 절반 이상은 동엽령에서 칠연계곡으로 하산했고,

나머지 17명만이 지금부터 전국 최고의 원추리꽃 군락을 보게 되는 호사를 누린다.



덕유평전에 버금가는 무룡평전?!!








덕유산 원추리꽃

여름철 덕유산국립공원 탐방로에는 들꽃인 원추리 꽃이 군락을 이루며 만개해 등산객을 반긴다.

아고산대 생태계 보전지역인 향적봉에서 중봉의 능선과 무룡산 일대에 매년 7월 중순이면 원추리꽃이 황색 물결을 이룬다.
이어 동엽령에서 무룡산 지역은 8월 초순까지 원추리꽃이 절정을 이룬다.

원추리는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는 한약 재료로 쓴다.
주로 계곡이나 산기슭에 자라는데 덕유산 원추리는 색이 곱고 수명이 긴 것이 특징이다.

이 시기엔 비비추, 범꼬리, 지리터리풀, 노루오줌, 양지꽃 등 다양한 여름 들꽃도 천상의 화원을 이룬다.
덕유산 정상인 아고산대(해발 1500~2500m의 지대)의 다른 들꽃을 관찰하는 것도 여름 산행의 색다른 묘미다.

                                                                                                           - 뉴스 편집 -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자연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줄 만큼 선명하다.

몇 장 파노라마로 보여주는 사진은 전부 아이폰으로 찍었다.






자외선을 막아주고 편광 기능이 있다는 필터를 카메라에 달았는데, 검은색이 너무 들어가 색을 많이 왜곡시킨다.

한겨울 눈꽃엔 갈색이 많이 들어가고 이런 원추리꽃도 앞서 본 아이폰 사진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곳에 올 때 미리 필터를 빼고 온다는 게 게으른 귀찮음으로 그냥 왔다.

천성은 쉬 바꾸기 어렵다니 싫든 좋든 그대로 살아야지...






혹독한 겨울을 지나 눈을 털어내고 새순이 돋을 때의 연초록 앙증맞았을 귀여움도 푸른 순으로 바뀐 지 오래다.

따사로운 햇볕에 졸린 듯 늘어졌던 잎도 밤이 되며 추위로 바짝 곤두섰다 다시금 긴장을 풀며 늘어졌다.

넉넉한 덕유산의 기운을 먹고 자란 별빛 모양의 활짝 핀 원추리꽃엔 온 우주의 기운을 품고 있다.



끝없이 이어진 원추리꽃이 파도처럼 위로 위쪽으로 몰려드는 형상이다.



바위 위에 저 여성분은 빨간 양산을 쓰고 내내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행을 같이했다.

창 넓은 햇 모자를 쓰면 편한 걸 양산을 쓴다고 괜히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저 위에 있으므로 사진에 생동감이 살아난다.












차마 이곳을 떠나기 싫은데, 이를 어쩌랴...






이 화원의 아름다움을 넋놓고 바라보는 산객들도 내 마음과 마찬가지다.






온 산기슭 모두를 원추리꽃이 점령했다.

한여름에도 이런 광활한 지역에서 꽃을 볼 수 있다는 게 여간 행복한 게 아니다.



이 순간, 내가 여기에 있었다.












자기야, 거기 그대로 있어봐~ 꽃 보다 더 예쁜척 하고...



꽃만 감상하던 그도 꽃밭에 들어가 기어이 꽃이 되었다.



다음에 온다면 필터를 기필코 빼리라...



아, 이제 이 원추리꽃이 어디서 왔는지 알겠다.

저 계곡을 타고 힘겹게 올라와 이 비탈을 채우고도 모자라 계곡 오르고 있었구나.






이 장면을 끝으로 원추리꽃 군락과 작별한다.

내 아무리 기억력이 부족해도 해도 내년에 널 보러 꼭 다시 올 테니 더 예쁘게 꽃단장하고 기다리거라.




가난한 나는 오늘도 가난한 점심을 준비했다.

먼 길에 걸어야 하는 데다 폭염을 예상하고 수낭에 2.5ℓ란 제법 많은 물을 넣고 무게가 나가는 건 과감하게 뺐다.

점심을 먹었을 땐 제법 배가 부르다고 생각했는데, 무룡산을 지나며 시장기가 느껴진다.

초코파이와 호박엿 등 행동식도 빼놓고 왔으니 남은 거리 약 5km를 시장기에 시달려야 한다.

정 배고프면 물은 아직 절반도 안 먹었으니 남은 물로 배를 채워야 할 판이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다.

삿갓재대피소로 오니 먹을 건 초코파이와 캔커피뿐이라지만 먹을 게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럽냐.

초코파이 세 개와 캔커피로 허기를 재우고, 시장기가 사라졌으니 가파른 하산길을 쉬엄쉬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삿갓샘

이곳 삿갓샘은 황강의 발원지이다.

덕유산에서 발원하여 첫 마을 황점에서 시작해 천하절경 월성계곡을 지나 국가명승인 거창 수승대에서 근심걱정을 씼어담는다.

거창읍 중심을 지나 합천호에 머물다가 낙동강에 합류한다.

특히, 황강은 서출동류(西出東流)로 동고서저형(東高西低形)의 우리나라 지형에서는 보기 드문 물줄기로 알려진다.

이 맑고 깨끗한 황강의 발원지인 덕유산 샘물이 낙동강까지 깨끗하게 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안내문 편집)


삿갓재대피소에서 60m 내려온 곳에 삿갓샘이 있다.

이곳을 내려가는 데 비박할 사람이 큰 배낭을 매고 힘겹게 오른다.

무룡산 원추리군락지에서 비박하며 오늘과 내일 아침까지 원추리꽃과 교감을 나누면 얼마나 행복할까.






황점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하경폭포







초봄에 매화꽃부터 시작된 봄꽃은 벚꽃과 진달래꽃, 철쭉꽃에 이어 이 여름에 원추리꽃으로 덕유산을 달군다.

올봄은 냉해로 진달래꽃과 철쭉꽃은 보잘것없었으나 다행히 원추리꽃이 화려하게 덕유산을 수 놓았다.

높은 산엔 다른 야생화가 등산객과 사진작가를 끌어모으는 모양이다.

한 달 정도 더 지나면 꽃무릇 축제에 이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단풍도 기다리고 있다.

꽃이 다 지고 나면 한겨울엔 또 눈꽃과 서리꽃이 기다리니 사계절 내내 산속은 늘 꽃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