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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덕유산

덕유산 상고대의 비경으로 2017년 산행 마감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7.12.31.일 10:36~16:52(이동 거리 17.24km, 이동 시간 06:15,  휴식 시간 27분, 평균 속도 3km/h)



2017년의 마지막 산행은 덕유산 상고대 산행으로 마감한다.

사실, 어제 산행하고 오늘 쉰 다음 내일 새해 첫날 일출 산행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제 오후 전국적으로 눈비가 예보되어 조망이 없을 거란 생각에 산행을 취소하고 오늘 산행에 나선다.


지난주 월요일은 크리스마스로 3일간 쉴 수 있었다.

그 첫날, 북한산 상장과 오봉산 오봉을 눈길 속을 걸었더니 피로가 몰려 이틀을 늘어지게 쉬었다.

이번 주도 내일 신정 연휴와 겹쳐 3일을 쉬는 데, 하루 쉬고 나머지 이틀 연속으로 산행하면 새해 벽두부터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게 생겼다.


어릴 때 모유가 부족해 못 먹은 데다 워낙 약골로 태어나다 보니 이 체질이 평생 간다.

산행이야 몸집이 가벼운 사람이 유리한 측면은 있으나 산행 후 남아 있는 피로감을 쉬 떨구기 어렵다.

올해까진 어떻게 견뎠지만, 또 한 살 더 먹으면 스마트폰 배터리처럼 쉽게 방전되는 건 아닐지....


유엔이 재정립한 평생연령 기준은 0세~17세: 미성년자, 18세~65세: 청년, 66세~79세: 중년, 80세~99세: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 노인이다.

그동안 "마음은 아직 젊다"는 생각은 변함없었으나 앞으로도 10년 가까이 청년이므로 "아직 모든 게 젊다"로 바꿔야겠다.

중년까지 산행을 즐기며 살자면 앞으로도 계속 산행을 이어 가며 체력을 다져야겠다.  




덕유산 등산코스 




어젯밤에 조회한 덕유산 정상의 오늘 날씨는 영하 9℃~10℃에 바람은 북서풍으로 초속 16m, 구름 조금 낀 것으로 나온다.

어제 오후부터 밤새 눈이 좀 왔으면 좋겠는데, 막상 안성탐방지원센터에 내렸을 땐 바닥에 겨우 깔릴 정도의 진눈깨비만 보인다.

잔뜩 기대를 안고 왔는데 예상외로 눈이 적어 좀 아쉽다는 생각을 갖고 오른다.

하지만 고도를 높일수록 먼 산으로 보이는 정상 쪽엔 상고대가 보이는 데다 날씨도 제법 맑아 날을 제대로 잡은 느낌이다.

오늘 종일 찍은 사진이 무려 380여 장 되는 데 그중에 100장만 남기고 나머진 모두 삭제한다.

그 100장의 사진을 다 올릴 수 없으니 또 줄여 61장만 올리기에 동엽령 이전의 사진은 모두 버린다.


이 계단만 오르면 드디어 덕유산 능선이 시작되는 동엽령이다.

예보 상 바람이 많다기에 아래쪽 바람 없는 곳에서 미리 식사를 마치고 올라왔다.  



눈이 많은 곳은 발목이 빠질 정도 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 다져진 상태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나무가 하얀 것은 눈이 아니라 오로지 상고대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 밤새 나무에 달라붙어 눈꽃 보다 더 아름다운 서리꽃을 만들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상고대의 거의 볼 수 없었으나 일주일 사이에 이런 비경을 선물한다. 






바람은 있다가도 없다. 바람이 심하게 불 땐 스틱이 바람에 날려 제대로 바닥에 꽂을 수도 없으나 바람은 산행 시간의 1/4 정도에 불과하다.  






동엽령에서 올라온 길이다. 



저 위 빨간 배낭이 살짝 보이는 곳이 백암봉이다.

동엽령에서 백암봉까지 완만하지만 그래도 제법 고바위가 있는데, 여기서부터 향적봉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경사다. 



눈부시게 하얀 상고대는 세속에 찌든 마음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걷는 동안 마음은 순결해지고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다. 



덕유평전을 지나 백암봉으로 가는 산객들 



덕유평전과 중봉

구름이 조금 끼긴 했어도 시원한 풍경이 좋다.

바람이 불어 온도가 떨어지지 않으니 산행을 끝낼 때까지 저 상고대는 조금도 흐트럼짐 없이 산행내내 즐거움을 준다. 



내일 이곳을 찾는 사람들 역시 이 상고대의 비경을 만끽하겠다. 






어느 한 곳이라도 틈이 없이 온통 상고대로 둘러싸인 나뭇가지가 산호초인듯 보인다. 



눈이 시릴 정도로 온 산을 뒤덮은 상고대의 장관 



2013년 1월 말 다녀왔던 소백산의 칼바람과 상고대 이후 가장 멋진 상고대 풍경이다.

이날이 오기까지 나는 그렇게 많은 날을 산을 헤집고 다녔나 보다. 



상고대는 작은 풀과 나무라고 봐주지 않는다. 이런 혹독한 겨울을 지나야 더 아름다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더럽고 치사한 인간세계의 정치권과 달리 덕유산 위의 모든 것은 이렇게 순수하기만 하다. 






이제 덕유평전을 내려다 보니 중봉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소백산을 갔다면 이곳보다 더 멋진 상고대를 볼 수 있겠단 생각도 잠시 머리를 스친다. 






중봉 아래쪽에서 식사 장소를 마련하기 전에 사진을 남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산객들  



이 여성분도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삼각대까지 설치하고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다. 






중봉을 지나면서 드디어 주목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중봉에서 오자수굴로 하산하자면 오자수굴 상단에서 떨어지는 물이 바닥에서 석순처럼 자라는 걸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보다는 중봉에서 향적봉 가는 길의 상고대를 뒤집어 쓴 주목나무에 더 매력을 느껴 오자수굴은 포기한다. 






신이 내린 작품이다. 



이런 명작을 보기위해 잠시 등로를 벗어난다. 



이런 상도대와 귓전을 울리며 나무속까지 얼리는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봄이 되면 새순이 돋는 자연의 경이는 놀랍다. 



이 주목나무는 상고대가 아니라도 멋질텐데 옆 나무와 경계가 없어 뚜렷이 구별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이 나무를 본 사람은 몇 사람에 불과하니 횡재와 다름없다. 




적막강산  - 백석 -


오이밭에 벌배채 통이 지는 때는

산에 오면 산 소리

벌로 오면 벌 소리 


산에 오면

큰솔밭에 뻐꾸기 소리

잔솔밭에 덜거기 소리


벌로 오면

논두렁에 물닭의 소리

갈밭에 갈새 소리


산으로 오면 산이 들썩 산 소리 속에 나 홀로

벌로 오면 벌이 들썩 벌 소리 속에 나 홀로


정주 동림 구십여 리 긴긴 하룻길에

산에 오면 산 소리 벌에 오면 벌 소리

적막강산에 나는 있노라


*벌배채 : 들 배추, 야생 배추의 방언

*덜거기 : 늙은 장끼.



등산기를 작성하며 시를 넣으면 활력이 살아난다.

그런데도 그동안 구태여 시를 넣지 않은 것은 그넘의 "저작권" 때문이다.

툭하면 어딘선가 누가 "저작권"을 앞세워 고소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들어왔다.


요즘 안도현의 "백석 평전"을 읽고 있다.

백석 평전이라기에 백석의 시를 해석한 책인 줄 알고 구입했으나 백석의 생애를 담은 책이다.

백석의 시가 얼마나 문단에 끼친 영향이 큰지 안도현 외에도 꽤 여러 작가가 같은 이름으로 책을 출간했다.

한때 홍명희의 "임꺽정"처럼 백석도 북한에 산다는 이유로 금서에 속했으나 지금은 모두 해금되었다.

백석의 시를 올려도 저작권으로 고소가 들어올 염려가 없기에 간간이 백석의 시를 올릴 기회가 있겠다. 






왼쪽 나무는 고목이 된 느낌이고 오른쪽 나무도 껍질이 벗겨진 걸 보니 생이 끝났지만 상고대를 뒤집어쓰니 그 자태가 훌륭하다.  

이미 죽은 고목이라지만, 그 자리에 있어 더욱 아름답다. 



끝 없이 펼쳐진 덕유평전에 바람이 만든 서리꽃 가득한 나무만 존재하는 초현실적인 풍경이다.

춥고 습도가 많은 다음날에 이런 상고대가 매섭게 피어나니 추위와 맞설 용기만 있다면 이런 풍경은 놓치지 않는다. 









어젠 비가 오고 높은 덴 눈이 왔으니 날이 흐려 이런 멋진 풍광을 볼 수 없었겠다.

하루 차이로 이런 비경에 빠진다.  









나뭇가지가 옆으로 길게 뻗다가 위로 솟아오른 특이한 모습을 보여 준다. 



여기까지가 덕유산 상고대의 절정이다.

이제 조금만 넘어가 향적봉이 보일 때 즈음이면 덕유산의 상고대 비경도 점점 막을 내린다. 












향적봉대피소와 주변 풍경 



향적봉으로 오가는 사람들 



이 시각 현재 설천봉에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작년에 왔을 땐 한 시간을 훨씬 넘게 기다리게 겨우 탔는데, 오늘은 2017년 마지막 날의 일몰을 보러 멀리들 갔나?

저 곤돌라를 타고 하산하면 편하겠지만, 백련사로 하산하면 더 새로운 것이 있을까 싶어 삼공리 탐방센터로 하산한다. 



지금까지 제법 파란 하늘을 보여주더니 갑자기 먹구름이 달려든다.

향적봉이 마지막인데 하늘이 잠시 심통을 부리니 조금 아쉽다. 



향적봉이다.

바위 뒤로 보이는 사람과 우측에 조금 보이는 사람과 스틱을 지우려고 포토스케이프를 작동했더니 요금을 내란다.

컴퓨터가 벌써 9년이나 지나다 보니 갑자기 부팅이 잘 안 돼 어제 하드디스크를 1테라바이트로 바꾸고 윈도우 버전에 맞춰 포토스케이프를 새로 깔았다.

새로운 버전에 잠깐 적응하기도 어려웠는데, 사진에서 못마땅한 걸 지우려고 했더니 도구는 많아진 반면 59천원에 구매를 해야 사용할 수 있만다.

더 필요하다면 생각해 보겠지만 아직은 구매할 생각이 없다. 



제법 한참이나 내려온 끝에 겨우 백련사를 만난다. 






백련사를 지나며 이속대, 백련담, 연화폭포, 구천폭포, 명경담, 등등 끝없이 펼쳐진 무주구천동 계곡의 여러 명소를 지나간다. 

수없이 많은 명소 안내가 있지만, 눈이 내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곡에 제법 물이 많다면 이 계곡이 자랑하는 여러 풍경을 볼 수 있겠지만, 오늘 마지막에 잡은 게 이 월하탄이다. 




17km의 거리를 여섯 시간 30분 주어졌다.

동엽령부터 능선길이 어렵지 않다고 해도 워낙 거리가 멀다 보니 별로 쉬지도 못하고 부리나케 걸어 바듯하게 시간을 맞췄다.

그런데 한 사람이 늦어 20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일산에서 출발하여 일산으로 도착하다 보니 오후 8시 40여 분이란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다음부터 이 산악회를 이용하면 좋겠는데, 좌석이 너무 빨리 매진돼 빈 좌석이 생겨야 겨우 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도 그렇게 좌석을 마련해 2017년 마지막 상고대 산행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처음이든 자주든 이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소원성취와 더불어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