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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덕유산

덕유산 눈꽃과 주목나무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7.1.15.일 12:48~15:30(이동시간 2:42, 이동거리 3.29km)     날씨: 맑음


어제 강원도 오지인 평창과 정선에 걸쳐있는 가리왕산을 다녀왔다.

겨울 심설 산행지로 유명하지만, 정상 외엔 숲이 많아 조망이 별로 좋지 않았다.

오늘 덕유산은 겨울철 심설 산행지로 최고의 산으로 알려져 내심 기대가 크다.

게다가 블친님이 엊그제 1.13. 금요일 눈 온 다음날 다녀온 설경의 모습이 기가 막히다.


덕유산 리조트 주차장에 도착할 때 대장이 미리 안내하길 어제도 12시로 곤돌라를 예약하고 왔지만,

10시 20분 도착 즉시 발매가 가능해 바로 등산을 시작했다며 오늘도 그럴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발매를 하러 다녀더니 예약시간 30분 전인 11시 30분에야 발매가 가능하다며 난감해 한다.

10:15에 현지에 도착해 발매 후 탑승할 때까지 한 시간 반을 차에서 기다려야 한다니 한심스럽다.

대장에게 이렇게 진행이 미숙하냐고 따지니 오히려 다른 회원이 무안한지 말린다.

시간이 되어 발매를 한 후 한 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겨우 곤돌라에 오를 수 있었다.

곤돌라 탑승 시간만 18분으로 12:48분에 설천봉에 도착했는데 설천봉은 이미 사람들로 빠글빠글 하다.

덕유산 곤돌라에 사람이 미어터진다는 건 연초에 이미 ytn 뉴스에도 보도가 된 사실이다.


서둘러 향적봉으로 올라가는데 워낙 사람들로 붐벼 빠져 나갈 방법이 없어 사람들 꽁무니만 따라 올라간다.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중봉까지 갈 생각에 길을 내보는데 바람이 많아 눈은 거의 나무에서 떨어지고 없다.

날씨가 맑아 상고대는 없으나 등로에서 떨어진 곳의 주목엔 다행히 눈이 얼어붙은 걸 볼 수 있다.

그런 주목을 보기 위해선 다소간의 노력과 나뭇가지에 옷이 긁히는 정도의 위험은 감수한다.


향적봉 오르면 본 설천봉 휴게소 방향으로 눈은 침엽수인 주목나무에만 붙어있다.


향적봉엔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벼 근처엔 아예 가지도 않는다.


A팀은 향적봉에서 무주구천동으로, B팀은 향적봉, 중봉, 오자수굴을 지나 무주구천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어제 강원도 가리왕산을 다녀와 피로가 누적된데다 향적봉에서 중봉 구간까지 주목과 어우러진 설경을 보기위해

중봉까지 다녀오는 C코스를 선택했다.


덕유산리조트 스키장, 인공 강설을 뿌려대 주변 나무는 눈을 뒤집어 썼다.

덕유산 전체가 저런 모습이길 기대했는데, 오늘 눈꽃은 기대 난망일까?


당초 3시에 산행을 마감하려던 시간은 발매가 늦어져 한 시간 뒤로 늦혀졌다.

시간이 늦혀졌다고 해도 곤돌라 대기자가 많아 덕유산 눈꽃을 감상할 시간은 불과 두 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저기 손에 잡힐듯 가까워 보이는 중봉까지 다녀오려면 제법 열심히 걸어야 가능하겠다.


블친님이 다녀온 날 안개가 낀 덕유산은 몽환적 비경을 드러냈다면,

오늘은 더 없이 맑은데다 연 이틀 바람이 불어제껴 눈 구경도 못할까 걱정했다.

다행히 바람을 등진 비탈엔 아직 눈이 남아 있다.  


등로에서 벗어난 곳의 주목나무엔 눈이 내리고 바람에 엉겨붙은 채 얼어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전부 이런 모습을 기대했건만, 그래도 일부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다.


춥다고 브린제라는 고소내의를 입은데다 올겨울 들어서며 새로 구입한 두툼한 구스다운을 입었더니 데어 죽을 정도로 등이 뜨겁다.

결국 구스다운을 벗고 내피를 뺀 고어텍스 자켓만 입고 내내 산행을 한다.

하산 후 곤돌라를 기다리는 동안 추워져 다시 구스다운으로 갈아입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린다.

겨울엔 방한장비를 제대로 해야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역시 겨울 산행에선 주목나무와 어우러진 설경의 모습이 최고의 풍경이다.


이분도 설경의 한 가운데서 근사한 비경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는다.

그가 있어 설경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호주 목장에서 키우는 양이 주인의 손길을 벗어나 몇 년동안 털을 깍지 않은 양털 모습처럼 숭글숭글한 모습이다.


어디든 비경이 있으면 의례 사진찍는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곳까지 들어온 사람은 거의 없으니 비경을 독차지 한다.


중봉까지 가기도 바쁜데 비경을 찾았으니 이곳에서 한동안 발이 묶였다.


숲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등로에 눈이 없는 것만 탓할 필요는 없다.




바람이 얼마나 쎄게 불며 눈이 내렸는지 바람의 방향에만 눈이 수북히 쌓였다.


바람에 나무도 비스듬이 자라고...






눈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예단은 비경속으로 숨어들자 이렇게 눈과 주목이 뒤엉켜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다.  


주목과 바람, 얼음이 남겨놓은 풍경 


저 골짜기가 바람의 통로가 되어 이런 비경을 만들었다.




푸른 하늘과 눈을 뒤집어 쓴 주목의 풍경을 남몰래 독차지하는 기분이란....




한 장 한 장 어디를 찍어도 한 폭의 그림이 되는 덕유산 설경






태백산 정상 일대에 자리잡은 반 고사 상태인 주목나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직 중봉까지 가자면 한참을 더 걸어야 한다.

산행이긴 한데, 설천봉까지는 곤돌라를 이용해 오른 후 잠깐 향적봉까지 오르면 내내 고도의 차이가 없으니 차라리 트레킹에 가깝다.

하여 덕유산의 설경을 보기위해 곤돌라만 타면 되니 아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사계절내내 덕유산 향적봉 일대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

멀리 보이는 중봉 정상에도 사람들로 줄을 잇고 있으니 덕유산 설경은 워낙 유명하다는 게 입증되는 셈이다.

그 중봉 정상에서 덕유평전의 설경을 보고 싶었으나 내려갈 시간이 바빠 중간에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다.


오던 길에 좀 전의 비경을 다시 들어가본다.

이번엔 나무를 헤치며 좀 더 안쪽으로 진입해 비경을 가까이서 잡아본다.


결국 돌아가는 시간이나 저 바위를 타는 시간이나 비슷하다고 판단해 맨 우측 주목나무 숲으로 올라간다.


바람과 맞서라.

내 비록 한 팔을 잃는다해도 이곳에 자리잡은 이상 불구의 몸으로라도 이 땅을 지키리라.

모진 풍파에도 굴하지 않는 저 주목의 기개가 그렇지 않은가?

추사 김정희가 사제간의 의리를 잊지 않고 북경에서 두 번이나 귀한 책을 구해 보내준 역관 이상적의 인품을 칭송하며 답례로 그려준 세한도를 보는 느낌이다.


이곳에도 눈 폭탄을 맞은 또 다른 형제가 있다.


맨 위쪽에 있는 주목은 바람에 너무 휘둘려 눈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시간이 없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잰걸음으로 서둘러 자리를 뜬다.

워낙 사람들로 붐비니 또 얼마나 기다린 후 곤돌라를 탈 지 모르겠다.










향적봉 가는 길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로 붐비니 곤돌라를 타고 제 시간에 산악회 버스에 오를지 걱정된다.

사실 보이는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향적봉 대피소부터 이미 올라가는 길은 벌써 꽉막혀 길은 한없이 더디다.



이 인파들을 뒤따라 설천봉까지 가는 데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다.

설천봉의 그 넓은 광장에도 긴줄을 뚫고 곤돌라를 탑승하는데까지 꼭 한 시간 걸렸다.

겨우 버스로 돌아왔을 때는 지정 시간을 45분 넘긴 뒤였다.

그러고도 내 뒤로 10여 명이 더 왔는데, 먼저 온 사람들은 올라갔다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그냥 내려온 셈이다.

가장 붐빌 시간에 예약하는 바람에 하산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빽빽한 사람들 틈에 끼어 간신히 하산했다.


곤돌라를 기다려 타고 내리는 데 왕복 세 시간 정도를 허비한 셈이다.

안일하게 예매를 한 ㅎㅂ산악회 때문에 엉망이 된 산행이었다.

결국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지체된 오후 다섯 시에 무주 구천동으로 하산한 여덟 명을 마지막으로 태우고 귀가에 오른다.

다음 주말엔 12:30으로 예매를 했다니 그 산행은 차라리 포기하는 게 회원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왕복 3.2km의 거리를 지체한 시간을 빼면 실제 이동 시간은 약 두 시간 반에 지나지 않는다.

그 짧은 거리와 시간 동안 그래도 남들 모르는 비경을 감상한 것 만으로 위안을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