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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덕유산

덕유산 칠연계곡과 칠연폭포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5.7.11.토 10:10-16:10(여섯 시간 산행)     날씨: 흐린 후 비 잠깐

 

유난히 눈이 많은 덕유산은 겨울 설산으로는 최고의 명산이다. 곤돌라만 타면 큰 노력 없이 어느 산에서도 보지 못할

만큼 황홀한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지형적인 영향으로 겨울엔 유난히 눈이 많아 스키장 역시 최고의 명성을 가진다.

한겨울엔 곤돌라로 손쉽게 올라온 등산객이나 출사를 겸해 눈 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계곡이 깊으니 여느 산에 비해 수량도 풍부해 여름 계곡산행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이처럼 사계절 어느

때라도 비경에 빠질 수 있으니 국립공원의 명성에 걸맞다.

 

곤돌라로 설천봉까지 오르는 15분은 무주 구천동에서 오른다면 한 시간 반을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땀 한 말은 너끈

히 쏟아야 향적봉에 오를 수 있는 시간과 맞바꾼 셈이다. 이런 염천엔 하산 길도 힘든데, 가장 험난한 코스를 편하게

곤돌라로 올랐으니 이런 횡재를 한 산행도 없다.

몇 번 덕유산을 오르긴 했지만, 곤돌라를 이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상은 좋아졌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고 곤돌라를 타고 오르며, 언젠가 드론을 이용해 새처럼 국토 횡단과 종단을 하며 우리 산하를 조망할 날도 있겠단

꿈 같은 생각을 해본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니 그 꿈은 내 생애 중에 실현 가능할 날도 있지 않을까?

 

여름 산행은 으레 힘들고 땀에 전 옷엔 허옇게 소금버캐가 배어난다. 서울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폭염특보가 내려졌

다고 한다. 능선을 걷자면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볕에 살갗은 금세 벌겋게 달아오르니 아무리 더워도 긴 소매에 긴  

바지가 . 게다가 올해에만 벌써 야생 진드기에 물려 4명이나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으면 아무리 더워도 반소매

에 반바지를 입을 생각은 전혀 없다. 소심하다고 해도 할 수 없다.

 

 

  □ 덕유산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母山)이라 하여 ‘덕유산’이란 이름이 붙은 국내 열 번째로 승격된 국립공원이다. 전북

과 경남 2개 도에 무주와 장수, 거창과 함양 등 4개 군을 점유하고 있다. 정상인 향적봉은 1,614m이며, 기암절벽

과 무주 구천동 등 계곡의 아름다움도 빼어나다.

백두대간은 동해선을 따라 영동으로 달리다가 매봉산을 마지막으로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을 거치며 중부내륙

으로 들어선 후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른다. 동엽령과 남덕유산 중간에 무룡산이 현대판 알박기처럼 생뚱한

이름 한 자리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덕유산국립공원 자료를 보면 북쪽인 구천동 탐방지원센터부터 남덕유산 서

봉을 지나 육십령에 이르기까지 약 30여 km의 거리를 좌우로 폭넓게 거느리고 있다.  

 

 

덕유산 등산코스   

 

 

 8명이 정원인 곤돌라에 6명씩 탔다. 창문은 손바닥만큼 열려있다지만 한여름의 열기로 시간이 갈수록 점점 찜통으로 변한다.

 등에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등줄기를 타고 땀방울이 굴러떨어진다. 찜통 같은 열기로 곤돌라가 곧 폭발할 즈음 설천봉

 에 도착했다. 곤돌라에서 내려 하늘을 보니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듯 시커멓다. 아내가 부부모임으로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을 간다기에 내 우비를 보냈는데, 당장 내가 걱정이다.                                                            사진은 상제루 쉼터

 

잠깐 사이에 하늘색이 변했으니 얼마간 비 걱정은 덜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을 지나 꽤 먼 거리까지 잠자리가 하늘을 뒤덮었다.

이렇게 많은 잠자리는 중학교 운동회 때 본 이후 처음이다. 잠자리가 많다는 건 그만큼 자연환경이 좋다는 건지 모르지만,

어딘가 숨어있는 새들은 한동안 포식으로 비곗살 꽤 오르겠다.

 

향적봉 오르며 설천봉을 보니 굽이굽이 돌고 돌아 설천봉 상제루까지 길이 났으니 차량통행이 가능한가 보다

 

설천봉에서 향적봉 오르는 길이 잠깐 되다 싶지만 정상인 향적봉에 오르면 능선을 따라 동엽령까지 걷는 길은 다소간의

오르내림이야 있어도 능히 견딜 만 하다. 동행한 솔담님은 간혹 지열로 후끈거린다지만, 난 버프에 모자까지 눌러썼어도

그리 더운 줄 모르겠다. 덕유산 정상은 인증샷 찍는 사람들과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등산객들만큼이나 많은 잠자리도 덩달아 북적인다.

 

 

태백산처럼 주목 주변에 나무가 없다면 좋겠지만 이곳엔 잡목이 많아 건져낼 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

죽은 주목은 벌써 죽어 천년의 세월도 거의 지나가고 있는지 앙상한 골격이 세월의 무상함을 말한다.

 

 

중봉인 이곳 한 귀퉁이에서 점심을 먹는다. 왕봉짱님이 싸온 야채가 맛있어 보이지만, 의사가 당분간 데치지 않은

채소를 먹지 말라니 아쉽지만 방법이 없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이집 저집 음식맛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리산이나 덕유산은 부드러운 능선이 서로 닮았다. 동엽령으로 가는 길목에 펼쳐진 덕유평전은 이곳이

1,500m 높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면 여주 이천의 완만한 구릉지처럼 느낄 정도로 부드러운 선을 갖고 있다.

아고산대지역이라 비, 바람이 많아 나무가 크게 자라지 못한 키 작은 나무들이 귀엽다. 지난달 메르스로

산행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이 초원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화원을 즐겼겠지만, 오늘은 원추리꽃과 동자꽃

호랑이꼬리, 싸리꽃 등 야생화로 대신한다.

 

저 능선을 따라 동엽령을 지나면 무룡산과 삿갓재 너머 남덕유산을 만나겠지만, 화산폭발이 일어난 듯 구름이 길을 막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육십령에서 남덕유산을 거쳐 향적봉까지 가는 32km의 덕유산 종주할 때 거의 막판에 이 덕유평전을 만나면 발걸음이 편안해지니

일단 한숨 돌리게 된다. 비단 종주가 아니라 오늘 같은 짧은 코스라도 이런 부드러운 능선을 탈 때면 산행이 아니라 아이들 손잡고

소풍을 나온 기분이다. 오늘만 하더라도 이 길을 양복에 구두 신은 남성이나 단화를 신은 여성까지 곤돌라로 올라온 사람 몇 명이

한두 시간 여유롭게 산책에 나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길을 걷는다면 여유를 갖는 우보산행을 권하고 싶다.

 

덕유평전을 내려서며 올려다 본 중봉

 

 

 

 

 

 

양쪽 계곡을 타고 올라온 바람으로 그동안 흘린 땀이 쏙 들어간다. 그 바람은 이리저리 안개를 끌고 다니며 신비러움을 더한다.

 

동엽령 나무데크에서 20-30여 분 늘어지게 쉬고 칠연계곡으로 하산한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산길만큼이나 계곡의 물소리도 제법 크게 들린다.

 

이제부터 칠연폭포를 보기 위해 계곡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 지난번 물이 많아 오르지 못했던 이 물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올라가 본다. 칠연계곡을 올라가며 보니 크고 작은 폭포를 비롯해 칠연폭포까지 가히 폭포의 전시장이다.

 

물길을 따라 오르는 동안 여러 계류와 작은 폭포를 만난다

 

 

이 폭포를 만날 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폭포탐방을 끝낼 무렵부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하마터면 비를 쫄딱 맞을 뻔했는데, 다행히 솔담님이 비상용으로 갖고 있던 일회용 비닐우산을 주길래 요긴하게 잘 썼다.

 

 

 

함지박 모양의 소(沼)가 일곱 개가 연달아 있다고 해서 칠연폭포로 부른다. 폭포는 완만하게 흘러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회원들은 알탕을 하며 물장구를 치고 난리가 났다. 차가운 물이 싫고 젖은 옷 갈아입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귀찮아 끝내 들어가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로 칠연계곡을 찾는다면 굳이 덕유산을 오를 필요도 없다. 칠연계곡 주차장에서 가족이나 연인의 손을 잡고

쉬엄쉬엄 물길 따라 오르다 보면 한 시간 10-20분이면 칠연폭포에 도착한다. 길이 멀거나 계곡이 좋다면 잠깐 계곡으로 내려가

물에 발을 담그거나 쉬었다 가도 좋다. 심산유곡이라 물은 맑고, 수량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칠연폭포까지 올라가는 길에 폭포나 계류는 곳곳에 있으니 아이들에게 폭포를 함께 세어보자고 하면 가는 길이 더 재미있겠다.

 

 

모모대장이 득도를 하기 위해 폭포 중간 빈 틈에 들어가 명상에 잠기는데, 난 물이 무서워 발목도 담그지 못한 아쉬움이라니...

 

생각이 더 깊어져 득도를 한 모양이다

 

 

이게 칠연폭포 구간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폭포다. 더 이상 올라가는 건 금지되어 있으니 어떤 비경이 숨어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하산 길에 간간이 보는 폭포로 몇 개 더 있겠지만, 출입금지 구역을 빼고 볼 수 있는 몇 개를 올린다

 

 

7.30. kbs에 방송된 갈만한 멋진 계곡이다

 

이번 덕유산 구간은 덕이살레와산악회에서 기획한 세미 백두대간 중 다섯 번째 산행이다. 메르로 때문에 건너뛴 6월의 덕유평전

철쭉이 아쉽긴 했으나 엊그제 내린 비로 칠연계곡엔 제법 수량이 있어 멋진 폭포를 볼 수 있는 계곡 명소이다.

또한, 곤돌라로 정상인 향적봉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었으니 가장 쉬운 산행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좌석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다음번엔 오늘보다 더 멋진 민주지산과 연결된 삼도봉 구간을 간다니 벌써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