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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성과 읍성 탐방/산성·읍성·진·보·돈대

영축산 신불평원에 숨어 있는 단조성의 단조성터 걷기

by 즐풍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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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22 (목)  10:22~11:03, 23분간 1.1km 탐방

 

 

영남알프스 9봉 인증을 위해 마지막으로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을 연계 산행하는 날이다.

국립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을 들머리로 영축산을 오르다 보니 단조성터 안내문이 보인다.

요즘 부쩍 산성과 읍성, 진성 등에 관심이 많아 정규코스로 가지 않고 산성길을 걷기로 한다.

그 거리가 얼마나 될지 가늠도 안 되지만 보이는 대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걸을 생각이다.

 

휴양림에서 단조성터 안내문까지 3.4km를 걸었고, 이곳은 해발 950m이다.

산성은 함박등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날 때까지 계속 이어져 4.4km 지점까지 연결된다.

그러니 산성을 따라 걸은 거리가 1km이며 끝나는 지점은 해발 1,025m이다.

영축산 정상이 1,082.2m이고 보면 단조성이 끝나는 지점은 정상을 코밑에 두고 있는 셈이다.

 

단조성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해 울산시청이나 문화재청의 자료를 검색해 봐도 전혀 검색되는 내용이 없다.

그렇다면 문화재청에서는 문화재로 등록하지 않았고, 관할 지자체인 울산시청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문화재로 등록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단조성은 입구에 언제 쌓았는지 모를 반원 형태의 돌담만 있을 뿐 산성 전체가 무너져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위 등산코스에서 청록색 선 중에서 ㄱ자 형태의 굴곡진 곳의 사진이 단조성이 시작되는 곳이고,

아래쪽 영축산 입구에서 청록색이 끝나는 지점까지 단조성이 어어진다.

이 산성은 즐풍이 탐방한 구간의 좌우로 얼마나 더 연결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중요성에 비추어 이번에 걸으며 확인하고 찍은 사진을 중심으로 기록하고자 한다.

(처음 작성할 때 거리와 고도에 오류가 확인되어 수정했다)

 

 

이제부터 단조성을 따라 걷지만 산행코스가 아니므로 몇몇 사람만 다닌 흔적이 가끔 보일 뿐이다.

산성이 무너져 걷기가 불편하므로 늘 지참하는 스틱을 요긴하게 쓰며 균형을 잡는다.

 

반쯤 무너진 이 돌담은 처음부터 있던 것인지, 아니면 영축산 등산을 위한 아지트로 후세에 쌓았는 알지 못한다.

등산을 위해 쌓기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들게 되므로 아니란 생각이 든다.

 

신라시대에 쌓은 성이라고 한다.

지금은 나무가 별로 없지만, 예전에는 말 그대로 원시림이라 산에 나무가 그득했을 것이다.

산성을 쌓기 위해 거대한 나무를 다 자르고 주변의 돌로 석성을 쌓았을 것이다.

지금 보고 있는 석성을 쌓기 위해 피땀 꽤나 흘린 곳이다.

 

산을 오르며 다시 보는 돌담

 

 

 

 

 

이 돌담의 입구는 무너졌다.

처음 지을 때를 상상하면 서까래를 얹어 주변에 흔한 억새로 지붕을 이었을 것이다.

나무 기둥에 문도 만들면 겨울에도 기거할 정도는 된다.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나무는 다 삭아 없어지고 돌담만 남은 상태로 봐야 맞겠다.

그러니 이곳은 대장이 있는 지휘부이거나 성을 지키는 주요 거점인 셈이다.

 

요즘에 누군가 세운 돌탑이 임진왜란 당시 전사한 의병의 넋을 기리는 듯하다.

 

무너진 석성은 무척이나 넓게 뒹굴고 있다.

언젠가 복원한다 해도 이곳의 돌로 충분히 복원이 가능하다.

신라 때부터 임진왜란에 이르기까지 이곳의 주요 격전지 중 하나였을 이곳을 복원하는 게 좋겠다.

 

간혹 석성이 좁아져 끝나는 줄 알지만 이내 제모습의 석성이 나타난다.

 

다시 나타난 석성이다.

 

이곳은 자로 잰 듯 일직선이다.

 

이렇게 많은 돌을 보면 신라시대에 쌓은 후 임진왜란 때 추가로 보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드론을 띄워 보면 만리장성만큼이나 길게 보일 석성이다.

 

 

 

석성이 천 년을 넘게 이 자리를 버텨도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바위에서 자라는 소나무조차 이곳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이 구간은 오직 즐풍만이 스틱으로 돌을 찍으며 걷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짧게 끝나려니 했던 단조성이 함박등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날 때까지 1km나 이어진다.

단조성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불과 1km에 남짓한 거리다.

 

여기는 조그맣고 낮은 사각형 돌담이다.

 

계곡으로 이어지는 단조성이고 보면 포곡식 산성이다.

 

성이 무너져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없는지 몰라도 이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문화재이다.

정부에서, 아니 지자체에서 정부에 문화재 등록을 건의해야 한다.

 

석성을 지나가는 1km 구간 중에 탈출로는 아예 없다.

발을 들여놓으면 전구간을 걷거나 되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1km를 걷는다고 해도 업다운이 심하지 않아 20여 분이면 충분하다.

 

단풍이 들 때 이 산성길은 붉게 물들 것이다.

이런 길을 걸으며 과거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 있는 일이다.

 

 

 

 

 

큰 바위에도 돌을 얹어 성을 쌓은 흔적이다.

 

이곳은 돌을 평탄하게 만들어 쉬기 좋게 만들었다.

무슨 일일까?

 

가을에 이런 단풍터널을 지나도 좋을 일이다.

오늘이 그날이 아닌 게 아쉽다.

 

 

 

바위 위에 쌓은 돌탑

 

중국만큼 크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무너진 석성을 걷는 기분은 만리장성을 걷는 느낌이다.

이렇게 긴 석성을 쌓기 위해 민초들이 겪었을 고생이 훤하다.

신라시대 때 격전지였고, 임진왜란 때는 의병의 많은 희생을 가져온 곳이기도 하다.

더 많은 자료가 남아있다면 좋은 영화 소재로도 쓰였을 것이다.

 

이제 거의 석성도 끝나간다.

 

함박등에서 영축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만나며 석성 탐방은 끝난다.

영축산까지는 200m에 불과하니 크게 돈 것도 아니다.

누구든 단조성터를 만나거든 무너진 석성을 따라 걸어도 좋다.

그 길에서 석성과 이것을 만들고 지키고자 했던 조상과 대화를 나누어도 좋다.

 

함박등에서 올라오는 길

 

영축산 정상에 오르며 단조성터길 걷기는 과거로 돌린다.

 

 

영축산과 신불산을 이어주는 신불평원에 단조성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단조성 주변에 늪도 있어 성 이름을 따 단조늪이라고 한다.

고도 950m 지점에서 1,000m에 이르는 높이까지 성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사실이다.

이곳은 우리의 영토를 지키려다 죽음을 맞이한 영령들이 잠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