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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등등/해외 여행

톤레삽호수와 수상가옥

by 즐풍 2018. 8. 2.


이곳에서 큰 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 호수로 들어간다.





시엠립 마지막 날 마지막 일정으로 톤레삽호수와 수상가옥을 보는 날이다.

시엠립에서 남쪽으로 15km 떨어진 톤레삽호수는 길이 160km, 폭 36km나 되는 거대한 호수다.

러시아 바이칼호수와 미국과 캐나다 접경지대의 오대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라고 한다.

건기엔 깊이가 약 1m 정도로 낮아 이 호수로 들어가는 배는 전부 바닥이 평면인 판옥선 형태다.

우기 땐 호수가 9m에 이를 만큼 깊다고 한다.


우기가 되면 주변이 거의 물에 잠겨 3모작을 하는 캄보디아에서 이곳의 벼농사는 1모작으로 끝낸다.

그러다 보니 캄보디아에서 생산되는 벼 중 가장 품질이 좋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벼는 학명으로 쟈스민이라고 하는데, 18년째 벼품종 대회에서 1등을 할 만큼 품질이 좋다.

우리나라엔 롯데호텔 등에 동남아인을 위한 음식용으로 이곳 쌀이 수입된다고... 

이렇게 1모작밖에 안 되는 지역이라 이곳은 빈민가로 남는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생산되는 쌀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먹어본 경험이 있다.

한국전쟁 전후 먹을 게 없던 시절 유엔에서 배급하는 알랑미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안남미다.

우리도 약 20여 년 전인 전두환이 대통령을 할 때 홍수때문인지 태풍때문이지 몰라도 북한의 쌀을 받았던 적이 있다.

이때 받은 쌀도 밥맛이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이렇게 외국에 원조할 땐 비축용으로 몇 년 묶은 쌀을 보내기 때문에 푸석거리고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


시엠립에 있는 동안 이곳 주산지인 안남미를 줄곧 먹었다.

우리가 먹는 쌀과 달리 잘고 길쭉한 모양으로 찰기가 별로 없으며 썩 좋은 맛은 아니다.

다만, 알랑미로 알려진 만큼 찰기가 없는 정도는 아니며 그런대로 무난히 먹을 만 하다.

 





 

배 뒤에 단 스크류는 배 밑바닥으로 깊게 달지 않고 배 바닥과 거의 수평으로 달아 배가 지나갈 때 물이 튀어 오른다.

수로를 따라 수상가옥으로 가는 배는 2층짜리 배라 조망이 좋은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에 몇 명이 올라타고 양쪽으로 나누어진 여덟 개의 의자 중 그늘진 왼쪽에 앉았으나 왠지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잠시 후 가이드가 올라와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졌으니 양쪽으로 앉아 균형을 맞추라고 한다.

제법 배가 큰데도 한족에 앉자 배가 기울어졌으나 양쪽으로 나누어 앉자 비로소 균형을 잡는다.


배는 호수에 들어와 일종의 터미널에 정박한 후 두 명씩 쪽배로 갈아탄다.

구명조끼가 있길래 입는데, 굳이 입을 필요가 없다며 말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금이 한참 건기라 수심이 1m 정도로 낮아 굳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도 되었다.

우리 배의 사공은 서른살 남짓한 남자로 제법 한국말로 안내를 한다.

그는 학교, 사원, 경찰서, 매점, 새끼 악어를 키우는 곳, 닭장, 스마트폰 가게 등 가르키며 아는대로 알려준다.

한국어 책을 사서 독학으로 우리말을 배웠다는 데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으니 완전히 생존을 위한 한국어다.

가는 동안 들꽃으로 만든 반지를 하나 얻었는데, 목우가 굉장히 좋아한다.

형수님은 그들의 종이 돈으로 접은 반지와 들꽃 반지를 받았다고 좋아하는 데, 아쉽게도 한국말을 못했다고 한다.


수상가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뚝 쪽의 수상가옥은 캄보디아인이 살고 있고, 호수 안쪽엔 베트남인들이 살고 있다.

예로부터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자주 전쟁을 벌여 우리와 일본처럼 사이가 안 좋다.

가깝게는 크메르루즈 때 30만이 베트남을 치러 갔다가 베트남의 3만명 정예부대에 대패했던 뼈아픈 기록도 있다.

이런 갈등으로 베트남 난민은 육지로 올라오지 못하고 호수에 수상가옥을 지어놓고 살고 있다.


유엔에선 이게 못마땅하여 캄보디아에 원조를 끊겠다며 베트남 난민의 처우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원조가 끊기면 타격이 너무 크므로 베트남인이 학교로 진학할 때와 캄보디아인과 결혼할 때 육지로 올라올 수 있게 했다.

공부 머리가 있는 아이야 육지로 올라올 수 있겠다.

하지만, 별을 봐야 별을 딴다고 캄보디아 처녀나 총각이 수상가옥에 들어갈 일이 없으니 이들이 그들과 결혼할 방법은 없겠다.

에이구 이를 어쩐담, 평생 수상가옥에서 살아야 할 팔자다.




수상가옥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서라고 했던가...



큰 배에서 쪽배로 갈아타는 터미널

이 어린아이가 배에 올라타 승객들에게 2~3분 짧게 안마를 하며 1달러씩 받는다.

이곳에서 두번 전문적으로 안마를 받았으나 나와는 궁합이 맞지않아 이 소년의 안마를 받지 않았다.

녀석은 끈질기게 안마를 요구했지만, 나 역시 끈질기게 거절했다.

녀석은 배가 정박하기 전에 선수로 나가 배를 터미널에 고정시키는 역활을 한다.

배와 공생관계에 있으며 용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모양이다. 기특하다.



초등학교



슈퍼

좀 사는 집은 여기서 물 한 통에 3달러를 주고 사 먹는다.

없으면 이 호수물로 밥을 지어 먹고 빨래를 하고 배설도 한다니 우리 입장에선 한숨소리만 난다.



과일과 꽃과 장작도 판매한다.

돈이 있으면 가스를 사용하겠지만, 없으면 장작으로 조리해야 한다는...



이 건물이 반환점이 되어 돌아가게 된다.






사원



이 배를 보면 스크류가 배 밑바닥 보다 높게 달렸다.

건기 때 이곳 수로는 1m 남짓하기에 스크류가 깊으면 바닥에 닿아 망가지기 때문이다.



우리 보다 잘 사는 나라도 많지만, 캄보디아를 보면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못산다고 문화나 역사가 부족한 게 아니다.

12세기엔 캄보디아도 세계 제일의 강국이었으나 지도자를 잘못 만나는 바람에 나라가 발전이 없다.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확 바뀐다.

우리도 지난 9년간 못된 지도자 두 명 때문에 나라가 거덜난 경험이 있다.

다시 정신차리고 앞을 내다보며 바르게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