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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기 인천

운악산의 만추

by 즐풍 2019. 5. 9.

 

산행일자 2014.11.1.토 09:30-17:50 (8시간30분 산행)    날씨: 흐림

 

올가을 단풍은 도봉산 망월사의 절반 정도 핀 단풍 나들이를 시작으로 10월 25일 주왕산에서 피크를 맞았다. 산이 높을수록 단풍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운 게 단풍의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단풍이야 당연히 산 정상에서 피기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오니 정상

에 단풍이 많다면 정상을 기준으로 산행해야 하고 아래 쪽이 많다면 이미 정상엔 낙엽이 다 진 후다. 주왕산 단풍 나들이를 다녀온 다음

날 북한산도 중간 정도까지는 단풍이 있었지만 정상엔 이미 낙엽만 쌓였다.

 

지난 주 단풍은 이미 청송 주왕산까지 내려갔으니 수도권 단풍이 끝물이겠지만 운악산 단풍도 소요산만큼 유명하기에 시간을 내 찾아보

기로 한다. 6:20에 출발하는 춘천행 첫 버스를 타고 7:45에 대성리에서 내려 8:15에 운악산행 1330-44번 버스를 탑승하니 종점에 09:00에

도착한다. 나올 땐 1330-4번이니 나가고 들어갈 때 번호가 틀리다. 들어갈 땐 대성리에서 버스를 타고 나올 때는 청평터미널에서 일산행

버스를 타는게 좌석 앉기가 편하다.

 

새벽에 타이머를 맞춰 놨으나 깜빡 잠들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아침을 못 먹었었다. 장시간 산행하자면 든든히 먹어둬야겠기에 운악

산 입구에 있는 할머니순두부집에서 청국장을 시켰는데 많이 먹으라며 갔다준 밥의 양이 너무 적다. 반찬이 맛있어 반찬부터 먹다보니

청국장에 손도 대기 전에 벌써 밥을 다 먹어 한 공기 더 시키니 왜 청국장은 안 먹냐고 묻는다. 반찬이 맞있어 반찬부터 먹다보니 그렇

다고 하니 주인이 웃는다. 시장기때문인지 정말 반찬이 맛있었다. 마침 그집 딸이 생일이라고 아침에 케익을 먹으며 나도 한 조각 주기

에 케익까지 얻어먹었다.

 

오전 여섯시에 비가 그친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비는 오지 않았고 하루종일 구름만 잔뜩 낀 날씨라 조망이 좋지 않다. 현등사에서 미륵바

위로 올라가 정상을 찍고 서봉을 거쳐 애기봉에서 무지치기폭포 위로 건너가니 용굴이 있다. 용굴을 구경하고 운악사로 내려갔지만 포천

쪽에서는 교통편이 좋지 않아 다시 원점회귀 하기로 맘 먹고 산행을 시작한다.

 

 운악산 등산코스

우비와 우산을 준비하긴 했으나 비가 올듯 잔뜩 흐린 날씨로 시계가 선명하지 못하다. 현등사가 들어가지 않고 바로 능선으로 올라간다.

절반은 가지만 앙상하고 참나무 잎이 누렇게 단풍졌으니 운악산 단풍은 한 열흘 전에 끝난 느낌이다

 

눈썹바위

운악산 아래 자리잡은 썬힐골프장

토봉

고인돌바위

 

바위가 별풍처럼 둘러쳐져 병풍바위라 불린다. 운악산은 관악, 심악, 화악, 그리고 개성에 있는 송악산과 더불어 경기 오악에 속한다.

화악산과 개성에 있는 송악산은 아직 가보지 못 했지만 송악산을 김포 문수산에서 조망했을 때 북한산만큼 장쾌한 능선이 볼만 했다.

통일이 된다면 집에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니 당일산행이 가능하다.

 

 

 

오늘은 처음으로 미륵바위 뒤로 올라가 본다. 미륵바위 뒤에 있는 바위 아래 작은 굴엔 전에 누군가 출입구까지 만들어 살림을 차렸던 흔적이 있다.

올라갈 땐 비교적 쉽게 올라갔는데 내려올 땐 도저히 못 내려가 결국 다시 올라와 돌아보니 올라오던 길이 아니다. 이곳에서 쉬면서 간식 좀 먹고

내려갈 때 제법 고생 좀 하다보니 30분이 훌쩍 지났다.

미륵바위 뒷모습

                               소나무들은 늙어 갈수록 바위를 닮아간다.

                               그리고 다른 나무들은 다 눈을 감는 엄동설한에도 매(梅) 죽(竹)과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의 하나로 늘 우리 곁에서 깨어 있다.

                               차라리 돌에 가까운 나무다. 한 번도 화려한 꽃을 피워본 적은 없지만 풍상에 시달릴수록 오래오래 사는 나무다. 끝없는 외침과 폭

                               정의 역경속에서도 끈질기게 자신을 지키며 의연하게 살아온 한국인의 역사 그대로다.                     (이어령/<소나무> 중에서)

전망대에서 보는 미륵바위

 

저 암봉의 맨위 바위는 꼭 사람이 서서 강의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미륵바위 뒤에서 본 풍경이다

 

 

바위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덕분에 한결 쉬워진 산행

 이곳에 올라서면 사방을 조망할 수 있어 만경대라 불린다

지금도 한켠에 동봉이란 정상석이 있으나 이 운악산비로봉 표지석이 세워진 뒤 동봉이란 말 보다 비로봉으로 불려지길 소원한다

 

애기봉

전망데에서 보는 사라키바위의 위용 , 근데 사라키라는 뜻이 뭔지 전혀 감이 안 온다

 

 

무지치폭포 위쪽 샛길을 건너가면 용굴을 만날 수 있다

용굴은 폭 약 3m에 깊이 7-8m로 제법 깊은 편으로 운악사에서 관리되고 있는지 산신이 모셔져 있다

후삼국시대 태봉국의 왕이던 궁예는 왕건에게 쫓겨 이곳 운악산에 들어와 성벽까지 쌓고 버텨보지만

마지막에 무지치폭포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곳이 궐터의 일부로 지금은 무너진 성벽만이 아픈 역사를 들려준다.

 

운악산 신선바위로 무지치폭포 위 샛길로 건너가 용굴을 보고 운악사로 넘어가는 능선에서 조망한다

운악사에서 관리하는 천제단 가는 길

천제단엔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운악사 바위 위엔 50m 높이의 소꼬리폭포가 보이지만 갈수기라 흐르는 물은 거의 없다

양 능선 안쪽에 자리잡은 운악사는 바람도 비껴가는 고요한 느낌이다

운악사에서 한참을 올라가다 전에 다른 팀에서 왔던 멋진 능선이 생각나 다시 내려가다 그 능선을 찾는다는 게 몇 개의 능선과 계곡을 건너가도 없다.

나중에 집에와서 지도로 확인하니 그냥 올라가던 능선으로 진행했으면 됐을 걸 괜한 욕심에 그때부터 알바가 시작되었다. 그런데다 포천으로 하산하

면 교통도 불편하고 귀가시간이 더 걸려 부득불 가평으로 하산해보지만 길은 이미 한참이나 떨어진 곳이다.

두어 시간 넘게 알바한 끝에 한북정맥과 만나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다. 길에 누군가 죽은 새의 날개를 펼쳐논 게 제법 귀엽다

 

어딜가나 붉은색으로 이런 표시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그 표시를 지우겠다고 회색 페인트로 덧칠한 모습, 이해할 수 없는 작태다  

좀 전에 십자가 표시가 있던 바위를 다시 본다  

채석장이다. 돌을 실어나르는 트럭이 콩알만큼 작게 보이니 저렇게 뭉개져가는 바위산이 안타깝다.

모르긴 해도 운악산의 혈맥 하나가 잘려나가니 여기서 발흥하는 기운도 한줄기 없어지는 건 아닐까. 

그냥 운악사에서 계속 올라갔으면 저 능선을 타고 지금쯤 코끼리바위쪽으로 하산할 텐데 괜한 욕심에 고생은 고생대로 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약 2.5km로 처음엔 정상을 경유하여 하산할 생각에 어느 정도 진행했지만 가다보니 시간이 너무 늦을 거

같아 길을 돌려 이정표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갈 생각에 다시 발길을 돌린다.  

 

    한참을 가다보니 이 석굴을 빠져나가면 포천 방향이니 귀로가 늦어질 거 같아 가평쪽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그런데 길을 따라

    가다보니 임산물 채취를 우려해 의도적으로 길을 돌려놓은 표식이 있어 바로 이를 무시하고 계곡으로 하산한다. 결국 40여분을

    어렵게 수풀을 헤친 덕에 채석장 오가는 길과 만나 그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왔을 땐 이미 해가 지고 난 뒤다. 마을 할머니에게

    운악산 주차장까지 길을 물어 보니 부지런히 가면 20분 거리라는 데 30분을 넘게 걸어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지역에 있는 펜션

    에 들어온 택시로 현리주차장까지 간 다음  1330-4번 버스를 타고 청평터미널로 나가서 일산행 버스로 갈아타고 귀가했다.

 

 

 

채석장에서 캐낸 돌을 이곳에 야적 한 후 임자를 만나면 팔려나간다. 돌의 크기가 포크레인을 덮고도 남으니 굉장하다.

추분이 지나면서 해가 짧아지니 산에 머무르는 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목이 우거진 여름보다 수풀을 뚫고 지나가긴 쉽지만 오늘같은 알바를 면하려면 사전에 등로를 잘 확인하고 산행에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