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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기 인천

강남오산 광청 종주기

by 즐풍 2019. 5. 29.

 

 

산행일자 2014.6.6.금.현충일  07:12-17:32(10시간 20분)           날씨: 맑음

 

동생부부가 가까운 청계산 등산을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니 제법 산을 잘 타겠단 생각이 든다. 가끔 OB모임이 있을 때 광교산

에서 청계산을 넘어오는 사람이 있다며 매부도 그 산을 타고 싶은 데 길을 몰라 망설인다기에  언제 한 번 같이 타보자고 제안했다. 그

러던 중 어머니 삼오제를 지내고 마지막으로 가족끼리 식사를 끝내며  다시한번 등산 얘기가 나온 끝에 오늘로 날짜를 잡았다.  

 

2년전 딱 이맘 때인 6.22. 금요일 밤부터 다음날 오후 9시 반까지 광교산에서 청계산까지 다섯 개 산에 관악산과 삼성산을 더하여 소위

말하는 강남칠산을 종주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생각으로 강남오산은 쉽게 생각하고 그러자고 했으나 사전준비를 위해 막상 정보검색

을 하니 보통 열 시간 산행이다. 동생부부와 산행해본 적도 없거니와 아직 한여름은 아니라지만 낮엔 무척이나 더울 텐데 걱정이 앞선

다. 산행을 쉽게 생각하고 컵라면을 싸온다는 동생에게 식사와 충분한 식수, 간식거리 등 산행 준비물을 일러준다.

 

다섯시 반에 동생 아파트에서 만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대 후문에서 내렸다. 광교산 들머리인 반딧불이화장실을 찾지 못해 학생에

게 물어보니 걸어서 13분 거리라는 데 길을 몰라 택시를 이용해 들머리에 도착했다.  산행을 시작하려고 반장갑을 꺼내는데 같이 두었

던 핸드폰이 없다. 버스나 택시에서 분실한 거 같은 데 전화를 여러 번 해봐도 받지를 않는다. 핸드폰 분실이 잦었던 까닭에 비번을 걸

어두긴 했지만 왜 안받는 지 궁금하다.  결국 세 시간 후 백운산에서 점심 먹을 때 전화하니 어떤 아주머니와 통화가 되어 나중에 택배

로 보내주기로 했다.

 

막상 산행을 시작하자 매부는 늘 저만치 앞서간다.  좀 빠르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치지도 않으며 늘 한결같이 저만치 앞서가니 무릎이

시원치 않은 나로선 따라가자니 부담되고 처지니 미안하여 진퇴양난이다.  장거리 산행은 안 해봐 걱정된다던 동생도 그 뒤를 잘만 따

라가니 산행고수라고 자처했던 내가 오히려 난감하다. 하기야 처음부터 경주하듯 산행 내내 달기기만 했으니 산행이 아니라 행군이었

던 셈이다.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걱정했던 무릎이 시큰거리며 통증이 시작돼 만경대를 지나면서 옛골로 탈출하고야 만다. 탈출도

쉽지 않아 때론 가파른 길에 이를 악물고, 긴 둘레길에 몸은 점점 녹초가 된 근래들어 가장 험란한 산행이었다.

 

강남오산 종주코스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동생집에 도착하니 5:30분이다. 서둘러 나와 양재에서 3007번이나 M5414를 기다리는데 20분이 넘어서야

먼저 온 M5414를 타고 경기대 후문에서 하차한다. 길을 물어보니 걸어서 13분 거리라는 데 어떻게 가는 지 알 수 없어 결국 택시로 이

동하지만 내내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반딧불이화장실에서 산행을 시작하여는 데 핸드폰 분실한 걸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후불 택배로 보내준다고 하지만 언제 받을 지 기약이 없다.

광청종주 또는 강남오산은 수원에 있는 경기대학의 반딧불이화장실에서 광교산을 올라 능선을 타고 백운산, 바라산, 우담산, 청계산을 종주하는

약 26KM의 거리로 보통 10시간에서 1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우면산, 관악산, 삼성산을 더해 강남7산이라고 하는 데 22시간 정도

의 시간이 소요되는 무박산행이 된다.

보통은 강남5산만으로도 철인의 소리를 듣는 거창한 산행이다.

2년 전 강남오산 구간은 산악회와 함께 야간에 종주를 끝낸 경험이 있으며, 오늘 여동상과 매부, 셋이 처음으로 산행에 나서본다.

 

형제봉을 거쳐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까지 약 두 시간 걸렸다. 매부 걸음이 빨라 따라가기도 힘든데, 과연 저런 걸음으로 종주를 한다면

나중에 지쳐버려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기에 충분할 만큼 처음부터 속도전이다.  

 

백운산 인근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데 동생부부는 반찬을 깜박 잊고 싸오지 않았다. 내가 예상시간보다 30분 먼저 동생집에 도착하여

서두른다는 게 과일통을 반찬통으로 착각하고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나도 아침에 나오면서 아내가 준비했다는 상추는 싸오지 않고

상추를 찍어 먹을 초장과 멸치볶음만 지참했다.  상추는 없지만 초장과 멸치, 그리고 옆에서 식사를 끝낸 아주머니들이 제공한 양파

로 초간단 아침 겸 점심을 끝냈다.

 

백운산에서 보는 의왕시

바라산은 산악바이크의 명소인지 자전거 행렬이 많다. 보통 5백만원 정도의 가격이면 충분하다지만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장치가 필요하겠다.

바라산 정상엔 데크가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앉아 쉬기에 편하다

우담산 가는 길엔 365 계단이 설치되어 24절기에 대한 안내문을 순서에 맞게 설치했다.

1년 365일에 의미를 부여하여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없애기 위한 배려가 고맙다.

이게 우담산 정상 표지판이라니 지자체의 무관심이 아쉽다.

불교용어인 우담바라에서 각각 우담산과 바라산을 가져온걸까?

드디어 하오고개로 넘어가는 능선을 만난다. 하오고개만 넘으면 청계산이 시작되니 1부가 끝나고 2부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하오고개 육교로 광청종주의 전후반을 연결하는 통로다. 강남오산 중 4개의 산을 지나왔지만 청계산 하나만으로도

지나온 네 개의 산과 맞먹는 무게로 다가온다. 앞으로 오르고 넘어야 할 국사봉, 이수봉, 석가봉, 낭경대, 매봉, 옥녀봉 등 큰 봉우리만 여섯

개인데 벌써 써버린 에너지가 많아 부담이 커진다.

하오재육교에서 바라본 분당방향

지천으로 깔린 애기똥풀이 반갑다

 

 

드디어 청계산의 첫 관문인 국사봉을 만난다. 국사봉은 고려가 멸망하자 고려의 충신이어던 조윤이

옛 왕조를 생각하던 곳이라 하여 국사봉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내용이 표지석 아래 새겨져 있다.

이제 관악산도 제법 가깝게 보인다

 

청계산 두번 째 봉우리인 이수봉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겠다고 순서까지 정해보지만

어느 순간 썰물처럼 지나가고 다시 고요가 찾아온다.

이쪽은 제법 많은 나무에 담쟁이풀이 나무를 타고 오른다

 

석기봉을 인근에 둔 나무가 특이하다

석기봉엔 헬기장이 설치되어 별다른 특징이 없다

 

 

 

만경대는 군부대 철책이 둘러처져 있어 갈 수 없는 봉우리다. 매부가 한결같이 서두른 까닭에 무릎통증이 심해져 망경대를 돌아 옛골로 내려가

식사를 하기로 한다. 다 내려가며 보니 옥녀봉으로 내려가는 코스 길이와 별반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은 등산지도를 그리면서도 눈으로 확인된다.

다만 매봉과 옥녀봉을 더 오르내리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하산길도 가파른 곳이 많아 고생 좀 한데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도 휘돌아 만만치 않

은 거리다. 동생부부가 과연 종주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오늘 산행으로 불식되고 내 자신이 더 고생한 산행이었다. 

 

강남5산은 거의 전 구간이 나무로 그늘져 여름철 산행에서도 땡볕에 내몰리는 구간은 별로 없다.  산 정상이야 어쩔 수 없지만 여름 산행지로도

적당하다. 열 시간이 넘는 장거리 산행에서도 지치지 않은 열정을 보여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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