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56
2020.8.12. (수) 09:33~14:13(전체 거리 9.33km, 네 시간 41분 산행, 휴식 52분) 흐림
지난달 7월 동해안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설악산을 다녀온 이후 장마와 개인적인 일정으로 산행을 못했다.
큰 딸은 산행을 못 해 살이 쪘다며 답답해하는 데, 즐풍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날이 좋으면 언제든 산에 가자고 했는데, 마침 오늘 비가 안 온다기에 북한산성 상가에 도착했다.
북한산을 들어가려는 데, 어느 여성분이 오늘 산행이 통제됐다고 알려주신다.
기상특보로 산행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서울지역 기상특보를 검색하니 그런 사실이 없다.
서울 지역에 기상특보를 발효한 사실이 없다고 하니 탐방로 점검이 끝날 때까지 입산통제라고 한다.
북한산 탐방로 대부분은 바위라 습기로 미끄러질 수 있으나 무너질 염려는 없다.
만일의 사고에 대한 책임 회피성 통제는 우리가 노고산 산행을 끝낼 즈음인 오후 2시에 풀렸다.
발길을 돌려 노고산으로 향하는 데, 좀 전의 그 여성분을 우연히 다시 만나 동행기로 한다.
주차하고 바로 흥국사로 올라왔으나 들머리를 찾지 못했다.
서너 번 다녀간 산인데도, 도대체 들머리가 기억나지 않는다니 순간 좀 당황했다.
흥국사 둘레길을 따라가 보면 길을 만나겠단 생각에 우선 길머리를 잡고 본다.
흥국사 홈페이지에서 창건 설화를 보면, 서기 661년(신라 문무왕 원년) 원효 스님이
이곳에 흥성암이란 절을 세웠다.
이후 조선시대에 왕실의 원찰이 되어 왕실의 안녕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흥국사로 이름을 바꿨다.
구파발을 지나 무악재 고개만 넘으면 왕실이니 북한산과 근교엔 왕실을 위한 사찰이 많다.
북한산 용출봉 아래에 있는 국녕사만 봐도 대충 국가(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숙종이 북한산성을 쌓고 행궁 주변에 11개의 사찰을 지으며 승병으로서의 역할도 맡긴 셈이다.
흥국사 둘레길을 지나 어느 묘소까지는 왕래가 많아 길은 뚜렷하나 이후부터는 샛길이다.
오랜 장마 끝이라 밟히는 흙길은 촉촉하고 푹신푹신하며 숲의 기운은 왕성하다.
잠깐씩 쉴 때 팔토시를 한 딸의 팔뚝에 모기들의 사정없는 공격으로 붉은 반점이 여기저기 생긴다.
여성분이 벌레 퇴치제를 뿌려주고, 즐풍이 가져온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을 사용해야 했다.
이 여성분이 단 댓글로 "진언" 님이란 닉을 가지신 분인 게 확인되었다.
한동안 침묵으로 진행되던 산행도 어느 순간 말문이 트이며 산행 내내 대화가 멈추질 않는다.
진언 님은 해외여행 가이드 활동도 하셨다는데, 요즘은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요즘 즐풍의 관심사인 독립 출판사를 이용한 책 출간이나 유튜브 활동에 대한 견해 등 많은 대화가 있었다.
최근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태하지 않으려면 즐풍도 유튜브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된 거 같다.
노고산은 숲이 많아 조망할 곳은 많지 않다.
정상엔 군부대가 있어 바로 아래에 있는 헬기장이 실질적인 정상 역할을 한다.
이 헬기장엔 그늘이 없어 사진만 찍고 하산한다.
군부대 옆 통로를 따라 솔고개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바꿔 바로 차량 회수를 위해 흥국사로 방향을 잡는다.
함께하신 진언 님의 친절로 부녀의 사진을 담았다.
날씨가 흐려 지척에 두고도 사진이 흐리다.
기성세대에게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만들어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유튜브를 만든다는 건 젊은이의 특권처럼 생각하다가도 박막례 할머니나 많은 연배의 선배들도
잘해나가는 걸 보면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심이 문젠데, 빨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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