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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서울시

강남칠산 무박종주기

by 즐풍 2019. 5. 22.

 

 

 

  산행일자 : 2012.06.22.금 23:10 - 6.22.토 21:30 (식사, 휴식시간 포함 22시간 20분)    

   날 씨 : 연무가 있으나 맑음  최고 32℃(계속된 가뭄으로 건조한한 더위임)

   카페산악회 18명 동행과 동행(솔담님 차이님 영아님 외)

 

 

소위 말하는 강남칠산이 있다. 그렇다고 강남칠산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인터넷까지 검색 할 필요는 없다.

한강을 중심으로 강 남쪽에 있는 삼성산, 관악산, 우면산, 청계산, 바라산, 백운산, 광교산 등 일곱 개의 산을

통칭하는 것으로 산행실력이 일정궤도에 오른 사람들이 호기롭게 배낭을 매고 팀을 이루어 무박산행하는

탐방코스 중 하나일 뿐이다.

지역마다 유명 산을 중심으로 한 무박 탐방코스가 있다. 서울에만 해도 불수사도북인 강북오산과 앞서 말한

강남칠산이 있다. 그외 지역으로는 지리산 무박 태국종주, 영남알프스 7개봉 태극종주니 설악산 태극종주니

하는 등의 수많은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며 무박산행을 감행한다.

이런 종주 산행은 선등자의 경험을 따라 답사하고 또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수없이 많은 코스

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무박 산행코스는 가히 산악인들의 선망대상으로 떠 오르며 하나둘 이에 동참하는 산악인이 늘면서

유럽 여행자들의 로망이 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코스나 제주도 올레길처럼 너나 할 거 없이 탐방해야 하는

필수코수로 자리잡지는 않을까?

가까운 장래는 아니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등산객들 중에 언젠가는 이런 무박산행에 동참하는 행렬이

늘어날 것은 틀림 없어 보인다. 솔담님이 산악회를 따라가는 강남칠산 종주 제안을 했을 땐 불수사도북을

종주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인데다 이미 찜통더위라 굳이 종주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관악산 삼성산 청계산 광교산이야 개별적으로 가 봤지만 우면산 바라산 백운산은 아직 미답 산이다.

이들을 서로 연결할 코스를 알지 못하니 언젠가 탐방을 한다면 길을 아는 산악회를 따라가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든다. 혼자 간다면 적어도 두 번 이상 답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종주산행을 한다면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하기에 차라리 솔담님이 속한 산악회와 동행하는 편이 사전답사의

부담도 덜고 홀가분히 다녀올 수 있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하여 강남칠산을 마친 다음 날인 6월 24일에 가기로 예약한 산행은 무리다 싶어 취소한다. 종주 준비물을

점검하다 보니 지난 번 북한산 12성문 종주하면서 카멜백 수낭의 빅 바이트 밸브와 커버가 분리되어 분실된

것을 알게 되었다. 

 

오~ 이런!! 낭패다.

2L짜리 수낭이라 웬만한 산행에서 카멜백 하나면 웬민한 산행에서 식수는 충분하고 산행하면서도 쉬지않고

호수로 음용할 수 있어 편했는데 갑자기 쓸 수 없는 무용지물이 돼 버리다니,... 

1L 짜리 수낭에 있는 밸브를 빼 카멜백에 꽂으니 다른 회사 제품임에도 딱 맞다. 이로써 수낭은 해결됐으니

필요한 물은 식당에서 그때그때 보충하면 된다.   

 

지난 5.10-5.11 양일간 불수사도북을 21시간에 걸쳐 단독산행 한 경험도 있다. 강남칠산은 그에 비해 산의

고저 차이가 적 육산 구간이 많아 대체로 산행이 쉽겠다. 하지만, 요 며칠 서울은 100년만의 가뭄이니 뭐니

하며 연일 계속되는 푹염과 싸우자면 체력소모를 최소화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행히 종주 구간이 수도권을 통과하여 식사는 매번 매식을 한다니 도시락 무게만큼 부담이 적겠다. 

 

일산 백석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수원에서 내려 경기대 후문쪽에 있는 반딧불이 화장실 앞에 있는 광장에서

개별적으로 먼저 온 산우들과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2012.06.22.토 23:10이다. 

버스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으면 나중에 시간에 쫒겨 허둥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늦게 합류하는 산우가 있을지도 모르니 아무래도 좋다. 

 

 

 

 반딧불이 화장실 앞 휴게소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19명 중의 회원 중 여자분은 예닐곱 명 정도로 관악산까지 오르는 동안 그들 대부분은 늘 대장과 함께 선두대열에
속해 있을만큼 대단한 내공을 지닌 산꾼들이다. 지금까지 거의 단독산행을 위주로 했을 때의 내 산행속도도 그리
쳐지는 속도가 아니데도 이번 산행은 무리다 싶을 만큼 초반부터 스피드를 올려 따라 잡기가 쉽지 않다다. 

동행한 솔담님도 속도가 빠르다며 열심히 쫒아가 00:20에 광교산 형제봉에 도착한다. 그로부터 약 50여분 지난
01:12분에 광교 정상을 찍는다. 광교산 정상에서 보니 나무에 가렸지만 좌측으로 군부대 통신망을 알리는 철탑
에 불빛이 반짝여 그 쪽으로 가면 백운산으로 가는 길이겠다며 혼자 생각하는 데 대장이 지도를 보고 내달리는 게
정반대의 방향이다. 눈깜작 할 사이 벌써 저만치 수리봉 방면으로 가는 대장을 불러 세워 방향이 틀렸다고 알려 
알바의 위기를 모면한다. 

바라산에 접어드니 두 시를 넘긴 시간에 산악오토바이 4대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험란한 고개를 오른다.  
고개가 가파르고 돌과 나무뿌리 등 장애물이 많은 구간을 야심한 밤에 굉음을 내니 곤히 잠들었을 동물들이 깜짝
놀라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가 내는 소음도 저들에게 미안한데 단속을 피해 한밤에 요란한 굉음까지 내며
산악오토바이를 즐기는 저들의 행태가 얄밉다. 

백운산과 하오재고개 사이에 우담산이 있으니 팔산종주란 이름도 무방하겠지만 八을 유난히 좋아하는 중국인과
달리 7을 더 좋아하는 우리 정서에 맞춰 칠산종주라 이름 한 걸까?  
삼성산에서는 장군봉을 거쳐 호암사 방면으로 가는 길에 호암산이 있으니 언젠가 칠산종주에 이 두 산을 더하여
9산종주란 이름이 생겨날 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의왕시 영심봉을 넘어 하오재고개의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내려서자 다들 힘든지 무려 40분을 쉰다.
오늘 산행은 무더운 날씨에 대장이 초반부터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산행을 리드하여 자신마저 감당치 못한다 .
청계산 국사봉에서 정상으로 가지 않고 이수봉을 지나 군통신대를 좌로 돌아 어둔골계곡으 하산한다.
옛골로 빠지는 사면길을 이용해 시간과 체력손실을 줄여보지만 이미 대부분의 산우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 의왕시 영심봉에서 보는 우면산과 뒤로는 관악산이 보인다

 

 

 

 ▼ 청계산에서 보는 관악산이 영심봉에서 볼 때와 달리 훨씬 가까워졌다

 

 

 

 군부대 통신망에서 좌측으로 빠져 소망탑을 지난다

 

오전 8시 15분에 청계산을 내려와 마을 입구에서 콩나물국으로 아침을 먹는다. 시간과 체력의 문제로 부득이하게
버스로 몇 정거장 이동한 후 우면산 관문사(觀門寺)을 들머리로 우면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가 오전 10:05이다.
우면산은 만만히 봤으나 능선이 길어 꼬박 두 시간 걸렸다. 

 

 

 작년 폭우에 우면산 산사태로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는데,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이다   

 

 

관악산 입구 식당에서 비빔밥을 먹고관악산으로 올라갈 때 한 명은 지친데다 무릎이 아프다고 산행을 포기한다.

잠시 후엔 대장이 체력이 떨어져 더 이상 회원을 이끌지 못 하고 나중에 연주대에서 만나자며 각자 올라가라고 한다.  

 

 관악산은 요 근래 험로에 이런 철다리를 설치하여 산행이 한결 쉬워졌지만, 산 타는 재미가떨어지기도 한다.










거북이 푸른 바다로 빠져들 준비를 한다






 

 

 

  마당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건너편 파이프능선에서 하산하는 산객들




관악문, 전엔 누가 저렇게 흉물스럽게 페인트로 글을 썻을까 했지만 자주 보니 정겹다




관악문 위 지도바위




연주대 올라가는 마지막 관문을 수영장능선 정상에서 본다. 여기부터 화면 싸이즈를 조정하며 높이를 올렸다.   

 

  드디어 관악산 정상이다. 관악산 표지석 글자는 추사선생의 글자에서 뽑아낸 집자체이다.




전망대에서 보는 연주대


 
관악산 정상에서 대장은 칠산종주는 관악산 정상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삼성산까지 갈 사람은 개별적으로 가란다.
산행 초반에 무리하게 속도를 올린데다 무더위에 체력이 고갈되어 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혼자 삼성산을 오르는 호기를 부려본다. 관악산을 탈출하는 회원들과 헤어져 팔봉능선으로 갈 때가 16:30이다.
어젯밤 11시10분에 시작한 무박 산행에 많이 지치긴 했지만, 팔봉능선이 관악산의 백미이므로 어떤 경우라도 이 팔봉
능선을 포기할 수 없다. 팔봉능선을 지나쳐 관양능선으로 들어선 걸 알고 다시 뒤돌아 팔봉능선을 탄다. 


▼ 팔봉능선 가면서 만나는 암봉들이 정겹게 맞아준다










암벽 사이로 솟아오른 소나무가 한껏 운치를 더한다

  태초에 형성된 이 암벽이 영겁의 세월을 저런 모습으로 지내왔다는 게 대견하지 않은가?




이 국기봉이 팔봉을 내려가는 기준점이 되는 데, 관악산과 삼성산엔 국기봉이 11개 있다.
    요즘은 이 11개 코스를 전부 탐방하는 게 요즈음 관악산에 부는 유행이다.




▼ 7봉에 보니 전에 없던 로프를 설치하여 산행이 훨씬 쉬워졌는데, 팔봉능선 험로에 대부분 설치돼 있다  




나무와 바위가 서로를 의지한 체 외로움을 달랜다.




반신불수로 남은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

 

 

 

 

7봉을 지나면서부터 봉의 이름이 헷갈려 보고도 저 봉이 몇 봉인지 알 수 없다




무엇이 연상되는지? 누군가 눈모양을 새김으로써 그 이미지가 더욱 확고해진 느낌이다  
















어렵게 내려선 암봉 옆으로 고인돌 형상이 있기에 담아본다

 

 

 

 

왕관봉을 본다는 게 깜빡하고 지나쳤기에 건너편에서 담아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한 번 더 보는 왕관봉












 

지금까지 본 관악산의 팔봉능선은 일부분에 불과하므로 관악산의 풍광만을 뽑아 따로 올릴 예정이다. 
관악산을 끝내고 산성산 들머리를 찾지 못하다 겨우 삼성산을 올라탈 때가 19:10이다.
벌써 어둑어둑 해지는 데, 주요 등산로가 아니기에 오솔길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계곡을 지날 때 등산객에게 들은 삼성산 정상의 철탑을 기준삼아 수풀을 헤치고 올라가려니 나뭇가지에
긁히고 채인다. 팔봉능선 탈 때까지도 못 느끼던 땀이 머리를 감싼 버프에서 뚝뚝 떨어진다.
긴장된 순간을 지나 제대로 된 길을 찾았을 때 살았다는 반가움과 함께 조난의 위험은 사라졌다.
 
통신망이 설치된 철탑에서 능선을 따라 「안양 예술의전당」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너무 먼 거리다.
이미 칠흑같은 밤이라 삼막골 방향으로 끊어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한밤중이데다 초행길이라 한 군데서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끝없는 길을 돌고 돌아 관악역 근교에 있는
삼성초등학교로 하산했을 땐 벌써 21:30이다.
 
어젯밤 23:10부터 시작하여 오늘 21:30까지 22시간 20분만에 칠산종주를 마쳤다. 
일부 구간은 버스로 이동했고 삼성산을 정코스로 하산하지 않아 불완전 하다고 하겠지만,
폭염과 삼성산의 초행길을 19명의 산우 중 유일하게 종주를 마친 쾌거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 정상의 통신망 철탑은 길 없는 수풀에서 어느 방향으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지 알려준다.




한 고비 넘겨 정상 부근에서 만난 소나무가 반갑다  




정상의 통신망과 관리동
















21:30에 삼성초등학교로 하산하여 관악역에 도착함으로써 마침내 22시간 20분만에 칠산종주를 끝낸다.

 

인생의 새로움을 원한다면 극한을 극복해가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엔 무박종주 산행이 가장 적절치 않을까?
밤새워 걷는동안 자신과 자연의 끊임없는 소통, 어둠이 사라지며 하나 둘 나타나는 자연의 경이로움, 또다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맞이할 때의 감격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숨막히도록 힘든 고통과 번민을 이겨내며 무박종주를 마친다는 게 힘들고 어려운 결단이자 체험이지만 인생의
새로운 활력소라는 사실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