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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산성·고인돌·고분 등

그대, 경운기 타고 바다를 가르며 달려본 적이 있는가?

by 즐풍 2022. 10. 10.

2022_180

 

 

 

2022.9.28 (수) 오전 작업

 

 

어제 바다에서 건져 올린 꽃게 그물망의 게 따기 작업을 할 때 함께 생활하는 젊은 친구가

꽃게 그물을 건져 올릴 때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하신다.

오늘 10:00에 즐풍도 이들과 함께 꽃게 그물망 건져 올리는 작업에 참여했다..

어깨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두 대의 경운기에 나눠 타고 물이 빠진 갯벌을 달려간다.

갯벌을 지나는 경운기는 크고 작은 요철에 흔들리며 짐칸에 앉은 엉덩이를 사정없이 방아를 찧어댄다.

경운기가 전속력으로 달리며 큰 웅덩이를 만나면 엉덩이는 부서질 듯 짐칸에 내리 꽂힌다. 

아이고 이러다 골반 부서지겠네....

 

 

 

 

갯벌을 달리고 달려 4km 지점을 지나며 바닷물을 만나자 경운기는 모세의 기적이라도 만들듯 바닷물을 가르며 달린다. 

이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바닷물에 빠져 죽는 건 아닐까?

아니지, 길도 안 보이는 데 갯골에 빠지면 수영도 못하는 즐풍은 물귀신 되는 건 시간문제다....

유서라도 쓰고 오는 건데...

 

 

경운기가 수륙양용차라는 걸 처음 알았다.

어민에게도 이런 수륙양용차가 있다는 사실을 북한군이 알면 기겁할 테니 1급 비밀로 부쳐야 한다.

 

 

드디어 하차 지점이니 더 이상 갯골에 빠질 위험은 없다.

경운기 바퀴가 다 잠길 만큼 참 멀리도 왔다.

얼마나 멀리 왔냐고?

 

 

 

그래서 준비했다.

바다에서 나갈 때 가동한 등산 앱을 보면 경운기를 타고 나간 거리가 5.6km가 넘는다.

족히 40여 분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간 거리다.

그러니 고창 갯벌이 얼마나 넓은지 등산 앱으로 증명된다.

고창 갯벌은 충북 서천, 전남의 신안, 순천, 보성의 갯벌과 함께 「한국의 갯벌」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위 지도로 알 수 있듯 고창갯벌은 변산반도 코앞에서 끝난다.

앞에 보이는 산은 변산에서도 외변산에 속할 것이다.

즐풍은 저 변산을 꽤 여러 번 등산했음은 물론이요, 채석강과 적벽강도 제법 많이 다녀왔다.

이 넓은 갯벌이 고창군 소유라 오늘 이렇게 경운기로 바다를 가르며 변산반도 코앞까지 들어온 것이다.

 

막대가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꽂혔다.

각각 소유자가 다른 데 우리 팀은 왼쪽 막대에서 꽃게 그물망을 거둔다.

 

 

꽃게 그물망을 다 거뒀다.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꽃게 그물망은 거둔 뒤 새로 설치한 꽃게 그물망이다.

요놈이 바닷물에 잠기고 12시간 후 다시 들어와 그물을 다시 회수하며 꽃게를 잡을 것이다.

이렇게 바다가 존재하는 한 어민을 노다지를 캐는 셈이다.

이런 노다지라고 다 공짜가 아니다, 영업권은 돈 주고 사야 한다.

 

 

시간이 지나며 이젠 거의 완전히 물이 빠진 상태라 잠겼던 경운기 바퀴도 거의 드러났다. 

바다는 이렇게 수없이 많은 변화를 보여주며 인간에게 끝없는 지혜를 준다.

 

 

이 두 젊은이가 즐풍과 함께 고창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팀이다.

한때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하고 지금은 농업에 뜻을 두고 있다.

얼마나 순수하고 세상을 즐기는지 즐풍이 배울 게 많은 청년이다.

 

 

 

농민과 어민을 단순히 비교하면 어민의 소득이 월등히 많다. 

농사는 농번기와 농한기가 존재하나 어민은 늘 바닷일이 생긴다.

엊그제 동죽조개 캐러 나갔을 때 세 시간 동안 7~8 자루씩 캐는 사람을 봤다.

세 시간 동안의 소득이 얼마라고 얘기하진 않겠다.

조개도 성장 과정이 있으니 매일 채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이 고되고 힘들어서 그렇지 농민보다 소득이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아 참, 꽃게 그물망을 수거해온 다음 어가에서 어제처럼 게따기를 끝내고 꽃게탕을 거하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