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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 김신조굴과 의상능선

by 즐풍 2019. 12. 1.










2019.11.30. 토 07:57~16:21(전체 시간 08:23, 전체 거리 12.62km, 약 한 시간 휴식, 평균 속도 1.7km/h)  맑은 후 흐림




주말 산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관악산 육봉능선을 타기로 결정했다.

지방으로 가려니 전국적으로 날씨가 좋지 않다기에 가까운 곳으로 정한 것이다.

얼마 후 솔담님이 이번 주말엔 어느 산으로 가냐며 톡으로 물어온다.

지리산을 가려고 했으나 성원이 안 돼 산행이 취소됐다며 북한산 족두리봉에서 의상능선을 가자고 한다.

근교 산행이야 어디든 상관 없으니 그러자고 했는데, 곧이어 갯버들님도 합류하겠다고 연락을 주신다.


주말날씨로는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춥다고 해봐야 영하 1.5℃에 지나지 않지만, 첫추위이다 보니 춥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북한산이 낮다고는 하나 돌산인데다 업다운이 심해 산행을 시작하면 몸은 곧 뜨거워질 것이다.

들머리인 대호아파트는 불수사도북 종주 시 날머리로 여러 번 다녀갔어도 그 때마다 버스 정유장으로 갔기에 기억이 희미하다.

갯버들님의 기억으로 어렵지 않게 산행 들머리를 잡아 산행을 시작한다.





북한산 등산코스













족두리봉에 올랐으나 바로 정상에 오르지 않고 뒤로 돌아가 맨 위 정상 방향을 잡는다.

혹자는 이 모습이 여근석을 닮았다고 하는데, 언뜻 비슷한 느낌도 난다.

사진을 찍고 잠시 이곳에서 주변을 조망한다.




족두리봉에서 바라본 이 감시초소는 산불 감시와 족두리봉을 안전장비 없이 오르내리는 사람이 있는지 감시하기도 한다.




먹다남은 사과처럼 보이는 바위




다시 올라와 보는 족두리봉 정상




향로봉 방향으로 이동하며 바라보는 족두리봉은 아침햇살을 받아 시원한 느낌이다.




족두리봉에서 넘어와 향로봉을 가는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바로 향로봉 쪽으로 오르는 방법과 차마고도 길을 이용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가자촌능선과 연결해 가는 방법이 있다.

갯버들 님이 처음인 차마고도 길을 이용하자고 했으나 솔담님이 김신조 굴을 한 번 들리자고 해 방향을 바꿨다.

이곳까지 오다가 바로 계곡으로 치고 올라갔으면 될 걸 혹여 길을 잘못들지도 모른단 생각에 정규탐방로로 내려와 이 잣나무숲을 통과한다.

예전엔 제법 너른 공간이었는데, 잣나무를 조림한 게 이렇게 컸으니 꽤 많은 세월이 지났겠다.




기자촌능선이 끝나는 안부에서 한 고개를 넘어 다음 고개에서 우측으로 내려섰어야 했는데, 성급하게 내려섰다.

내려서서 보니 우측 봉우리에 김신조굴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다시 올라가 다음 봉우리까지 이동하기엔 시간이나 체력 낭비가 제법 클 거 같다.

길은 분명치 않지만, 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눈썰미 좋게 방향을 잡는다.

등산객이 별로 다니지 않은 데다 쌓인 낙엽과 나뭇가지가 길을 방해한다.

굴을 가린 소나무를 짐작하여 마침내 굴 방향으로 접근한다.




김신조굴에 다다르는 구간은 이런 낭떠러지를 어렵게 통과해야 만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매우 위험하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드디어 김신조굴에 도착했다.

포수동굴이란 이름도 함께 쓰는 걸 보면 아주 옛날엔 산짐승을 잡던 포수가 여기서 쉬거나 비박하기도 했나 보다.

그러다 1968년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한 이른바 1.21사태 때 이곳에서 숙영한 장소라 김신조굴로도 불린다.

아니 숙영했는지 안 했는지 몰라도 김신조 일당이 북한산 어느 굴에서 숙영한 것이 틀림없다.

한 20여 명이 어깨를 맞대고 잘 수 있을 정도의 넓이다.

잠시 후 사모바위 아래 있는 거대한 바위 아래 있는 작은 굴에 김신조 일당의 모형을 만든 걸 보기도 한다.

이곳은 사계절 어느 때라도 아늑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남향인 이 굴은 겨울에 부는 북서풍을 완벽하게 잡아줄 뿐 아니라 앞쪽으로 조망도 좋다.

앞에 비닐만 가리면 외풍도 완벽하게 잡아줘 추위를 피할 수 있고, 여름엔 시원하다.

오늘도 이곳엔 제법 두꺼운 비닐이 방치되어 있고, 천장엔 연기에 심하게 그을린 자국이 있다.

한쪽 벽면엔 사이비 종교인이 붉은색으로 흉측한 표식을 그려 놓기도 했다.







김신조굴까지 오는 두 시간 40여 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아 굴에서 쉴 겸 군것질하며 영양을 보충했다.

솔담님이 오랜만에 산행에 나섰는데도, 매주 산행한 듯 어렵지 않게 따라 왔다.

제법 힘들었을지 모르나 워낙 주력이 좋은 데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한 결과이다.

벌써 13개월 됐다는 외손녀와 지내는 즐거움을 뒤로하고 모처럼 함산하며 밀린 얘기를 나눈다.


잠시 향로봉 정상 가는 길




향로봉 단맥으로 떨어지는 구간




향로봉에서 바라본 삼각점봉




관봉에서 보는 비봉과 잉어바위




비봉 방향으로 가며 뒤돌아 본 관봉




사모바위 아래쪽 큰 바위 아래 작은 굴이 있다.

이 굴은 사모바위 V자형 동굴인데, 밖에는 안내문이 있고 굴엔 소총과 권총을 든 무장공비 밀랍 인형이 설치됐다.

안내문엔 1968년 김신조 일당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1.21사태에 대하여 비교적 소상하게 기재했다. 


내용 중엔 1월 20일 비봉 인근에서 3차 숙영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게 좀 전에 본 김신조굴이다.

다음날 이곳 V자형 동굴에서 숙영하고 나오며 자하문 근처에서 종로경찰서 검문에 불응하며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후 비봉-인왕산-의정부 방향으로 흩어지며 도주하는 과정에서 27명 사살, 3명 도주, 김신조는 체포된다. 


오늘 북한산 숙영 장소인 김신조굴과 V자형 동굴을 모두 보았다.


사모바위




사모바위에서 바라본 비봉




비봉과 사모바위




승가봉으로 오르는 길




승가봉 바위








승가봉 하산 구간




통천문 위 바위에서 바라본 문수봉 방향의 여러 봉우리

지금까지 지나온 봉우리만 해도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승가봉, 통천문이 있다.

이젠 바로 앞에 보이는 연화봉을 지나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문수봉에서 715봉, 나한봉, 나월봉,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의상봉 등 아홉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하산하게 되니 여전히 많은 부담을 가져야 한다.

쉽지 않은 산행이다.




통천문




연화봉 오르며 바라본 통천문




연화봉 오르는 구간












전에 이 안전시설로 부족했는지 아래쪽에 망 같은 게 있었는데, 최근 더 튼튼하게 새로 설치한 느낌이다.

봉을 설치한다고 구멍을 뚫을 때 흐른 물줄기 흔적이 보이고 철봉도 도색을 새로 했다.

바위를 파 계단을 만들면 좀 더 안전하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횃불바위 또는 두꺼비바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바위




문수봉에서 제일 높은 문수봉은 왼쪽이고 오른쪽은 전망바위다.

문수봉 오르기가 까다로워 사고 발생 우려로 문수봉 표지목은 전망바위에 설치되어 있다.




문수봉을 좀 더 가까운 데서 잡는다.








파노라마 기능으로 잡은 문수봉




이 잘생긴 사람은 누구지?




잠깐 솔담님과 얘기를 하다 보니 715봉에서 남장대터로 내려가고 있다.

길눈이 밝은 갯버들님이 나한봉 가는 방향이 아니라며 방향을 바로 잡는다.

갯버들님은 오랜 군 장교 경험으로 한두 번 다닌 곳을 물론 처음 가는 곳에서도 방향을 잘 잡으신다.




나한봉에서 바라보는 문수봉은 좀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나한봉 치성


치성은 성곽 일부분을 네모나게 돌출시켜 밖으로 쌓은 구조물이다.

적군의 접근을 초기에 관측하고, 전투할 때 접근하는 적의 정면이나 측면에서 격퇴하기 위한 방어 시설이다.

치성의 雉는 꿩이란 뜻으로 성곽 구조물의 생김이 꿩 머리처럼 돌출되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며,

성곽의 역할이 몸을 숨기고 주변을 살피는 꿩의 습성과 비슷해 지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곳 치성은 한양을 비롯한 한강 유역은 물론 한강 하구와 멀리 강화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안내문 편집)


지금은 성곽 복원 중이다.




에스컬레이터바위 바위를 타고 오른다.




에스컬레이터바위는 홈통을 통해 올랐다면, 내려가는 길은 불쑥 솟은 바위를 따라 가게 된다.

암수자웅이 한몸인 바위다.




증취봉에서 또 한 번 쉬고...








눈 한 쪽이 떨어져 나가 사실감이 줄어든 강아지바위




용출봉




용출봉과 의상봉








용출봉 지나 마지막 관문이 의상봉만 내려서면 오늘 산행은 끝이다.

족두리봉에서 바로 향로봉으로 건너갔으면 산행을 좀 더 쉽게 끝낼 수 있었는데, 김신조굴을 간다고 빙빙 돌아 산행이 길어졌다.

12.6km란 그리 길지 않은 등산인데도, 피로가 몰려온다.




건너편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 일대가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함께 산행하신 갯버들 님의 트랭글 거리는 약 11km 정도로 기억한다.

내 트랭글은 12.6km로 거리가 서로 다른 이유는 뭘까?

애플과 안드로이드폰의 차이인가, 아니면 통신사 차이일까?

이 블로그를 작성하며 트랭글에서 위치 업데이트 주기를 5분에서 30초로 줄였다.

전에도 30초 주기로 변경했는데, 언젠가 엡데이트를 하면서 5분 주기로 자동 변경되었다.

위치 정보를 더 짧은 간격으로 수신하면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겠지만, 이동 거리는 더 정확할 것으로 믿는다.




갯버들 님이 의상봉을 하산할 때 갑자기 오금이 아프다고 한다.

지금까지 여러 번 같이 산행했어도 오금이 아프단 말은 오늘이 처음이다.

나도 자주 무릎 통증으로 자주 고생하기에 오금이 아픈 게 남의 일 같지 않다.

오전에 김신조굴을 찾는다며 돌아간다고 무리를 한데다, 북한산 특성상 산행 내내 바위를 탔기에 무리했나 보다.

오금 통증이 일회성 단발로 끝나고 별일 아니길 기원한다.



모처럼 갯버들님, 솔담님과 함께한 산행이다.

이번 산행은 김신조굴과 V자형 동굴을 들려 자세히 관찰할 기회를 만들었다.

12km가 넘는 데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 여덟 시간이 넘는 장거리 산행이었다.

날씨가 더 맑았으면 좋았을 걸 오후에 흐렸다가 다시 벗겨지는 날씨였다.

오랜만에 산행에 나섰으나 여전히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여주신 솔담님께 감사드리며,

의상봉 하산길에 오금 통증으로 고생하신 갯버들님의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