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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 원효봉 춘향이바위 바람골 영봉

by 즐풍 2020. 1. 30.

2020_02

 

 

 

 

 

 

 

2020.01.05. 일  09:16~15:48 (전체 거리 11.17km, 전체 시간 06:32, 휴식 20분, 평속 1.7km/h)  맑음

 

 

어제 경남 거제도에 있는 산방산(山芳山)을 다녀왔다.

왕복 열 시간 이동에 산행 거리는 불과 5.6km로 세 시간 반 걸린 짧은 산행이었다.

이동 거리가 워낙 먼 곳이라 귀가 시간까지 고려해 주어진 시간은 고작 세 시간 50분

보통 산행에 주어지는 정도의 시간이었으니 적당히 주어진 시간이기도 했다.

 

오늘도 날씨가 좋아 어제의 미진했던 산행을 가까운 북한산에서 벌충하기로 한다.

원효봉과 영봉을 타면 트랭글의 북한산 12성문과 북한산 횡 종주 코스북 두 개가 완결된다.

수동 작성의 코스북이 아니라도 이런 코스북 하나씩 받을 때마다 성취감이 생겨 코스를 잡는 동기가 된다.

원효봉에서 시작해 백운봉암문을 넘어 영봉을 탄 후 인수봉을 반 바퀴 돌아 숨은벽능선으로 하산할 생각이다.

  

 

북한산 등산코스

지금까지 트랭글 홈페이지에서 지도를 다운받았으나 요즘은 잘 열리지 않는다.

폰은 화면이 제한돼 잘 이용하지 않으나 어쩔 수 없이 폰의 지도를 이용한다.

 

 

 

시구문 아래 바위에 그려진 이 그림을 보고 간혹 위치가 어디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관세 농원 방면의 효자동주민센터(버스정류장 번호: 19325(고양))에서 하차해 효자원을 통과해 320m를 오르면

북한산 둘레길 10구간과 만난다.

여기서 원효봉 가는 길로 120m 오르면 작은 도랑을 건너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 도랑에 목제 가드레일이 열려있는 곳으로 빠져 계곡으로 240m를 더 오르면 계곡 건너편에 큰 바위를 만난다.

큰 바위 벽면에 두 개의 민속신앙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 앞에 큰 소나무가 있어 멀리 선 그림을 다 담을 수 없어 소나무를 피해 가까이서 찍다 보면 일부는 잘리게 마련이다.

그 점이 좀 아쉽다.

 

 

 

결국 스마트폰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전체를 잡는다.

 

 

 

옆에 있는 그림이다.

 

 

 

다섯 분의 신령이 구름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다.

빗물에 그림이 손상되는 걸 방지하고자 그림 위에 시멘트로 물길을 돌렸다.

시멘트 위에도 그림이 있었으나 지금은 많이 변색한 상태다.

 

 

 

서암문(西暗門)

 

1711년(숙종 37) 북한산성 성곽을 축조하면서 설치한 8개의 암문 중 하나이다.

암문은 비상시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는 통로로 때로는 구원병의 출입로로 활용됐다.

주로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취약 지점에 설치하였다.

서암문은 성내에서 생긴 시신을 내보내는 문이라 해 시구문(屍口門)이라고도 불렀다. (안내문)

 

 

 

서암문 방향은 비교적 지대가 평탄해 성벽을 높게 쌓았다.

계단 오르는 게 불편해 한동안 성벽 밖으로 오르며 보는 풍경이다.

 

 

 

언젠지 모르지만, 남북 대치의 냉전시대에 성벽을 헐고 만든 벙커다.

전시엔 긴요할 수 있겠으나, 현대전에 필요한 벙커를 만들기 위해 역사적 유물인 성벽이 훼손됐다.

 

 

 

불과 6개월 만에 쌓은 성벽이라도 레고를 맞추듯 석재를 잘 다듬어 완성도가 높다.

큰 돌의 홈은 바위를 쪼개기 위해 홈을 내고 나무를 박은 다음 물을 붓고 얼면 부피가 팽창해 나무가 쪼개지게 된다.

관심 있는 사람은 북한산에서 아직도 이런 홈이 있는 큰 바위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적당한 위치에 있는 낮은 성벽을 넘으며 정규 등산로에 진입했다.

 

 

 

원효암(元曉庵)

 

신라의 고승 원효가 정좌 수도하기 위해 세운 암자

조선 숙종 39년(1713) 북한산성 축성 후 산성의 수비를 위해 승대장 성능(性能)에 의해 12칸 규모로 중창 보수되었다.

6.25 전쟁 중 부분 소실된 것을 1995년 복원한 관음 기도 도량이다. (안내문)

 

 

 

 

 

 

 

 

법당을 지나 안쪽으로 긴 통로로 들어오면 약수가 나오는 절벽이 있다.

이곳에 석조 사천왕과 한쪽에 산신각, 불도 석상이 있다.

 

 

산신각

 

 

 

산신각을 지나 암봉을 타고 바로 원효봉으로 오를 생각이었으나 그러자면 원효봉에서 가장 명물인 전망대를 놓친다.

하여 중간에서 끊어 바로 능선으로 오른다.

 

 

 

처음 이 바위를 보는 순간 너무 똑바로 각진 바위라 시멘트 구조물로 생각했다.

무슨 용도일까 궁금해 봤더니 바위가 칼로 자른 듯 가지런한 자연석이다.

 

 

 

어느 바위 전망대에서 본 아래쪽 바위

 

 

 

원효봉 정상에서 약 100m 전에 있는 이 전망대가 가장 멋지게 나오는 풍경이다.

이 전망대와 북쪽 면 아래에 있는 허준굴, 원효봉 정상, 원효암, 북문, 원효봉에서 바라보는 백운대 방향의 풍경이 멋지다.

 

 

 

원효봉에서 바라보는 백운대 방향

 

 

 

원효봉(元曉峯)

 

북한산성은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를 연결해 쌓은 산성으로 길이는 11.6km로 내부 면적은 5.3㎢에 달한다.

북한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후 한양에 있는 도성의 외곽을 지키기 위해 쌓은 것이다.

산성 공사는 1711년 4월 3일 시작하여 6개월 만인 10월 19일에 끝났다.

삼군문(훈련도감·군위영·어영청)이 각각 영역을 분담하여 성을 쌓은 결과다.

성벽은 평지, 산지, 봉우리 등 지형에 따라 높이를 달리 한다.

성벽 높이를 지형에 따라 달리한 점, 성문의 여장(공격과 방어를 위해 낮게 쌓은 담)한 장의 돌로 만든 점,

옹성과 포루를 설치하지 않은 점, 성곽을 이중으로 쌓아 보강한 점 등은 다른 산성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원효봉은 해발 505m의 봉우리로 아래쪽 원효암에서 유래했다.

원효봉 정면에서는 장대(군사 지휘본부) 중 훈련도감의 지휘소인 북장대 터가 보인다. (안내문)

 

 

 

산성을 등에 진 곰돌이

 

 

 

염초봉과 백운대의 위용

 

 

 

북문이다.

동장대, 대동문, 대성문, 대남문, 중문, 대서문은 복원되었는데, 이 북문과 남장대, 북장대는 방치되었다. 

산성 안쪽의 행궁도 복원되면 좋겠지만, 굳이 복원할 이유는 없다.

물론, 남장대와 북장대도 굳이 복원할 필요는 없으나 이 북문은 대북문이란 이름으로 복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운사를 지나 대동사로 이동하며 다시 보는 염초봉도 몇 번을 잘 오르내렸다.

이젠 책바위를 릿지로 오르내리기 힘들어 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동사 경내를 지나며...

 

 

 

백운봉암문으로 진행하다 왼쪽 염초봉이 멋지게 보여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길 없는 구간을 오른다.

한참을 나무숲을 뚫고 오른 다음에 사진을 잡았다.

좀 전 대동사 방향에서 찍은 매끈한 염초봉과 달리 이쪽 면은 굴곡이 많다.

말바위에서 암봉은 빠르게 떨어지고, 우측 능선 하나하나 밟고 지나갔던 기억이 머리에 스친다.

 

 

 

멀리 보이는 원효봉

 

 

 

더 폭 넓게 잡은 염초봉능선

 

 

 

염초봉능선으로 들어갈 때 처음 만나는 수문장이다.

 

 

 

멀리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휘날리는 태극기도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 파랑새능선과 약수암릿지가 만나 백운대로 향한다.

 

 

 

백운대 서벽밴드에 걸린 와이어로프가 오른쪽 중상단에 살짝 보인다.

와이어가 너무 가늘어 다소 불편하고, 발 디딤대가 없어 다소 켕기는 구간이다.

 

 

 

파랑새능선의 장군봉

 

 

 

파랑새능선과 약수암릿지, 백운대 한눈에 모아 보기

 

 

 

백운대와 우측 말바위

전엔 약수암에서 마른폭포를 지나 여우굴을 통과한 다음 백운대로 올라갔던 추억이 있다.

지금은 백운대로 오르는 와이어가 걸린 쇠말뚝을 제거해 더 오를 수 없는 게 아쉽다.

 

 

 

 

염초봉으로 오르는 봉우리

 

 

 

장군봉은 좋겠다. 

자나 깨나 맨날 춘향이 엉덩이를 훔쳐보니...

 

 

 

춘향이바위, 아이고 부끄러운 거...

 

 

 

대동사나 이쪽으로 오르며 보던 매끈한 염초봉은 더 보이지 않는다.

동남쪽은 바위가 매끈하고 북서쪽은 많은 부분이 나무로 가렸다.

 

 

 

가까이서 본 파랑새능선의 장군봉

 

 

 

염초봉능선을 따라 파랑새능선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워낙 험준한 곳으로 북한산성이 낮게 축성했다.

장군봉에서 파랑새능선으로 이어지는 산성도 그저 무릎 정도의 높이밖에 안 된다.

그나마 바람골로 빠지는 산성은 오래전에 허물어진 채 방치됐다.

성벽을 넘어 내려서자 바람골은 북사면이라 눈은 얼어붙어 미끄럽다.

아이젠을 지참하지 않아 스틱을 이용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바람골로 내려가며 보게 되는 건너편 숨은벽능선의 암릉

 

 

 

숨은벽능선 상단에 올라서서 백운대로 오르는 호랑이굴을 품은 암릉을 바라본다.

아직 호랑이굴을 오르지 못했다.

 

 

 

방금 지나온 파랑새능선의 장군봉

 

 

 

숨은벽능선 정상에서 숨은벽능선을 조망한다.

 

 

겨울철엔 인수봉 암벽 타는 것을 금지했나 보다.

평소엔 전국에서 모여든 암벽 꾼들로 북적거릴 텐데, 사람은커녕 개미 새끼조차 보이지 않는다.

 

 

 

더 멀리 땡긴 전망바위와 영장봉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

 

 

 

더 땡겨 보면 날씨가 풀려선지 백운대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객이 여전히 많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훌륭한 명산을 언제든 탈 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는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영봉도 이제 멀지 않다.

저 영봉에서 왼쪽으로 흘러내린 능선을 타고 시루봉으로 하산할 생각이다.

 

 

신랑신부바위

 

 

 

백운산장 뒤에 있는 백운암

 

 

 

 

북한산을 찾는 산악인들의 쉼터였던 '백운산장'이 95년 만에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에 많은 산악인이 아쉬워한다는 소식입니다.
우리나라 1호 산장이자 국립공원 내 유일한 민간 산장이죠?
북한산 백운산장인데요.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으로 가는 길목에 1924년에 오두막 형태로 처음 들어선 뒤 무려 95년간 3대에 걸쳐 운영된 곳입니다.
역사가 얼마나 깊은지 산장 현판은 전설적인 마라토너 손기정 옹의 친필이라고 하는데요.
한 세기 가까이 백운산장은 산악인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요깃거리 등을 판매하고,

새벽 등반에 나서는 산악인들이 잠시 쉴 수 있는 베이스캠프로 이용됐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92년 화재로 소실됐던 백운산장은 1998년 기부채납 조건으로 신축 허가를 받은 뒤, 국

유지인 현재 위치의 백운산장 토지를 20년간 사용한 뒤 국가에 내놓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퇴거 요청에도 불구하고 소송전으로 비화했던 백운산장에 대해 법원이 공단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백운산장 시설이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산장이 있던 자리는 산악구조대가 상주하는 건물로 새롭게 리모델링 된다고 하네요. (2019.12.3. MBC 뉴스)

 

리모델링 후에 1층은 산악 사진 전시와 휴게 공간으로 활용하고,

2층은 "북한산국립공원 특수 산악구조대"가 북한산에서 발생하는 산악 사고를 구조할 예정이다.

 

식당으로 운영되던 1층 현관엔

"안내 말씀 드립니다.

 백운대피소는 기부채납에 따라 국가에 귀속되었으며 안전진단 및 정비를 위해 임시 폐쇄하였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 여러분의 휴식처이자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찾아뵙겠다."란 문구가 붙어있다.

공익으로 제공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인수암으로 내려가며 바라보는 인수봉

저 모양에서 아기를 업은 모습을 연상했는지 예전엔 부아악(負兒岳)이라고 했다는데, 

즐풍이 볼 땐 뱀이 바위를 넘는 모습이다. 

 

 

 

어제 거제도 산방산은 남해 바닷가에 위치해 미세먼지가 별로 없었는데,

북한산은 서울 도심에 위치하다 보니 조금만 멀고 역광이면 미세먼지로 사진이 별로 좋지 않다.

 

 

 

드디어 영봉에 도착해 전망바위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이런 바위가 조망된다.

아래쪽 전망바위엔 예전에 비석을 세웠던 자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추모비였겠단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인수봉을 오르내리다 산화한 영령들을 기리던 장소라 영봉(靈峯)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북한산 도처에 있던 추모비는 도선사 뒤 한 쪽에 마련된 추모공원으로 전부 이전되었다. 

 

 

 

앞서 올라오던 등산객이 영봉에서 의도치 않게 포즈를 취해 사진을 남긴다.

그분이 인증사진을 찍어달라기에 몇 장 찍어드리고 이내 시루봉으로 하산하다.

 

 

 

앞쪽은 상장능성의 9봉인 왕관봉이고,

그 뒤로 왼쪽부터 도봉산 오봉과 오봉산, 칼바위, 신성봉,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이 한꺼번에 조망된다.

도봉산을 이렇게 한눈에 조망하는 장소도 별로 없겠다.

 

 

드디어 만난 시루떡바위

시루봉이 있는 바위 아래로 내려서려는데, 서리가 살짝 있어 미끄럽겠단 생각에 조심스럽게 내려섰다.

사실, 서리는 없었으나 두 달 전 월출산에서 추락한 이후 산행은 더욱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이 바위에서 저 큰 바위로 지나가는 연결 부위는 사진과 달리 다소 가파르고 위험하다.

방금 시루떡바위에서 내려설 때 조심했듯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조심 내려섰다.

 

 

 

좀 전에 조심조심 내려선 곳을 다시 보면 이렇게 경사진 곳으로 양쪽은 천 길낭떠러지다.

 

 

 

멀리서 잡은 시루떡바위 전경

 

 

시루떡바위에서 내려서면 숨은벽능선으로 넘는 방법과 군부대를 통과하는 방법이 있다.

숨은벽능선으로 가자니 거리가 너무 먼데다, 또 봉우리에 올라가야 하는 부담으로 포기한다.

새해 벽두부터 군부대를 무단 침입하기가 무례하여 앞쪽 산으로 돌고 돌아 하산했다.

어제 부족한 산행을 벌충한다고 나선 산행이 좌충우돌하다 보니 극한의 산행이 되었다.

이렇게 새해 두 번째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