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3. 토 12:47~16:57(등산 시간 04:10, 전체 거리 9.3km, 평균 속도 2.3km/h) 맑음
어젯밤 무박으로 속리산 문장대를 올라 암릉미 수려한 관음봉을 거쳐 묘봉으로 내려가려던 산행은 성원 부족으로 불발되었다.
대신 희망자만 새벽에 복정역에서 승용차로 이용하기로 했으나 제시간에 갈 엄두가 안 나 포기했다.
대타로 여러 곳을 물색하다 장흥에 있는 천관산도립공원으로 낙점했다.
천관산은 2016년 12월 초 선인봉을 거쳐 환희대에 오른 후 정상인 연대봉을 가지 않고 그 중간 능선으로 하산했다.
연대봉에서 떨어지는 양근암이 있는 능선보다 닭봉에서 금수굴로 내려가는 능선이 더 멋져 보여 금수굴로 바로 내려간 것이다.
금수굴로 하산하다 중간에 양근암으로 바로 건너뛸 생각이었으나 숲의 잡목이 워낙 무성해 건너갈 수 없었다.
정작 천관산은 다녀왔으나 정상을 밟지 못하고 천관산의 자랑거리인 양근암도 못 본 절름발이 산행이었다.
사실, 정상인 연대봉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일 만큼 특별히 볼 건 없다.
연대봉 주변의 억새가 유명하지 않냐고 하면, 이보다 더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신불산과 간월재의 억새를 이미 2주 전에 실컷 봤다.
천관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구룡봉에서 바라보는 환희대 일대의 암릉 풍경이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 중간능선에서 건너편 양근암까지 건너뛰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거 같아 구룡봉은 생략했었다.
결과적으로 양근암은 보지도 못하고 하산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았다.
이번엔 그때 보지 못한 구룡봉에서 천관산의 진죽암과 여러 암릉의 비경을 살핀 후 정상인 연대봉을 찍는다.
먼발치에서 조망하던 서해바다의 풍경도 한 발 더 다가서서 좀 더 가까이 본다.
조물주의 장난인 양 제법 사실적으로 묘사된 양근암도 자세히 담아본다.
천관산 등산코스
가을 단풍을 보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정 때문인지 몰라도 외곽도로를 타고 송내로 가는 길은 계양ic부터 꽉 막혔다.
이곳은 평소 계양ic부터 장수IC까지 악명 높은 곳인데, 대화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백석을 거쳐 송내에서 마지막으로 회원을 탑승시킨다.
2년 전 일산의 다른 산악회에서 갔을 땐 12부터 산행을 했는데, 이번엔 12:46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버스는 다섯 시간 40분만인 12:20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점심때라 아는 사람이 없어 혼자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산행한다.
이 팔각정으로 오른 후 장천재 앞으로 길을 내 대세봉 방향으로 오른다.
대장은 천관산은 그리 어려운 코스가 아니고 코스는 8km로 짧아 네 시간이면 충분하나 네 시간 30분 준다고 한다.
난 "이곳을 전에도 왔으나 그때 구룡봉을 오르지 못해 다시 왔으므로 다섯 시간을 달라."고 하자 마지 못해 다섯 시간 준다.
일산에서 이곳까지 거의 여섯 시간을 달려왔으니 올라갈 때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시간을 빡빡하게 제시한 것이다.
귀가 시간이 좀 늦더라도 워낙 멀어 다시 오기 힘든 곳이니 이번에 완벽하게 천관산의 비경을 잡아내야 한다.
천관산 도립공원
천관산은 1998년 10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신비의 영산(靈山)이다.
연대봉, 구정봉, 천주봉, 구룡봉, 환희대 등 30여개의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이 산은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가운데 하나로 수려한 암릉은 물론 억새가 일품이며 그림같은 다도해를 조망하기도 좋다.
이 코스의 첫머리를 장식한 이 선인봉에서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어느 부부가 올라왔다.
그림이 좋다.
정상과 연결된 능선에 대세봉과 천주봉이 천(天)자의 면류관(冠)처럼 실루엣으로 보인다.
저 암릉으로 인해 천관산(天冠山)이란 이름이 생긴 것이다.
종봉에서 폰카로 잡아낸 구정봉 일대
왼쪽이 신상봉 오른쪽은 홀봉
미륵바위라고도 하는 종봉이다.
이 봉을 올라오는 나무계단은 고정이 잘 되지 않았는지 흔들거리는 게 다소 불안하다.
홀로 높이 솟았다고 홀봉인가.
대세암 뒤로 했빛이 찬란하게 쏟아지니 천관산에선 역시 대세암이 대세다.
대세봉
관음봉 위쪽에 있으며 천관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큰 벽이 기둥처럼 서서 하늘을 찌르니 보기엔 늠연하여 가히 우러러보지 못하여 나는 새조차 오르지 못한다. (안내문 편집)
워낙 큰 바위이나 가로가 아니라 세로 방향에서 그것도 너무 가까워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하여 찍다 보니 작게 나왔다.
대세봉을 찍고 좌측으로 돌아갔어야 했으나 사람들을 따라 우측으로 돌아가 그 위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대세봉 옆 보현봉도 폰카로 축소해 겨우 전체를 잡아낸다.
보현봉과 대세봉 사이의 암봉
선인봉, 종봉, 노승봉
좀 더 멀리 다른 방향에서 잡은 대세봉
당번(幢幡)·천주봉(天主峯)
큰 바위를 깍아 기둥으로 만들어 하늘에 세운 거 같다.
사찰에선 깃발을 달아놓는 당주(당번)라고 한다.(안내문 편집)
천주봉을 올라가니 얼마나 높은지 이렇게 한참 아래쪽에서 올려다 보는 모습이 보인다.
멀리서 다시 잡은 대세봉의 일부인 천주봉이 왼쪽 하늘을 받치고 있다.
구정봉 일대는 후에 자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산 위에 여러 바위를 아름답게 만들 조물주 들이 천관산에서 내기를 벌였나 보다.
설악산만큼 거대하고 장엄한 크기는 아니다.
가까운 원출산 만큼 암릉 구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하나하나 들어선 암봉이 잘 생긴 꽃만큼 예쁜 게 사실이다.
조물주의 작품이 그냥 생긴 게 아닌가 보다.
책바위가 있는 환희대 뒷모습
환희대 앞에서 대목 보는 아이스께기 장사
구룡봉(九龍峯)
아육탑 서쪽 정상에 있다. 돌사다리를 조심스럽게 오르면 정상은 30~40m의 비교적 넓고 평평한 바위다.
그 정상에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물웅덩이엔 물이 고여 있다.
마침 뒤따라 온 여성 세 명이 물웅덩이에 올챙이가 살고 있다며 꼭 살아남기를 염원한다.
갯버들님이나 도솔님도 이곳 천관산을 각자의 일정으로 다녀갈 때 이곳에서 찍은 풍경이 너무 멋졌다.
지난번 나 혼자 왔을 때 중간능선인 금수굴이 있는 능선의 암봉이 멋져 서둘러 내려가다 보니 구룡봉을 놓쳤다.
금수굴에서 건너편 양근암으로 가려던 생각은 길이 없는 바람에 양근암까지 놓치는 우둔한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오늘 구룡봉에서 진국봉 일대나 아육탑 등 주변의 멋진 풍경을 이제야 보기 위해 천관산을 다시 찾은 것이다.
환희대에서 구룡봉까지 600m를 왕복해야 하므로 멋진 풍경은 올라올 때 카메라에 담기로 하고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구룡봉 정상은 이렇게 넓적한 바위가 제법 많은 면적을 차지한다.
구룡봉 물 웅덩이는 수십 개나 될만큼 많고 어떤 웅덩이는 두세 명이 들어가 누울만큼 큰 웅덩이도 있다.
구룡봉 아래 남쪽으로 뻗은 능선의 암봉
저쪽 웅덩이에 올챙이가 살고 있다며 신기해 하는 여성들
진죽봉에서 내려가는 능선의 암봉
오른쪽 하단의 3단 바위가 아육왕탑이다.
진죽봉(鎭竹峯)
거대한 기둥같이 대장봉 중대위에 홀로 우뚝 서 있는데, 자그만 조각돌로 그 밑을 고인 게 마치 사람이 만든 것 같다.
처음 올라올 때 많은 명품 바위를 봤으나 이 진죽봉도 범선의 돛단배 같은 느낌이 난다.
불가에 전해지는 전설엔 관음보살이 불경을 돌배에 싣고 이곳에 와 쉬면서 그 돛대를 여기에 둔 것이라고 한다.
구룡봉에서 보던 풍경은 위로 올라오면서 여러 암봉이 겹쳐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구룡봉에 오지 않았다면 구룡봉에서 이곳까지의 풍경은 건너뛰어야 한다.
대세봉 일대의 구정봉 구간도 멋지지만, 이곳 진죽봉 일대의 암릉 구간도 그에 못지않을 만큼 멋진 구간이다.
두어 칸 더 올라와 다시 보는 진죽관은 미세하나마 조금 다른 모습이다.
구룡봉에서 올라올 때 보았던 진죽봉으로 다가서며 다시 보는 구룡봉
진죽봉 맨 우측의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찍은 구정봉 일대
구정봉(九精峯)
당번봉(幢幡峯), 비로봉 등 구봉의 정기가 이곳에 있어 구정봉이라 한다.
바위에 기둥은 세워 당번봉이 되었으며 돌샘이 기이하게 흐르고 사방에 병풍을 두른 것 같다.
신령스런 기운이 사람들에게 스며들어 자연히 정신이 맑아지고 생각이 안정된다.
비구니가 이 암자에서 공부할 때 문밖 돌 틈에 심은 자주색 대나무에 맑고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다.
그 당시 고생하며 옮겨 심은 뜻은 창 앞을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듣고자 함이었다. (안내문 편집)
한 칸 아래까지 폭넓게 잡은 구정봉
먼 풍경은 옅은 안개가 끼어 다소 탁해 보여도 가까운 구정봉은 뚜렷하게 보이는 가을 날씨다.
2년 전에 왔을 땐 벌써 12월이라고 낙엽이 다 진 뒤라 다소 황량했던 풍경과 달리 오늘은 억새나 풍경 모두가 좋다.
환희대(歡喜臺)
책바위가 네모나게 깎여져 서로 겹쳐있어서 만권의 책이 쌓여진 것 같다는 대장봉 정상의 평평한 바위다.
이곳에 오르는 자는 누구나 성취감과 기쁨을 맛보게 되리라! (안내문)
암릉구간의 마지막 바위인 환희대를 지나 이제부터 억새군락이자 천관산 정상인 연대봉으로 이동한다.
뒷쪽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연대봉이다.
뒤돌아 본 환희대 일대
천주봉과 대세봉
다시 오고 싶어도 차가 밀리면 거의 여섯 시간 걸리니 이제 당분간 천관산은 잊어야 한다.
서양 속담에 이르길,
"판단력 부족으로 결혼하고,
인내력 부족으로 이혼하며,
기억력 부족으로 재혼한다."고 했는데, 이곳에 다시 온다면 내 차량 이동의 지루함을 까맣게 잊을 때다.
봉우리 하날 넘자 이제야 보이는 연대봉
지난주 일요일인 10월 7일 이곳에서 제25회 천관산 억새축제가 있었다.
일주일 만에 등산객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오늘은 등산객이 많지 않아 산행하기 딱 좋은 날이다.
천관산 정상인 연대봉
연대봉(煙臺峯)
옛 이름은 옥정봉(玉井峯)이며 천관산 정상이다.
고려 의종왕(1160년) 때 봉화대를 설치하여 통신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봉수봉(烽燧峯) 또는 연대봉으로 불렀다.
멀리 보이는 3면이 다도해로 동쪽은 고흥의 팔영산, 남쪽은 완도의 신지 고금 약사도 등이 그림처럼 펼쳐있다.
맑은 날엔 남서쪽 중천에 한라산이 보일 뿐 아니라 해남의 대둔산, 영암 월출산, 담양 추월산도 보인다.
억새는 가을이 여물어 가는 9월 중순께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에 그 장관을 이룬다.
그 색깔은 햇살 강도와 방향에 따라 하얀색이나 잿빛을 띤다.
가장 보기 좋은 흰색은 태양과 억새가 45도 이하를 이루며 역광을 받을 때이므로,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태양을 안고 바라보아야 그 모습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단풍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빛깔’로 산야를 하얗게 뒤덮은 억새는 깊어가는 가을 산을 ‘가을의 심연’으로 이끈다.
청동빛의 가을하늘, 소슬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물결을 헤치며 걷는 가을 산행은 또 다른 운치를 느끼게 한다. (천관산 억새재 홈피 인용)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능선이 부드럽다.
뒤쪽으로 올라오던 능선의 무리진 암봉에 여전히 눈길이 머문다.
연대봉 봉수대에 올라가 하산할 능선을 바라본다.
다도해를 메꾼 간척지엔 잘 영근 벼가 누렇게 익어 수확을 기다리니 풍요로운 가을이다.
하산하며 다시 보는 연대봉
그러고 보니 오늘은 렌즈에 태양이 자주 잡힌다. 햇빛이라 어림짐작으로 셔터를 눌렀는데, 그런대로 잘 나왔다.
자로 잰듯 일직선으로 뻗은 간척지 제방
정원석
흡사 잘 지은 집의 정원석으로 꾸며도 좋을 만큼 멋진 돌이라 정원석이란 이름이 생겼다.
사모봉
천관산의 명물인 양근암이다.
건너편 능선에 여성을 상징하는 금수굴을 마주 보고 있으니 자연의 오묘한 이치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양근암이라 일부러 길게 뺐다.
아래 사진은 2017년 2월에 다녀온 제천시 청풍면에 있는 동산의 남근석이다.
세상에게 가장 잘 생긴 남근석이 파란 하늘을 뚫고 우뚝 선 모습이 장관이다.
지금까지 내가 모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남근석 모음집 보러가기 ☞ http://blog.daum.net/honbul-/1049
삼형제바위?
천관산 마지막을 장식할 선바위
버스에서 내려 혼자 점심을 먹고 오르려니 이미 회원들은 한참이나 올라간 뒤다.
어렵게 회원들을 일부 따라잡았지만, 그들은 구룡봉은 염두에도 없이 유유자적 산행을 즐길 때 나만 홀로 구룡봉을 다녀왔다.
구룡봉뿐만 아니라 오를 수 있는 바위는 다 오르며 천관산의 풍경을 멋지게 잡아내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 네 시간 넘게 산행하는 동안 쉬는 것은 주변 풍경을 조망할 때 잠깐 서 있는 정도였다.
다섯 시 반까지 주어진 시간보다 30여 분 일찍 도착해 긴 수건으로 간단히 몸을 씻고 환복을 해도 얼마간 시간이 남았다.
귀가 시간이 나 때문에 30분 늦어 함께한 회원들에게 다소 미안하긴 했으나 다시 오기도 어려우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언젠가 기회가 되어 다시 온다면 또 다른 코스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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