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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의 비경 파랑새능선과 염초봉능선

by 즐풍 2019. 6. 12.









2018.06.23. 토 07:35~15:56(전체 시간 08:21, 전체 거리 9.03km, 휴식 시간 03:16, 평균 속도 1.8km/h)  다소 흐림



북한산엔 수많은 비경이 존재하나 누구나 다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경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혹여 안다고 해도 여러 사정에 의해 갈 수 없는 곳이 많다.

누군가 금단의 문을 열고 비경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의 고난은 비로소 시작된다.

비경을 안 가 본 사람은 많으나 한 번 발을 담그기 시작하면 또 다른 비경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오늘은 멀리 인천에 계신 갯버들님의 제안으로 파랑새능선을 타고 올라가 염초봉능선으로 하산하게 된다.

파랑새능선이나 염초봉능선 어느 곳 하나라도 쉬운 곳은 없다.

숨은벽능선 남쪽 능선의 어금니바위와 장군봉을 지나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로 올라가는 능선이 파랑새능선이고,

원효봉에서 백운대 방향으로 북문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염초봉은 장군봉 윗 지점인 파랑새능선과 만나면서 소멸한다.

 

파랑새능선에 올라서면 숨은벽능선의 해골바위 위 전망바위부터 숨은벽까지 이어지는 암릉구간의 풍경에 눈이 부신다.

더 멀리는 북한산 상장능선은 물론 도봉산 오봉과 자운봉 등 주요 봉우리가 전부 조망된다.

파랑새능선에서 염초봉능선으로 건너가는 길에 삼삼한 춘향이바위의 엉덩이에 눈길 한 번 주고 이내 염초봉과 마주하게 된다.

송곳을 세워놓은 듯 우뚝한 염초봉에 압도되는데,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북한산성을 쌓은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파랑새능선~염초봉 등산코스



갯버들님과 여덟 시에 만날 시간에 맞춰 막 식사를 하려는 데, 주차장소가 지난번 만났던 그 장소가 맞냐고 묻는 전화가 온다.

아내분인 오스칼님이 도봉산 선인봉 암벽 등반모임이 있어 함께 오다 보니 조금 일찍 도착한다고 한다.

서둘러 식사를 하고 약속 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해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처녀, 총각폭포는 물이 말라 졸졸거리며 흘러 볼품이 없어 찍은 사진은 아예 올리지 않는다.

원길을 따라가면 돌아가기에 바로 계곡을 치고 올라가다 보니 파랑새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놓쳤다.

전망이 트인 비탈에서 방향을 확인하고 또 다른 샛길을 찾아 파랑새능선으로 접어든다.


첫 번째 이정표인 홈통바위를 만나며 본격적인 파랑새능선의 미션을 수행한다.




어느 정도 파랑새능선을 잡아타면 왼쪽으로 숨은벽능선이 잡힌다.

해골바위와 전망대, 개미바위가 보이고 영장봉은 통신탑에 가려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가파르고 긴 바위를 자주 릿지를 하며 오른다. 그래봐야 아직은 몸풀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릿지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전신운동이 필요한 지점이다.

이 바위만 오르면 바로 눈앞에 코끼리 바위를 볼 수 있고, 숨은벽능선을 지나 도봉산까지 일망무제로 펼쳐진 조망도 즐길 수 있다.




코에 잔뜩 흙이 묻은 코끼리바위




잠시 후 넘어가게 될 건너편 염초봉 말바위와 파아노바위, 책바위가 함께 잡힌다.



함께한 갯버들님 작품




숨은벽능선의 일부로 여기도 전망바위다.



옅은 검점색 실선을 그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데, 조금 고소감은 있으나 크게 어렵지 않다.

중간에 홈이 있어 오르는 데 크게 불편은 없다.



좀 더 높은 곳에 도착하니 숨은벽능선 통신탑 뒤로 영장봉이 보이고, 더 뒤로는 북한산의 마지막 경계인 상장능선이다.

상장능선 뒤로 도봉산의 여성봉과 오봉이 늘어섰고, 관음봉 뒤로 사패산 정상까지 눈에 잡힌다.

날씨만 좋다면 일망무제로 끝없이 펼쳐질 산군이 다소 침침하게 보인다.




멀리 조망되는 도봉산 오봉을 갯버들님 망원렌즈로 당긴 것이다.



왼쪽 코끼리바위 위 전망대에서 잠시 쉬고 좀 전에 봤던 바위를 오르고 있다.



갯버들님 작품




왼쪽 어금니바위는 나중에 높은데서 보기로 하고 바위 사이에 아기고래바위가 앙증맞게 보인다.




어금니바위 잇몸을 맛사지하듯 잡고 통과하는 갯버들님  




파랑새능선의 명물인 어금니바위다.

많은 세월이 흘러 먼지가 쌓이다 보니 검은색이 착색돼 충치가 생겼다면 놀림을 받기도 한다.

치과 의사단에서 충치 제거 좀 해주소...




의성컬링단이 오면 좋아할 컬링 모양의 바위다.








파랑새능선의 하일라이트인 장군봉




이 소나무로 내려가거나 한 칸 위에서 소나무 위쪽으로도 내려가는 길이 있으나 오늘은 이곳으로 내려간다.

다소 경사가 있어 내려가는 게 만만치 않으나 어렵지 않게 내려간다.



파랑새능선 장군봉을 우측으로 돌아 염초봉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춘향이바위다.

염초봉이 이 춘향이바위를 지나 장군봉과 만나며 소멸하는 데, 소유권은 파랑새능선이 갖고 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다.



건너편 노적봉




장군봉을 배경으로 근사하게 생긴 털중나리가 화려한 자태를 멋지게 뽐낸다.

한 줄기에서 이렇게 꽃이 피고 몽우리가 맺히는 온전한 형태의 들꽃을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 일이라고 한다.

오늘 산행에서 유독 많이 털중나리를 보긴 했어도 가장 아름다운 자태다.

귀한 사진을 보내주신 갯버들님께 감사드린다.  




본격적인 염초봉능선에 들어선다.

숲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오르는 길 우측에 북한산성을 쌓았다.

워낙 험한 곳이라 높이 쌓지 않았어도 한 사람이 수십 명을 대적하기 쉬운 곳이다.



염초봉 오르며 바라보는 백운대 방향

내가 장군봉이나 파랑새능선, 춘향이바위, 약수암릿지, 백운대 등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하나의 바위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름을 불러주자 비로소 북한산의 명물이 되었다.



앞쪽 가운데 불쑥 솟은 바위가 어금니바위다. 이 무지막지한 구간이 파랑새능선이다.



드디어 염초봉 정상에서 내려가야 할 방향의 말바위와 책바위를 바라본다.

30명 암벽꾼들이 염초봉에서 릿지 실전을 익히고 있다.

지금까지 이 구간을 다니며 가장 많은 등산객을 만난 날이기도 하다.






이 사람들이야 제대로 된 장비를 갖고 하강을 하지만, 난 지금껏 이 책바위의 갈피에 생긴 홈을 이용해 맨몸으로 올랐다.

우측 크랙을 이용해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있으나 난 오로지 가운데 책갈피만을 이용해 오르내렸다.

가운데 내려오는 사람을 기준으로 높이를 가늠하면 대략 7~8m 정도는 되어 보인다.



이 사람들이 얼마간 내려왔을 때 저 위를 봐주는 사람에게 양해를 얻어 자일을 타고 올랐다.

지금까지 여러번 염초봉을 타면서 자일을 쉽게 책바위를 오르긴 처음이었다.



책바위를 지나 내려가야 할 방향



원효봉 북문에서 올라오는 염초봉 들머리에 자일을 이용해 오르는 사람들



책바위를 떠나기 전 피아노바위와 말바위 갈림길에 선 사람들을 잡아본다.

이렇게 사람들이 바위를 점하므로써 바위의 높이나 경사도가 훨씬 잘 나타난다.






염초봉을 말없이 지키는 이 소나무는 여기서 보는 게 가장 멋진데, 거리가 너무 멀어 선명도가 한참 떨어진다.

잠시 후 내려가서 찍어보지만, 방향이 좀 틀어져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왼쪽 원효봉, 가늘게 실선으로 연결된 흰색이 북한산성이다.



책바위 뒷쪽




좀 전에 보았던 것으로 염초봉에서 가장 멋진 소나무다.

좀 더 왼쪽에서 찍으면 더 멋진 모습이겠으나 바위에 막혀 공간이 없는 게 아쉽다.




책바위를 넘으려는 등산객




염초봉을 하산하며 바로 원효봉 북문 쪽으로 하산해 허준굴을 가기로 했으나 깜박 길을 놓쳤다.

결국, 허준굴은 포기하고 중간에 허준굴 방향으로 난 길이 있을까 왼쪽 길을 이용해 하산했으나 더 이상 굴로 가는 길은 없었다.

하산길에 보는 파랑새능선과 백운대 일원



얼마큼 내려오다 계곡에 난 마당바위에 잠시 누워 쉰다는 게 한 30여 분 잘 흐른 거 같다.

오늘 산행은 쉬엄쉬엄 쉬며 걷다 마을을 만나 식당에 들어간 게 마침 주말이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막국숫집인데 번호표를 받아 20~30분 만에 겨우 자리를 잡고 먹는데, 육수가 제법 맛있다.

보통 막국수나 냉명의 밍밍한 그래서 백석이 자신의 시에서 표현한 대로 '슴슴한' 맛이 아니라 또 먹고 싶은 맛이다.

이 식당은 서울에서 2003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나 그놈의 임대료 때문에 여러 번 자리를 옮겨 이곳까지 오게 됐다.

밖에서 기다리는 테라스에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며 자기는 언제 임대를 벗어날까 하는 푸념의 글이 적혀 있기도 하다.

새롭게 맛집을 하나 알게 된 셈이다. 갯버들님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먼저 계산해 맛있게 먹었다.





 

쉬엄쉬엄 쉰다는 게 트랭글에서 알려준 휴식시간이 세 시간을 넘었다.

파랑새능선이나 염초봉능선 어느 곳 하나 쉬운 곳이 없으니 체력 소모가 많은 곳이다.

그러니 다른 곳보다 휴식이 더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날은 덥고 땀도 많이 흘려 산행을 끝냈을 땐 온몸이 축축하다.

결국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상쾌하게 산행을 끝냈다.

멀리서 이 산행을 함께 하고자 귀한 시간을 내신 갯버들님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