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3. 토 09:34~16:48(이동 거리 13.57km, 이동 시간 07:14, 휴식 시간 01:05, 평균 속도 2.2km/h) 안개, 흐림
지방 산행을 하려니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예보된 데다가 도체 눈꽃 산행을 갈만한 데가 마땅히 없다.
소백산 칼바람을 맞으며 연화봉에서 희방사나 죽령으로 내려가고 싶은데, 이 코스가 나오는 산악회가 없다.
연초까지 이 코스가 안 나오면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희방사에서 연화봉~국사봉 코스를 밟아야겠다.
오늘은 북한산 지도를 보고 상장능선과 도봉산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한다.
상장능선을 다 돌자니 거리 부담이 있어 부대를 통과해 합수폭포의 빙폭을 본 후 상장능선을 올라갈 생각이다.
그러자면 아침부터 부대를 통과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 그들이 순순히 보내주지 않으면 낭패다.
막상 집을 나서는데 비가 내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데, 안개가 짙어 조망이 시원치 않을 날씨다.
일기 예보를 보니 비는 오지 않고 오전은 흐리다기에 차를 몰고 사기막골인 구가원으로 달린다.
아침부터 부대 통과에 대한 부담과 요 며칠 날씨가 풀려 합수폭포의 빙폭도 푸석거릴 거 같아 상장능선으로 오른다.
북한산 상장능선과 오봉산 관음사 코스
겨울 날씨치고는 너무 안개가 짙어 을씨년스러운 게 공기는 촤~악 가라앉아 스산한 분위기다.
들머리에서 이 상장2봉을 조망한 위치까지 2.2km로 꼬박 두 시간 걸렸다.
벌써 시간은 11:20인데도 안개는 걷힐 생각을 안 하니 오늘 산행에서 하늘이 뚫린 조망은 기대하기 힘들 거 같다.
상장2봉과 3봉 사이를 오르는 바윗길이다.
상장2봉까지는 힘들게 오를 수 있으나 뒤로 넘어가자면 자일이 있어야 하니 보통 2봉은 생략하고 이 길 따라 3봉으로 건너간다.
상장3봉
상장3봉에서 뒤돌아본 2봉은 보이는 듯 마는 듯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많아 오늘 인천공항은 결항이 속출해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외국으로 나가려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어제 하루를 까먹고 오늘 아침도 안개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지연되거나 회항한다니 이를 어쩐담...
3봉에서 내려가는 길엔 눈이 내린 후 내가 첫발을 딛는다.
바위를 돌아가는 길이 낭떠러지기로 위험천만이지만, 워낙 습기가 많은 눈이라 미끄러지지 않으므로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도 무난히 돌아갈 수 있다.
3봉을 하산하며 바라보는 상장4봉, 저긴 지금까지 겨우 딱 세 번만 올라가보고 늘 통과다.
강아지바위는 늘 목을 올라타고 넘던 바위인데, 오늘은 미끄러울 테니 엉덩이 뒤로 돌아 내려간다.
지나온 상장능선 1봉부터 4봉까지 조망
4봉을 지나면 5봉, 6봉, 7봉, 8봉은 각각 어느 봉우리인지 알기도 어렵고 구태여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늘은 워낙 조망이 없어 관심 없이 다 통과하고 9봉인 왕관봉을 오를까 말까 고민하다 전망바위에서 사진만 찍고 8봉을 되돌아간다.
이 사진을 찍을 때가 정오를 코앞에 둔 11:48인데도 여전히 안개가 온 산하를 삼키고 있다.
상장능선의 가장 비경인 왕관봉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대리만족한 후 8봉 뒤로 돌아 우이령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이 길은 의아스럽게도 눈길에 발자국이 제법 많다.
상장3봉은 나 혼자 발자국을 남길 만큼 다닌 사람이 없는데, 우이령고개에서 8봉 지능선을 따라 4봉까지 다녀간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 길을 나만 아는 숨겨진 길이라고 하기에는 이르다.
하산하며 바라본 8봉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이동식 카메라를 나무에 설치했다.
처음엔 군부대에서 설치한 줄 알았으나 가까이 다가가 보니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설치한 것이다.
실시간 감시하기에 아래쪽 초소를 한참 비켜 다른 곳으로 내려간다.
드디어 내려선 우이령고개에서 오봉산의 오봉을 조망하보지만 날이 벗겨졌다고 해도 여전히 안개가 많아 흐리게 보인다.
우이령고개의 오봉 조망대
석굴암으로 올라가는 길에 보는 불이문 뒤 왼쪽 바위가 관음봉이고 오른쪽이 오봉 중 1봉이다.
잠시 후 관음봉으로 올라가 "돌아앉은 부처"를 보고 뒤로 넘어가 오봉을 오를 생각이다.
2010년이던가 양주시에서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처음 개방했을 때의 석굴암은 참 단출한 암자라 운치 있고 아담해 정감 있는 사찰이었다.
지금은 큰 건물이 몇 개나 들어서 암자라고 하기엔 너무 규모가 커져 징글맞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서일까? 지리산 7암자는 깊은 산속에 세속과 등지고 있어 연중 한 번 열리는 불탄일 때 많은 사람이 순례에 나선다.
그러나 그 7암자도 갈 때마다 하나둘 모습이 바뀌어 세월을 탓하는 사람들도 있다.
봄에 오면 삼성각 오른쪽 바위는 온통 담쟁이 풀이 파랗게 바위를 덮고 뜰엔 작고 귀여운 꽃을 피워내고 있다.
더 이상 세력을 과시하는 건물이 들어서지 않기를 바라본다.
바위 아래 있는 나한전은 제법 큰 석굴이다.
석굴암을 보고 뒤로 돌아 관음봉으로 오른다.
맨 위에 저 검은 색 바위가 마치 부처님이 목탁을 두드리는 모습이라는 데서 관음봉이란 이름이 생겼나 보다.
오봉에서 보면 돌아앉은 부처의 모양이라 "돌아앉은 부처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독 저 바위만 검다.
오늘 풍경 중 가장 쾌청한 날씨를 보여주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이내 날은 흐려진다.
드디어 관음봉에서 조망하는 오봉, 나머지 바위는 이리저리 다 숨고 두 봉우리만 겨우 보인다.
오봉과 돌아앉은 부처바위 뒷모습
관음봉 정상의 바위와 얼음물
관음봉을 넘어가는 길은 눈이 쌓여 길을 찾기 어려우나 몇 번 다닌 경험으로 용케 길을 찾아 탈출했다.
등로를 잡아탔을 때 여성봉과 오봉의 중간 지점이다. 여성봉은 생략하고 오봉으로 오른다.
오봉 가는 길에 도봉산 방향을 보면 바로 앞에 보이는 게 오봉산 정상이다.
저 오봉산부터 오봉을 거쳐 여성봉까지 우이령고개 방향은 모두 오봉산이라 말하는 게 맞지만, 도봉산의 세력이 너무 커 다들 도봉산이라 부른다.
하여 지금은 일부 지도에만 오봉산이란 표시가 있을 뿐 도봉산으로 통칭한다.
오봉 전망대에 올라왔으나 역광이라 제대로 잡히지 않아 오봉샘 가는 길로 잠시 내려와 오봉을 잡아본다.
3봉 뒤에 숨은 2봉은 아직 보이지 않아 5분 정도 더 내려가 전부를 담아볼 예정이다.
한참을 더 내려 온 후, 정확히는 오봉에서 300m를 더 내려와야 오봉 전체와 전망대까지 잡을 수 있다.
왕복 약 15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시간상 하산을 해야 하는 데, 여성봉으로 내려가자니 같은 구간을 일부 반복하기에 송추남능선으로 하산한다.
이 길 또한 눈 온 뒤 아무도 밟지 않아 혼자 길을 내는 데, 딱 한 군데서 헷갈린다.
길은 맞는 거 같은데 한쪽은 절벽이고 옆으로 돌자니 너무 가팔라 길이 아닌 거 같아 뒤돌아 아무리 길을 찾아도 길이 없다.
결국, 그 길을 다시 가니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이 눈 속으로 보이긴 하나 너무 가파르다.
아이젠을 꺼내자니 맨 밑에 들어가 있어 배낭을 다 뒤져야 하기에 생략하고 스틱에 의지해 조심조심 걸을 수밖에 없다.
오늘 전체 거리가 13.57km로 그리 길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눈길에 아이젠 없이 조심스럽게 걷다 보니 귀가했을 땐 녹초가 되었다.
괜히 아이젠 착용을 귀찮아하는 버릇으로 사용하지 않았더니 체력만 낭비한 산행이었다.
송추 남능선에서 바라보는 도봉산 주능선으로 포대능선과 자운봉, 신선대, 뜀바위가 한눈에 보인다.
한낮인 15:27임에도 새벽인 듯 또는 해 질 녘인듯 종일 안개가 조망이 삼킨 그런 날씨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두 달 후면 치뤄지는 데, 이 바위가 컬링경기의 돌 같다는 생각도 들고 다리미 같기도 하다.
송추남능선은 뭐 볼게 별로 없으니 굳이 다닐 필요는 없다.
마을에 빙상장과 얼음꽃축제가 있다더니 밖에서 보는 얼음도 제법 볼만하다.
지난 주까지는 빙상장에서 제법 재미를 봤겠지만, 이번 주엔 날씨가 제법 풀려 얼음이 녹아 운영을 했을까?
오늘, 북한산 포스팅을 200번째 게시한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멋진 포스팅이 되었을 것을 하루종일 안개가 심통을 부리는 바람에 관음봉 하나만 겨우 건졌을 뿐이다.
북한산 포스팅이지만, 우이령고개와 오봉산의 오봉이 따라 올라왔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블로그를 작성했다면 약 250여 개의 북한산 포스팅이 있겠지만, 늦게 시작해 많이 줄었다.
그래도 하나둘 모여 이제 제법 내용이 알차게 다져지고 전국의 산하도 꽤 많이 수집됐다.
앞으로도 열정이 식지 않는 한 산행을 계속될 테니 자료는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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