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7. (토) 오후 월평해안 걷기 전 잠깐 스친 곳
서귀포의 큰 사찰인 약천사를 포위하듯 감싼 회수천과 동회수천이라는 하천이 있다.
오전에 동회수천을 본다는 게 약천사를 감싼 지점에서 회수천과 만났다.
결국 시간을 내 예정에도 없이 회수천까지 걷게 되는 이중 탐방을 감행했다.
하천을 걷다 보니 늘 이렇게 예정에 없던 탐방까지 하게 된다.
동회수천을 끝내고 월평해안을 들어간다는 게 우연찮게 선궷내라는 냇가를 걷게 된다.
보통 조금 크다 싶으면 으례 천(川)이 붙기 마련인 제주 하천에서 순 우리말이라니 반갑기도 하다.
사실 알고 보면 제주만큼 우리말 사랑이 각별한 지역은 없다.
온통 외래어 같은 말이 한문까지도 토착화시켜 우리말로 만드는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다.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난 혜은이가 부른 감수광을 따라 부르며 제주말 몇 마디는 익히는 계기가 됐다.
요즘은 제주뿐 아니라 전국 어디든 서울말을 안 쓰면 촌놈 취급받으니 제주에서도 제주도 말을 듣기 어렵다.
제주에 가서 제주말 몇 마디 배워봐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나이탓인가.
그래도 제주 풍습대로 제주 사람에게 뭘 물을 때 "삼촌"이라고 부르면 무장해제되는 느낌은 받는다.
선궷내가 비짓 제주에 검색되지 않아 뉴스로 검색하니 제법 많이 검색된다.
‘선궤‘는 ’서 있는 궤‘란 뜻의 제주도 사투리로 ’궤‘는 흔히 바위굴을 일컫는다.
’선궷내‘는 ’약천사‘ 인근에 있는 바위굴, 즉 ’선궤‘에서 시작해 흐르는 개울이란 말이다.
제주에 있는 대부분의 하천이 화산섬이라는 지질학적 특성으로 ‘건천(乾川)’의 형태로 유지된다.
반면 이곳 ‘선궷내’ 는 비교적 깨끗한 물이 쉼 없이 흐르는 전형적인 하천이다.
쉬운 말을 심오하게 만드는 능력의 진수
이 바위 밑에 돌 장판을 깔았다.
날 좋을 때 쉬기 좋겠다.
이게 냇가로 낸 오솔길인가.
제주 어디든 길은 끊이지 않고 새롭게 이어진다.
선궷내를 천(川)이라 하지 않는 이유를 알 거 같다.
사실 선궷내는 동회수천 하류로 바다와 좀 더 가까운 곳이다.
회수천과 동회수천이 선궤라는 바위굴을 지나며 선궷내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이름이 커져야 하는 데, 오히려 강등된 느낌이다.
선궷내야, 너 상병에서 이등병으로 떨어진 거 알아?
어!
선궷내 너머 바다가 보인다.
하긴 즐풍은 이 바다를 통해 월평포구까지 걸을 생각으로 왔으니 바다를 만나는 게 당연하지.
저 흰색 배는 이곳에서 가까운 퍼시픽랜드 마리나에서 온 걸까?
바다와 닿은 지점에서 상류를 보니 작은 계류가 제법 멋있다.
선궷내는 바다를 앞두고 마지막 불꽃을 피우듯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영영 바다로 떠난다.
선궷내를 끝으로 해안가를 탐방하며 월평포구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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