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96
2020.11.14. (토) 13:30~16:00 (두 시간 30분 탐방) 맑음
오전에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안덕계곡의 비경을 두루 살폈다.
그 원시림 울창한 계곡을 탐하며 하류로 내려가니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박수기정이 있다.
두 차례 모두 해 질 녘에 2km 반대편에서 조망했어도 이곳이 박수기정이란 걸 금세 알아차렸다.
해안 절벽이 아무리 길어도 박수기정 단애의 특징은 이쪽 끝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박수기정 해안을 걸을 수 있을까?
해안으로 난 절벽이 너무 끔찍해 두 번을 왔다 가면서도 걸을 생각을 못 했다.
안덕계곡을 끝내고 박수기정과 만나는 바다에 들어서니 오후 1시 반이니 남은 시간은 충분하다.
끝까지 해안 길이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무조건 들어가 보기로 한다.
□ 박수기정
대평리에 위치한 박수기정은 중문의 주상절리나 애월 해안도로의 해안 절벽 같은 멋진 풍경을 지닌 곳이다.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이름으로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제주올레 9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며 올레길은 박수기정의 윗길로 오르게 되어있다.
소나무가 무성한 산길을 오르면 소녀 등대가 서 있는 한적한 대평포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박수기정 위쪽 평야지대에서는 밭농사가 이루어지는 것 또한 볼 수 있다.
박수기정의 절벽을 한눈에 보려면 박수기정 위보다는 대평포구 근처에서 보는 것이 좋으며,
포구 아래의 자갈 해안에서 보면 병풍같이 쭉 펼쳐진 박수기정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수직으로 꺾여있는 벼랑의 높이는 약 100m에 이른다.
인근에 박수기정과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카페들이 있으므로, 여유 있게 앉아 해질 무렵의 박수기정을 바라볼 수 있다.
(비짓 제주)
부챗살 모양의 주상절리가 반갑게 즐풍을 맞는다.
해안 끝으로 낚시꾼이 보이는 걸 보면 어느 정도까지는 들어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늘 이런 해안에서 낚시꾼을 만나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겠단 생각에 고마움마저 든다.
이곳은 바닥이든 바위든 보이는 모든 게 주상절리다.
바다에서 자라는 해송을 곰솔이라 한다.
이 정도 높이야 바람 불 때 높은 파도라도 치면 바닷물 범벅이다.
그런데도 잘 자라는 걸 보면 곰솔은 바다에 살도록 체질을 잘 바꾼 게 틀림없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바위는 점점 더 큰 게 나타나며 길을 막는다.
큰 파도가 칠 때 들어온 물이 갇혀 있다.
아이들이 맘 놓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장소다.
황우지 해안이 이제 막 잠수를 배우기 시작한 이들의 스노클링 장소로 적합하다면
이곳은 아이들 걱정 없이 피서지로 제격이다.
저 암봉이 굴러 떨어지며 해안에 큼직한 바위가 쌓였다.
이런 바위는 스펀지를 몇 십만 배로 확대한 느낌이다.
까칠까칠한 면이 등산화 신고 발을 디뎌도 미끄러지지 않아 좋다.
넘어지면 찰과상에 심각한 타박상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떤 바위는 집채만 하고 어떤 바위는 3~4층 높이의 상가만 하다.
넘는 바위도 있고 돌아가야 하는 바위도 있다.
사실 이런 바위를 오르내리는 게 제일 쉽다.
면이 가파르고 높다 해도 발 디딜 곳이나 손 잡을 곳이 많아 좋다.
위쪽 바위면은 수직이고 아래쪽 암반은 수평 형태다.
지질학자가 연구하기 좋은 곳이겠다.
바위가 높고 가팔라 어렵게 건너온 곳이다.
남들 다니지 않는 곳으로 다닌다는 건 외롭고 용기와 긴장도 필요하다.
이제 절반 정도 온 거 같다.
멀리 박수기정이 끝난 지점의 대평포구 방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바위가 너무 크고 가팔라 되돌아가야 할 지점에 바위 틈새가 보인다.
위가 막히면 아래로 뚫린 지점을 찾아내 이동해야 한다.
큰 바위는 오히려 성긴 공간이 많아 탈출할 수 있는 틈새를 찾기 쉽다.
비슷비슷한 바위의 연속이다.
오르고, 피하고, 밑으로 기며 계속 전진만 있을 뿐이다.
이곳을 탈출하는 게 너무 버거워 괜히 발을 잘못 들였다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바위 많은 산 릿지가 더 편한 느낌이다.
대평포구를 눈앞에 두고 후퇴할 수 없다.
오를 수 있으며 오르고, 못 오르면 옆으로 돌아간다.
이 바위를 올라가니 낭떠러지다.
바위 틈새로 들어가 본다.
역시 바위에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즐풍은 이렇게 또 하나의 난관을 극복하며 한 걸음 더 전진한다.
바위가 아니라 바위 산이다.
100여 m 높이의 박수기정에 붉은색 포인트를 준 너는 무슨 바위냐?
네가 있어 더 멋지게 보이겠구나.
한 발짝 더 가까워진 대평포구와 주변 풍경
갑자기 바위를 훔쳐볼까 걱정스러운 듯 잘 생긴 나뭇잎 발이 쳐졌다.
직감적으로 굴이 있다는 걸 알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
굴 안은 제법 넓고 깊다.
제주도엔 불교나 천주교, 기독교 등 종교를 믿는 비율이 고작 17%라니
대부분의 사람은 토테미즘이나 샤머니즘을 믿는다.
이 탑을 쌓은 사람도 제주에 존재하는 모든 신을 믿으며 하나의 작은 신전을 만들었다.
이왕 굴에 들어왔으니 잠시 쉬며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한다.
문발의 비밀을 풀기 위해 천장을 보니 뿌리가 바위 틈새로 이동하며 줄기를 아래로 늘어뜨린다.
대부분의 식물이 위로 자라는 데 반해 이 식물은 중력의 법칙에 순응하며 아래로 줄기를 내린다.
이런 식물이 천장에 어떻게 발아했는지 궁금했는데, 비밀을 푼 느낌이다.
최초의 뿌리는 위쪽 바위 틈새에서 시작해 천장을 타고 이곳에 정착했겠다.
그렇다.
이 식물은 굴 밖에서 시작해 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지그재그 올라간 주상절리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곳엔 이끼와 식물이 자란 걸 보아 역사가 깊어 보인다.
아래 위쪽 바위 사이의 나무숲
또 태산 같은 바위에 가로막혀 바위 틈새로 탈출한다.
바다낚시를 할까?
대평포구 쪽 해안에도 낚시꾼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포구까지 나가는 건 전혀 문제없다는 말씀이다.
오늘이 주말이니 육지에 나간 자식이 돌아오면 주려고 낚시를 하는지 모르겠다.
바로 잡아 올린 해물은 회를 쳐 먹고 남은 놈은 탕을 해 먹어도 좋겠다.
생각만 해도 입맛이 당긴다.
바위틈으로 용천수가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콸콸 흐른다.
박수기정의 박수가 샘물이라더니 마을과 가까운 이곳의 샘물로 박수기정의 유래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바닷가 주민들에겐 마실 물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걸 보여주는 일례다.
이 바위의 구멍이 재미있게 생겼다.
박수기정은 석양의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박수기정의 낙조가 궁금하면...
2km의 박수기정 해안을 탐방하는데,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들었다.
박수기정 절벽에서 떨어져 내린 바위가 큰 건 10여 m 넘는 바위도 많다 보니 바위 틈새 위, 아래로 탈출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런 바위에 발을 잘못 디뎠다가 틈새로 빠지면 영원히 아웃이다.
박수기정 해안은 대명포구 인근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제일 좋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시라.
대명포구 주변의 호텔과 카페다.
지중해 해안의 유명 휴양지 같다.
박수기정에서 조금 더 가면 월라봉 오름이 있다.
안덕계곡을 타고 내려오며 바닷가에 거의 도착할 때 좌측에 보였다.
그 월라봉을 가겠다고 "앞막은골천"으로 들어간다.
이럴 때 보면 즐풍도 참 무모하다.
얼른 차량을 회수해 쉬면 좋은 데, 뭐 하나라도 더 볼 게 없나 늘 주변을 살핀다.
계곡으로 들어서니 그래도 제법 바위가 볼만하다.
옆에서 본 바위는 이마와, 눈, 코, 덥수룩한 턱수염에 홍조가 든 사람 얼굴 형상이다.
임도를 따라 올라왔는데, 길이 끊겼다.
작은 개울을 가시덩굴을 헤쳐가며 겨우 탈출해 건너편 길로 오른다.
고생하며 올라온 보람을 여기서 찾는다.
제주도는 날씨가 따듯해 이런 수풀이 많다.
길을 잘못 들면 탈출하기도 쉽지 않다.
작은 폭포 하나
또 작은 폭포 하나를 더 만난다.
이 위로도 길이 끊겨 남의 귤 농장으로 어렵게 탈출해야 했다.
월라봉과는 길이 점점 멀어져 포기하고 차도를 한참 걸어 차량을 회수한다.
늘 그렇듯 오늘도 내일도 하루 종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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