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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제주도

무수천(無愁川)계곡 최상의 풍경인 진달래소 ③

by 즐풍 2020. 12. 16.

2020_97C 

 

 

 

 

 

2020.10.15. (일)  07:19~17:39 (탐방 거리 20.3km, 10시간 20분 탐방, 1시간 18분 휴식, 평속 2.0km/h) 흐림

 

 

무수천계곡도 거의 상류 지점까지 올라왔다.

큰 바위에 누군가 얹은 돌이 탑이라기엔 너무 낮고 돌이라기엔 장난 같은 느낌이다.

잠깐 쉼이 필요할 때 무료함을 달랬나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짧은 협곡을 지날 때 굴이 보인다.

뭔가 특이하다고 느끼며 조금 더 들어가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하고 커다란 폭포가 보인다. 

그 신비로움에 취해 한 발 더 내디뎠다간 폭포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게 뻔하다.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좌우로, 상하로 신비로움을 마음속으로 깊이 저장한다.

이 폭포까지 오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위험했나 보다.

이 폭포를 봤다면 무수천 8경 제일 첫 장을 장식할 명소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사실. 무수천계곡에서 소위 말하는 8경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 8경을 붙인 사람의 생각일 뿐, 지금은 붕괴되어 없어진 곳도 있다.

오늘도 오를 때 겨우 4경인 영구연만 보았고, 5경은 붕괴되어 어딘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6, 7, 8경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그저 보이는 풍경에 감탄과 환호만 했을 뿐이다.

 

 

 

 

 

 

폭포도 아니고 "진달래소"란 명칭을 얻었으니 폭포보다 물이 가득했을 때 소(沼)의 풍경에 더 매료되었나 보다.

폭포 주변의 진달래 꽃 필 때 소와 어우러진 풍경이 가장 아름다워 진달래소가 된 걸까?

진달래가 있든 없는 이름마저 아름다운 곳이다.

 

진달래소는 무수천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폭포의 위용에 매료돼 생각 없이 진행하다간 물이 있든 없든 소에 빠지면 혼자 힘으로 탈출이 불가능하다.

폭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물이 흘러넘치는 곳도 높아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

무수천계곡은 이렇게 위험한 곳이 도처에 깔렸다.

진달래소를 만든 폭포와 너무 가까워 카메라도 전체를 보여주기엔 부족해 이번에도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했다.

이 정도면 화질도 괜찮은 게 폭포의 풍경을 잘 잡아냈다.

 

좌측에 있는 이 굴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곳은 폭포 상단 가운데 나뭇가지 밑으로 드러난 V자 골이다.

그 밑으로 흘러내린 자갈과 돌이 높게 쌓였다.

 

높은 바위에 올라가 좀 더 아래를 보며 사진을 담았다.

연두색 완연한 봄날이나 단풍이 든 더 깊은 가을에 이곳을 가득 채운 물이 있다면 근사하겠다.

 

진달래소를 건널 방법이 없어 왼쪽 언덕을 오른 후 어렵게 길을 찾아 상단 계곡으로 들어섰다.

용암 바닥이 이 폭포에서 빠져 죽은 생명체가 절규하는 듯한  두개골 형상이다.

 

위쪽으로 농수를 공급하는 수로가 설치되어 있다.

 

폭포로 내려가는 마지막 구간이다.

 

용기를 내 한 발 앞으로로 나간다.

 

당겨본 소 안이나 밖은 머리보다 크거나 작은 돌이 넘친다.

진달래소에 빠졌을 때 저렇게 높고 매끈한 바위를 어떻게 탈출할까?

도저히 방법이 없다.

그러니 무수천계곡은 남의 블로그를 보는 것으로 대리 만족하는 게 속 편하다.

 

등골이 서늘한 느낌을 받으며 앞으로 전진한다.

 

 

 

이곳은 잔잔한 물결처럼 걷기 편한 암반이 깔렸다. 

 

 

 

진달래소가 점점 멀어진다.

 

즐풍의 수고로움을 아는 걸까?

활짝 핀 단풍이 위로를 건네듯 붉은 자태를 뽐낸다.

 

또 하나의 작은 소를 본다.

 

 

 

 

 

 

 

참 많이도 걸었다.

제법 긴 거리를 밋밋하게 걷다가 만난 진달래소에서 정신이 반짝 들었다.

다시 계곡을 걸으며 탈출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쉽게 나가질 못하겠다.

뭔가 새로운 것이 까꿍 하고 나타날 것만 같기 때문이다.

 

 

 

바위를 움켜쥐고 자라던 나무도 비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친구를 떠나보낸 바위도 허전한 마음이 들겠다.

 

 

 

 

 

또 하나의 폭포를 만난다 두 개의 홍예문을 가진 특이한 형태다.

둘 다 반 굴 형태를 갖고 있으니 물길이 굴을 점점 더 확대하다간 어느 순간 무너지겠다.

 

이 나무 또한 뿌리가 다 파헤쳐지고 발가락 사이로 무좀 걸리지 않게 자갈이 박혔다.

죽었을까 살았을까 궁금해 위를 쳐다보니 노란 단풍이 처연하게 생존을 확인시킨다.

애처로운 나무야 끈기를 갖고 오랫동안 생존을 지키렴...

 

노란 단풍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표시 같다.

 

홍예문처럼 무지개 모양인 이 기둥이 무지개 사라지듯 한 순간 없어지지 말고 영원히 이곳을 지키길 바란다.

 

홍예문 왼쪽 귀퉁이처럼 이 바위들도 한편인양 구멍이 뻥뻥 뚫렸다.

구멍 안으로 작은 돌을 낳고 키워봐야 시간이 갈수록 작아지고 오히려 구멍만 커질 테니 난감하겠다.

 

대부분 상록수가 자라는 이곳에 참나무가 있었나 보다.

 

 

 

 

 

참나무가 아니라 단풍잎이었구나...

물과 바위와 단풍의 궁합이 보기 좋다.

 

 

 

암반 바닥으로 구멍이 생기며 물이 점점 크기를 넓혀갈 것이다.

어느 순간 큰 변혁이 일어나겠지...

 

 

 

 

 

같은 풍경이 연속되는 데자뷔 현상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하지만 워낙 빈틈없이 밀착돼 영원의 시간으로 갈 태세이다.

 

 

 

넌, 어디서 굴러먹다 여기까지 굴러왔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무수천...

 

 

 

 

 

 

 

 

 

또 한 번 단차를 본다.

 

굴 속에 또 작은 굴이다.

풍경이 삼삼하다. 무수천이 아니면 좀체 보기 힘든 풍경이다.

 

상류로 갈수록 단풍이 짙어진다.

이 즈음 한천계곡은 단풍 절정이겠다.

 

물이 맑으니 더 멋지다.

 

뒤틀린 바위도 멋지고...

 

굴은 자주 나타난다.

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이무기에게 잡혀 먹힐까 봐 겁나서 못 들어간다.

 

이제 올만큼 왔으니 저 다리쯤에 탈출로가 있으니 계곡 탐방을 마쳐야겠다.

오늘은 피곤하다.

 

아, 드디어 탈출로를 찾았다.

트랭글을 보니 오른쪽으로 하산하는 도로가 있어 오른쪽으로 올라가 보지만, 탈출하기 힘든 숲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즐풍이 아니니 겨우 탈출에 성공한다.

살짝 빗방울이 떨어지다 그치고 대중교통은 연결 편이 없어 오늘도 차량 회수를 위해 걷고 또 걷는다.

 

 

 

이것으로 오늘 본 무수천계곡 상단의 포스팅을 마친다.

세 편으로 엮다 보니 지루한 감이 있다.

다음날 월대천에서 시작해 광령교까지 걸으며 무수천을 완전 정복했다.

그곳은 더 어마 무시한 비경이 기다린다.

그 포스팅은 잠시 뒤로 미루고 간단한 것으로 한두 개 먼저 올려야겠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