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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제주도

무수천(無愁川) 마지막 협곡에 숨겨진 비경의 백미 ⑤

by 즐풍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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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6. (월)  08:36~15:29  (탐방 거리 13.2km, 전체 시간 06:52, 37분 휴식, 평속 2.2km/h) 흐림

 

 

이틀에 걸쳐 제주 계곡의 백미인 무수천 계곡 탐방을 끝낸다.

이 계곡엔 여덟 개의 비경이 알려졌는데, 이 비경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관적 느낌과 감정이 제일 중요하다.

계곡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비경을 어찌 여덟 개로 한정하겠는가?

 

무수천 8경은 이 고장 향리 출신인 김영호(金榮浩, 1912~1937)가 이 계곡의 아름다운 비경 8경을 선정한 것이다.

벌써 100여 년 전의 일이니 그간 수없이 많은 태풍이 지나가며 물길은 이리저리 조금씩 방향을 틀었다.
인구가 늘고 경작지가 생기며 나무는 베이지고, 용암 계곡도 무너지고 쌓이길 반복하며 모습도 변했을 것이다.

심지어 제5경인 청와옥은 지금은 붕괴되어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세상에 영원한 진리는 없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가치관도 바뀌고 핫플레이스도 변한다.

100여 년 전의 잣대가 아니라 오늘 이 계곡을 탐방하는 즐풍의 시선으로 바라본 비경은 도처에 즐비하다.

그 비경의 정수는 이번 포스팅에 집중된다.

 

 

 

 

무수천 2경인 응지석은 양쪽으로 큰 바위가 있어 이 계곡의 규중심처를 꼭꼬 걸어 잠근 느낌이 든다.

바로 지나온 이 문이다.

 

문을 들어서면 갑자기 방향을 꺾으며 물길에 부딪치고 깨져나간 암벽이 이렇게 휜 걸 볼 수 있다.

이 계곡이 생긴 이래 ㄱ자로 휜 이 곡선마저 반원형으로 바꿔 놓았다.

 

계곡은 之자로 지그재그 연결된다.

 

이 계곡은 응지석에서 불과 20~30m밖에 진행하지 못하고 언덕을 올라가

800m를 마을 길을 통해 계곡으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계곡 들머리로 들어가는 입구는 처음 무수천을 들어간 길, 그러니까 광령교 아래쪽이다.

 

끊임없이 쓸고 지나간 물이 활 모양으로 둥글게 물길을 만들었다.

 

여긴 오른쪽에서 흘러내린 물폭탄의 강력한 펀치에 너덜거리는 상처가 깊다.

 

 

 

계곡은 물이 깊어 더 이상 오르지 못하여 뒤돌아 나온다.

800m 올라와 무수천 첫날 탐방을 시작하던 바로 그 자리로 내려선다.

 

어제 본 그 모습 그래로다.

 

 

 

용암의 흐름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제법 큰 굴도 보인다.

 

제3경인  용안굴(용눈이굴)이 오른쪽 나무 숲 사이의 굴이다.

나중 이 굴 옆으로 탈출하며 다시 볼 기회가 있다.

 

제2경인 응지석도 거대한 대문이더니 이곳 역시 커다란 대문으로 들어서야 하니 규중 심처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계곡 사이가 가까운 데다, 나무가 울창해 안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 또한 물길이 수없이 때린 결과로 생긴 반 굴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와 뒤돌아 본모습이다.

작은 웅덩이 앞엔 판상형 주상절리도 보인다.

 

 

 

 

 

반들반들한 벽면은 습기로 현무암이 더 검게 보인다.

 

 

 

습기는 많아도 바닥이 미끄럽지 않아 다행이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진중하게 발을 딛는다.

 

물은 더없이 말고 깨끗하다. 마음마저 정화되는 느낌이다.

 

협곡은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제법 길게 이어진다.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므로 더 귀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한여름에 들어와도 오싹할 정도로 시원한 느낌이겠다.

 

 

 

방금 소나기가 지나간 듯 바닥이나 벽면 모두 습기로 가득 찼다.

숲이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물의 수증기가 계곡에 달라붙으며 오랜 시간 습기를 유지하기 때문이겠다.

 

좀 전 응지석에서 올라오다 끝낸 지점과 만난다.

활처럼 휜 곳은 좀 더 하류에 있어 볼 수 없다.

이곳 역시 물길에 막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마지막 지점이다.

 

제법 큰 이 소를 마지막으로 내려온 길 되돌아 간다.

 

즐풍의 느낌과 시각으로 이 작은 협곡을 무수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경으로 꼽는다.

 

내륙에선 감히 상상도 못 할 멋진 비경이다.

 

 

 

내려올 때 보던 말게 보이던 형상도 아래쪽에서 보니 더 청량하게 느껴진다.

여름철 이 물에 발이라도 담그면 뼛속까지 얼음장처럼 한기를 집어넣지 않을까?

 

 

 

어딘가 굴이라도 있으면 박쥐가 서식하지 좋은 장소가 되겠다.

 

어둠과 대비되는 밝음은 밝다 못해 희뿌염으로 다가온다.

 

 

 

밖이 가까워질수록 녹색 커튼의 장막도 서서히 열리는 느낌이다.

 

 

 

어디에서 이런 풍경을 보겠는가?

 

 

 

 

 

 

 

이곳은 좀체 떠나기 싫은 무수천의 비경이다.

언제 이곳을 다시 방문할 수 있을까.

 

 

 

계곡 문을 빠져나갈 때 물길을 건너기 힘든 곳에 나무다리가 개설되었다.

어설퍼 보여도 견고하기 짝이 없는 나무다리다.

 

용눈을 닮았다는 용안굴이다.

이 계곡을 내려갈 때 저 용암굴 오른쪽 숲길을 따라 외부로 빠지는 길이 위험해 

비공식으로 설치한 자일을 봐 뒀다.

그 길을 통해 이곳을 탈출해 차량을 회수할 생각이다.

 

용안길 가는 구간의 짧은 길

 

 

용안굴엔 박힌 이런 등반용 볼트는 무수천에 무려 천 개 정도 박혀 있다고 한다.

현재 이 곳이 전국적인 암벽등반 명소로 알려지며  자연 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3경인 용안굴 약 8m 높이의 암벽에 작은 볼트가 30여 개 박혀 있고, 
인근에 위치한 제2경 응지석도 약 10m 높이의 암벽에 수십 개의 볼트가 꽂혀있다고 한다.
관리가 느슨한 틈을 타고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무수천 계곡 암벽 코스'

'광령계곡 클라이밍' 등의 게시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유료 관광체험 코스'로 영업한다고 전한다.

제주도민일보에 올라온 뉴스를 편집한 내용이다.

 

용안굴을 끝으로 계곡과 나란히 난 길을 따라 주차된 외도 알작지 방향으로 하산한다.

무수천 계곡뿐만 아니라 계곡 어디든 차량을 회수하려 되돌아 걸어야 한다.

대중교통이 바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되돌아 가는 길에 무수천을 다시 본다.

 

 

 

 

 

잠깐 다리를 건너간다는 게 그냥 가는 바람에 어시천으로 들어왔다.

다른 하천을 따라가니 오히려 잘됐다 싶은데, 예상과 달리 보통 개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몇 장 사진으로 맛이나 보자.

 

 

 

 

 

 

 

 

 

오전과 달리 날이 개었다.

푸른 하늘 아래 팽나무 두 그루가 인상적이다.

 

스틱을 이용해 제법 높은 바위를 나비처럼 내려앉아 왼쪽 제방으로 진행한다.

 

지나 놓고 보니 제방으로 만든 돌이 허공에 뜬 돌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공간이다.

 

 

 

먼길 돌아 월대천으로 들어왔다.

올라갈 땐 월대천 건너편으로 갔는데, 이번엔 안쪽으로 들어섰으니 의도치 않게 양쪽을 다 걷는 셈이다.

 

오전에 이동한 월대천 건너편 

 

역시 마찬가지로 건너편이다.

 

 

 

 

 

 

 

월대천 건너편으로 나가는 돌다리 

 

이 다리는 월대천 최하류로 바다와 만나는 지점이다.

바닷장어와 숭어가 오가는 통로이기도 한다.

 

이곳은 어시천 건너편으로 크게는 월대천에 속한다.

 

팽나무 줄기가 저렇게 크고 길게 자란 가지의 무게를 받치려면 너무 힘들겠다.

가지가 커도 부담할 무게가 만만치 않다.

 

너희가 청둥오리냐, 아니면 금슬이 좋다는 원앙이냐?

 

이틀에 걸쳐 그렇게 보고 싶었던 무수천의 비경을 발로 샅샅이 훑었다.

하나의 소망을 풀었다.

제주의 많은 계곡 중 무수천을 거의 완벽하게 끝냈다.

맨 처음 시작한 한천은 겨우 절반 정도 끝냈으니 언젠가 다시 이어가야 한다.

다음 여정을 이어가야 하니 바쁘다, 바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