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0. 토 11:13~16:11(전체 거리 10.78km/h, 전체 시간 04:57, 휴식 시간 27분, 평균 속도 2.5km/h)
처음 마이산은 벚꽃 필 때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가을 단풍이 살짝 들었을 때 광대봉에서 바라보던 마이봉의 훤칠함에 반해 두 번째도 꼭 그 시기에 다녀왔다.
세 번째 마이산행은 벚꽃축제에 맞춰 지난주 말 신청했으나 낮은 기온으로 벚꽃은 겨우 1/3 개화에 그쳤다.
다행히 이런 상태를 미리 전화로 확인 후 취소하고 경남 남해에 있는 설흘산과 유채꽃을 다녀왔다.
날씨는 더없이 맑고 암봉군락이 절경인 데다, 유채꽃까지 샛노랗게 반긴 최상의 봄맞이 산행이었다.
이 응봉산과 설흘산은 어느 면장의 등산로 정비 사업으로 이제야 결실을 보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난주 마이산은 버스 두 대로 출발했는데, 이번 마이산행은 성원이 더뎌 목요일 오전까지 불안 불안했다.
전주에 신청자가 많은 것만 보고 함께 신청한 사람이 실책을 만회하려고 다시 가진 않을 것이다.
진안고원이 우리나라에선 마지막에 볼 수 있는 벚꽃축제이다 보니 더디게라도 성원 돼 마이산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마이산
진안읍 내 어느 방면에서나 눈에 띄는 마이산은 계절별로 이름이 다르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 수목이 울창해지면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용각봉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 같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다.
조선 시대 태조가 임실군의 성수산에서 돌아가다가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마이산 은수사,
강한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80여개의 돌탑을 거느린 탑사 등이 있다.
진안고원에 넓게 펼쳐진 마이산의 말의 귀 모양으로 생긴 두 봉우리는 섬진강과 금강의 분수령을 이룬다.
동쪽에 솟아있는 수마이봉은 680m이며, 서쪽에 솟아있는 암마이봉은 686m이다.
마이산은 전체가 바위로 되어 있으나 관목과 침엽수, 활엽수 등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으며, 화암굴, 탑군, 금당사 등이 있다.
특히, 두 봉우리 사이의 남쪽 계곡에는 돌로 쌓은 수십 기의 마이산 탑사가 유명해 놀이와 휴식에 알맞은 관광 등산코스다.
또한 입구 3km 진입로에는 벚나무의 벚꽃 터널 장관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진안군 안내문 편집)
마이산 벚꽃축제 등산코스
산악회 버스 내비가 어떻게 된 게 진안을 약 20km 남겨두고 밖으로 나가더니 잘못 들어선 걸 알고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왔다.
아무리 내비탓이라도 기사의 잘못이 절반을 넘는다.
그 바람에 예정보다 약 30분 늦게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다.
용암(龍巖)
호남의병창의동맹단 터(湖南義兵倡義同盟檀址)
이 바위는 용암(龍巖)이라 하여 1907년 10월 18일 의병장 이석용이 임실, 진안, 함양, 곡성, 순창, 장수, 남원 등지에서
규합된 동지들과 이 바위 위에 호남의병창의동맹단이라는 제단을 쌓고, 항일 의병을 일으키면서 고천제(告天祭)를 거행했다.
이곳 마이산에서 고천제를 행한 것은 조선 태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이곳을 찾아 머문(駐필) 자리로 조선 창업의 기초를 다진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편 이곳 용암에 한 말의 대학자이자 순국지사였던 연재 송병선) 1836~1905)이 1900년 8월, 이 용바위 중앙에 진안의 문인인 최명호, 최제국,
이기회, 이호용, 한창희, 최제학, 최은상 등과 연명하여 기념 각자(刻字)했는데 지금도 선명히 남아있다.
2016. 12. 28. 진안군 문화유산 유형 제6호로 지정되었다. (안내문)
목요일쯤에 만개해 지금은 벚꽃이 날리는 중이다.
지난 주말과 비교도 못 할 정도로 만개했으나 하산할 땐 이미 바람에 제법 많이 날린 상태였다.
비록 만개한 벚꽃이 바람따라 눈꽃처럼 흩날려도 오늘이 최고의 날이다.
내일이면 꽃잎도 거의 다 떨어질테니...
이산묘(馬+耳山廟)
전북기념물 제120호)
이산묘는 조선 건국의 정신과 구한말 구국 항쟁의 뜻을 기리는 사당이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울분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순국 지사 송병선 선생과 의병장 최익현 선생의 애국충정을 이으려고
1925년 건립한 이산정사(馬+耳山精舍)가 이산묘 이름의 기원이다.
해방 후 1946년 회덕전(懷德殿)을 건립한 데 이어 영모사(永慕祠)와 영광사(永光祠)를 완공해,
각각 단군 태조 세종 고종의 4성 위와 조선 개국 이래 충신과 유림 40위, 을사늑약 이후 충신·열사 34위의 위패를 봉안했다.
상당 왼쪽 암벽에 주필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주필대는 이성계가 남원 운봉 황산대첩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개선하던 중
하늘로부터 금척(金尺)을 받은 것을 기념해 잠시 머물러 시를 읊은 곳으로 전한다.
주필대 암벽 윗부분에는 제사를 지내던 황단(皇檀)터는 1907년 의병장 이석용을 비롯한 의병이
국권 수호와 조직적인 항일운동을 위해 결성한 호남의병창의동맹단 집결지이다. (안내문)
이산묘는 마이산에 세운 사당인데, 마이산을 줄여 이(馬+耳)산에 세운 사당이란 뜻을 한자 조합으로 절묘하게 만든 이름인 셈이다.
처음 이산묘를 들었을 때 이산이란 사람의 묘인 줄 알았으나 안내문을 본 다음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주필대 각자
금당사다.
금당사 앞쪽엔 산적 서너명이 심히 불쾌하게 입장료 3천원씩 징수하고 있다.
탑영제 오르는 뚝방길의 정취
마이산 벚꽃길
전국에서 가장 늦게 피는 벚꽃으로도 유명한 마이산 벚꽃은 진안고원의 독특한 기후로 인해
수천 그루의 벚꽃이 일시에 개화하여 그 화려함은 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수령 20~30년의 마이산 벚꽃은 재래종 산벚꽃으로 깨끗하면서 환상적인 꽃 색깔로 유명하다.
이산 묘와 탑사를 잇는 2.5km의 벚꽃 길이 핑크빛 장관을 이룬다.
마이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고인 탑영제에 마이산의 봉우리가 거울처럼 비치며 아늑한 풍광과 함께 벚꽃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드라마 <49일>에서는 벚꽃이 활짝 핀 마이산에서 주인공 이요원과 조현재가 처음 데이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 하나로 그해 마이산에는 벚꽃이 핀 주말에만 관광객 4만명이 다녀가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송승헌이 신세경에게 프러포즈 하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탑영제는 서영이가 어머니의 유골을 뿌린 곳이다.
서영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네 가족의 단란한 추억이 남아있다. (진안군 홈페이지 안내문)
탑영제 벚꽃길
벚꽃과 마이산이 탑영제에 반영이 생길 줄 알았더니....
탑영제에 시린 물 기운때문인지 이쪽 벚꽃이 가장 화려한 상태다.
마이산은 진안고원의 중심에 있다.
남부주차장은커녕 제일 첫 번째 주차장에서 내려 고도를 재보니 해발 350m
내가 사는 일산 4층의 고도는 40m니 제법 높아 고원이라 부를만하다.
그래도 평균 고도가 700m인 태백시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제법 고도가 높다 보니 전국에서 제일 늦게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이다.
탑영제에서 탑사까지는 금방 오른다.
마이산은 벌써 세 번째 방문이라 이곳부터는 눈에 익는다.
고려의 무장 이성계는 신인으로부터 금척(金尺)을 하사받는 꿈은 군다.
얼마 후 남원 운봉에ㅔ서 왜구를 상대로 황산대첩(고려말 우왕 6년, 1380년 6월)을 이루고 회군하는 길에 이곳 진안으로 들어왔다.
마이산을 보는 순간 금척을 받은 꿈속의 장소와 일치하는 형상에 깜짝놀라 말을 멈추게 한다.
금자(金尺)를 묶어 놓은 것 같은 생각에 속금산(束金山)이라 명명하고 돌아간 12년 후(1392년 8월) 조선을 개국하게 된다.
이곳엔 왕이 머물다 간 뜻의 주필대가 새겨져 있고 이와 관련된 몽금척수수도(夢金尺授受圖)와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은수사 경내 태극전(아래 사진 가운데 건물)에 모셔져 있다. (안내문)
수마이봉
수마이봉과 청실 배나무
진안 운수사 청실 배나무
수령 650년 이상으로 추정되며 높이 15m, 가슴 높이의 둘레 2.5m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곳을 찾아 기도하면서 그 증표로서 씨앗을 묻은 게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청실배나무는 한국 재래종으로 매우 희소할 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 및 종(種)보존 차원에서도 대단히 중요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안내문)
탐사에서 조금 더 올라와 암마이봉과 수마이봉 사이에 있는 천황문이다.
이 샘물이 탑사쪽으로 흐르며 영상강의 발원지이고, 왼쪽으로 흐르며 금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암마이봉 오르며 보는 수마이봉
저 뾰족한 모양이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으로 불린다.
가을 단풍철보다 벚꽃이 만개할 이때 탐방객이 제일 많이 몰린다.
인증 사진을 찍겠다고 선 줄이 너무 길어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지난 뻔 찍은 사진을 대신 올린다.
북부주차장 방향
암마이봉을 내려선 후 탑사 반대 방향에서 봉두봉으로 돌아가는 길을 이용해 하산한다.
암마이봉 뿌리는 밟고 봉두봉 방향으로 이동하며 뒤돌아 찍은 사진이다.
봉두봉에서 찍은 암마이봉
봉두봉에서 찍은 탑영제 벚꽃길
오른쪽 갓바위는 오늘 생략
뒤쪽 마이봉과 오른쪽 봉두봉
갓바위 군락
비룡대 오르는 길
저곳이 꽃잔디 축제가 열리는 곳인가?
갓바위와 봉두봉이 마이봉을 막아서고...
비룡대
반송처럼 보이는 소나무
고금당에서 보는 탑영제 방향의 벚꽃
이번엔 남부주차장 방향의 벚꽃이다.
고당봉에서 이 두 방향의 벚꽃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위치를 짐작으로 찾아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그 사진을 보고 한 번에 잡은 위치가 어딜까 궁금했는데, 이제 감을 잡았으니 그곳으로 이동한다.
비룡대와 마이봉
고금당과 마이봉
드디어 마이산 벚꽃길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위치를 찾았다.
고금당에서 황금봉 가는 길의 중간 지점쯤에서 남부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구간에 있다.
황금봉으로 가자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이쪽으로 가려면 좌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러니 삼거리쯤 되는데, 봄철이 아니면 굳이 왼쪽으로 내려설 일은 없겠다.
9부 능선쯤 내려오면 나무가 없는 암반이 나타나며 조망이 터진 곳이라 한번에 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
사진을 보니 바람이 불어선지 오전보다 벚꽃이 많이 떨어져 선명한 흰색은 많이 줄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전 구간의 벚꽃을 한 화면에 넣을 수 있어 다행이다.
찬 기운이 서린 마이봉 쪽 탑영제 인근은 다소 흰색이 많고, 남부주차장 인근은 다소 회색빛에 가깝다.
산구비 하나 돌았을 뿐인데, 미묘한 기온 차이가 꽃 색상도 바꾼다.
이번엔 폰카를 이용해 비룡대와 갓바위 암마이봉과 벚꽃 등 넣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화면에 담는다.
사진 찍고 가장 빠르게 내려가는 건 오직 직선일 수밖에 없다.
암반을 타고 내려왔으나 길이 없어 참나무 낙엽을 밟으며 어렵게 내려오니 바로 남부주차장과 연결된다.
다음에 다시 올 일이 있다면 남부주차장에서 이 길을 따라 바로 올라가면 정오 무렵의 더 선명한 사진을 담을 수 있겠다.
흰꽃은 조팝나무꽃인듯 아닌듯...
한 열흘간 이곳을 방문한 이들에게 탄성을 일으키던 벚꽃도 이젠 눈꽃처럼 작은 바람에도 흩날린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내일 오면 몇 개 남지 않은 벚꽃에 실망할 수 있겠다.
벚꽃은 이렇게 자리를 내어주고 빠르게 떠난다.
이게 벚꽃이냐, 눈꽃이냐?
몇 년을 벼른 끝에 두 번이나 가을에 다녀온 후 이제야 찾은 마이산 벚꽃축제다.
2~3일 정도 늦긴 했으나 그래도 지난 주말보다 절정일 때 찾아와 제대로 즐긴 벚꽃이다.
또한 마이산 벚꽃 전 구간을 찍는 행운도 얻었다.
봄을 또 이렇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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