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3. 토 06:34~11:45(이동 거리 10.37km, 이동 시간 05:11, 휴식 시간 19분, 평균 속도 2.2km/h) 맑음
오늘은 솔담님과 지리산 천왕봉을 가기로 했는데, 성원 미달로 불발되었다.
지난 목요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고 다음 날인 삼일절의 도봉산은 그야말로 눈꽃 천지였다.
지리산은 2,000m 가까이 되니 오늘도 여전히 보게 될 설경과 고산에서 마주칠 상고대를 놓쳐 아쉽다.
꿩 대신 닭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검색해봐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영월의 태화산은 숲이 우거져 조망이 없으니 눈앞만 봐야 하는 숲속 산행이라 포기한다.
삼일절의 월출산 산행을 검색하니 워낙 남쪽이라 정상엔 눈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설경과 상고대를 감상할 수 있고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근교 산행으로 북한산을 선택한다.
어제 오후부터 날씨가 풀린다고 해도 워낙 눈이 많아 아직 절반은 남아 있겠고 습도가 높아 상고대가 생기기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정상의 날씨 예보는 오전 9시 정도에 날씨가 풀려 영상으로 올라간다니 서둘러 집을 나선다.
북한산 등산코스
상고대를 보기 위해 새벽 여섯 시에 집을 나서 북한산 주차장에 06:30에 도착했다.
스패츠를 차고 배낭을 정리하다 보니 아내가 맛있는 집에서 샀다는 빵을 깜박 잊고 넣지 않았다.
아침이야 먹었으니 네 시간 정도야 견딜 수 있겠지만, 비상식을 거의 준비하지 않아 결국 슈퍼에 들려 간단히 요깃거리를 준비한다.
날씨가 풀렸다고 생각해 가벼운 차림에 고어텍스 재킷을 입었어도 썰렁한 느낌이 든다.
결국, 고도를 높여 능선을 앞두고 구스다운을 껴입는다.
여명이 가시고 시계가 넓어지자 올려다본 북한산 정상엔 상고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습도는 60%가 넘어 조건은 되었으나 날씨가 너무 풀려 상고대를 만들지 못했다. 아쉬운 대로 산행을 이어간다.
이런 얼음을 볼 날도 며치 남지 않은듯 하다.
드디어 4.2km 지점에 있는 탁 트인 곳까지 올라와 남쪽으로 동장대를 넘어 더 먼곳까지 조망한다.
맨 왼쪽 노적봉과 오른쪽에 용암봉, 만경봉이 함께 어우러지고 그 뒤로 인수봉이 보인다.
백운대는 용암봉과 만경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북한산성이 용암봉을 오르지 못하고 끊겼다.
북한산성은 용암봉과 만경봉, 백운대와 염초봉 등 절벽과 함께 어우러져 천혜의 요새를 만든다.
좀 더 당겨 본 용암봉과 만경봉이 아침 햇살을 제대로 받아 시원한 느낌이 든다.
북한산성은 이곳 용암봉에 막혀 끝나고 다시 북한동암문에서 바톤을 이어받아 백운봉 오름길의 큰바위얼굴에서 또 잠시 멈춘다.
이후 파랑새능선의 장군봉부터 일부 이어지고 끊어지며 염초봉과 원효봉을 지나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북한산 의상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돈다.
왼쪽 노적서봉은 맨얼굴을 내보이고 오른쪽 노적동봉은 흙산인듯 보인다.
오른쪽 염초봉은 왼쪽 원효봉으로 급격히 떨어지 조금 더 지나면 효자리 큰길과 만난다.
산 아래 노적봉 그림자가 제법 길게 드리운 걸로 보아 노적봉도 제법 큰 봉우리임을 알 수 있다.
햇볕을 거의 받지 않는 노적봉 북면은 여전히 흰눈이 가려 동토의 제국임을 알린다.
잠시 후 오르게 될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 정상
북한산은 이 잔도에 겨우 하나 사람씩 교행할 정도의 공간이 생겨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엊그제 제법 많은 눈이 내렸어도 해를 정면으로 받는 이곳 동쪽은 눈이 대부분 녹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백운대를 하산하며 숨은벽능선으로 발길을 옮기면 숨은벽능선의 시작점인 호랑이굴까지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았다.
산행을 시작하고 중성문을 지나면서부터 눈이 녹아 내내 빙판길인 데도 조심스럽게 잘 올라온 셈이다.
잔도 아래쪽으로 멀리 여러 겹의 산이 가스에 고개만 내밀고 있다.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와 태극기
들머리에서 6.5km 지점으로 두 시간 51분 걸려 올라왔다.
백운대에 있는 삼일절 기년 암각문자 보호 목책에 있는 온도계다.
3월하고도 3일이라 벌써 춘삼원이라고 날씨가 많이 풀렸다.
바람소리 요란하게 바람이 지나가도 날씨가 풀렸으니 상고대가 생길리 만무다.
백운대 가는 길에 만나는 큰바위얼굴
인수봉과 가스층
만경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오리바위
올라올 때만 해도 백운대를 오른 후 상운사계곡으로 하산하며 곳곳에 있을 얼음폭포를 구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하산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숨은벽능선을 보고 밤골계곡에 있는 폭포를 볼 생각에 방향을 돌린다.
백운대를 돌아 숨은벽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에 다시 만난 인수봉의 훤칠한 키
저 멀리 있는 산도 일정한 고도 위에만 잔설이 남아 있다. 아마도 고령산이겠다.
숨은벽의 마지막 정상부
파랑새능선의 어느 암봉
호랑이굴에서 숨은벽으로 올라오는 갈림길까지 며칠전 내린 눈이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백운대 뒤로 북사면이라 햇볕을 전혀 받지 못 한데다 워낙 높은 곳이라 눈이 녹을 여건이 안 된다.
그러니 북한산 산행을 한다면 이즈음 제일 어려운 곳이 숨은벽능선으로 오르는 산행일 것이다.
숨은벽 바위 사이로 비친 태양
건너편 파랑새능선의 장군봉과 아래쪽 어금니바위
숨은벽능선에 있는 바위
저 전망바위를 끝으로 더 볼만 한 풍경이 없으므로 밤골계곡으로 하산하며 남아있을 빙폭을 볼 생각이다.
아기고래바위
파랑새능선 북면의 눈밭
백운대방향은 역광이라 찍지 않았다.
상장능선 건너편의 도봉산 풍경
아래쪽에 우회로가 있으나 바위 위로 걷는다.
전망바위에서 보는 해골바위
첫 번째 만나는 폭포가 제일 크다.
총각폭포와 처녀폭포는 가까이 붙어있다.
어느쪽인 충각이고 처녀인지 알 수 없어 위쪽인 이 폭포를 총각폭포라고 하자.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라 폭포도 두텁게 잘 만들어졌다.
아래쪽에 있는 처녀폭포
붙임바위
삼일절에 올랐던 도봉산에 너무 눈이 많이 온데다 러셀을 한 게 아직도 몸이 뻐근하다.
북한산 오를 때 다리에 피로를 많이 느끼며 오늘 지리산 성원이 되어 갔었다면 무진 고생을 했겠단 생각이 든다.
다행히 짧은 코스인 북한산이기에 그런대로 걸을만 했다.
비록 상고대를 보진 못했으나 청명한 하늘로 조망이 좋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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