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16 (토) 10:00 전후 10여 분 탐방
전국의 산성엔 많은 사찰이 존재한다.
조선 숙종 때 북한산성 축성 당시에는 성 안에 13개의 사찰이 존재했다고 한다.
불교를 탄압하던 조선은 산성을 쌓는데 승병을 동원했고, 산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승병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남한산성이나 금정산성 등 수많은 산성에 사찰이 들어섰다.
안흥진성에 있는 이 태국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이후 세종대왕의 특명으로 중창된 것이다.
이후 200년도 훨씬 더 지나 효종 때 태국사를 품듯 안흥진성의 성벽이 울타리처럼 지나간다.
성 안에 있는 까닭에 백제 무왕의 원이었던 국태보안은 다시 한번 빛을 발하며 지금껏 이어진다.
안흥 진성의 수홍문을 따라 반 시계방향으로 올라오다 보니 고즈넉한 태국사가 반긴다.
수홍문을 지나 오르막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은 밤하늘의 별처럼 금계국이 지천으로 피었다.
푸른 초목에 노란 꽃과 붉은 황톳길이 인상적인 구간이다.
백제 무왕에 첫 삽을 뜬 이후 어느 순간 쇠락했는지 조선 세종 때 중창된 사찰이다.
세월이 지나 현대에 들어섰어도 여전히 지방의 작은 사찰에 불과하다.
사찰 안으로 들어서니 숫 기왓장으로 경계를 낸 기왓장에 꽃단장을 한 게 이채롭다.
이 기와를 보고 있는데 스님께서 보시더니 차나 한 잔 하라시며 말을 건네신다.
수홍문에서 태국사로 올라오는 산성길
밖에는 탁자와 의자가 마련된 쉼터가 보인다.
"그냥 그 자리"라고 하는 작은 이동식 농막 크기의 휴게 공간 안으로 들어선다.
휴게 공간엔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다기가 준비되어 있다.
스님께서 들어오셨지만 뜨거운 물이 준비 안 돼 갖고 계시던 병에 든 강장제를 주며
일이 있어 나가야 하신다며 서둘러 자리를 뜨신다.
일면식도 없는 내방객에게 스스럼없이 대하시는 스님이 고마우셨다.
그냥 그 자리에 잠시 앉아 있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안흥진성 탐방을 위해 문을 나선다.
사찰엔 아무도 안 계시니 잠시지만 객이 주인이 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관음전
나무 관세음보살
이번엔 암기와에 담긴 다육이와 자갈이 키재기를 하는 듯 크기를 다툰다.
고즈넉한 사찰에 잠시 객이 지나가며 또다시 긴 침묵에 빠지는 태국사이다.
짧은 시간의 태국사 인연은 스스럼없는 스님 덕분에 포근한 감정이 지금껏 남는다.
만나자마자 이별이라고 한두 마디 말씀에 음료수 한 병으로 인연을 다했으나 여운이 오래간다.
다른 보살님이나 처사도 안 계시는 작은 사찰이다.
이곳을 지날 기회가 있으면 잠시 나무 그늘에서 쉬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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