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83 B
2020.11.4. (수) 08:35~13:10 (전체 시간 4시간 35분, 35분 휴식, 전체 거리 7.1km, 평속 1.7km/h) 맑음
효돈천 일부 구간은 내창트레킹이란 이름으로 하례리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내창트레킹은 작년 가을에 끝내고 겨울에 잠시 쉬었으나 금년에 코로나-19 발생 이후 잠정적 중단상태다.
평소 내창트레킹은 1km 정도 진행하는 데 참가비는 2만 원이다.
위험한 구간은 자일을 이용하는 등 안전에 최선을 다하며 해설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다.
즐풍은 혼자 쇠소깍부터 효돈천 상류까지 진행했으니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제법 큰 금액이다.
물이 차 들어가지 못하거나 위험 구간도 더러 있어 진입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가능하면 모든 곳을 들어가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제주도는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므로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라산은 폭우가 내리면 물은 정말 물밀듯이 하류로 쏟아져 내려온다.
그 많은 물이 지천까지 모이고 모여 하류에 도착할 무렵엔 높이 10여 m를 넘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제주도 계곡을 탐방할 때 비닐이나 옷가지 같은 게 10m 높이의 나뭇가지에 걸린 걸 자주 보았다.
하류에 비가 안 와도 한라산에 비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당연히 계곡을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효돈천 포스팅은 쇠소깍에서 쇠소깍다리까지 1차로 끝내고, 2차는 쇠소깍다리부터 상류로 진행한다.
산속의 호수 같은 느낌이다.
계곡을 오르며 만나는 수많은 소나 웅덩이가 특별한 풍경을 만든다.
바위 산을 느끼게 하는 큰 바위도 용암 계곡의 특징이다.
물웅덩이 속으로 반영된 가로수
뒤돌아 본 물웅덩이
멩살(明沙)
효돈천이 장마철이나 집중호우 시 상류에서 하류로 운반해오는
자갈, 모래 등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하중도(河中島)이다.
멩살이란 이름은 명사(明沙)라는 뜻이 오랜 세월 전래되면서 [멩살]로 부르게 되었다. (안내문)
이 멩살은 서울의 여의도로 생각하면 된다.
효돈천 같이 좁은 개울에 이렇게 큰 멩살이 생겼다는 것도 대단하다.
멩살이 끝나는 지점의 계곡 입구는 큰 나무 숲이 반긴다.
제주도는 연중 날씨가 따듯하여 상록활엽수가 잘 자란다.
여느 지역보다 나무가 많고 우거진 게 보기 좋다.
잔잔하게 흐르던 피아노 선율이 어느 순간 쾅쾅거리며 한없이 높은음을 때리는 느낌이다.
이렇게 다이내믹 한 풍경이 용암계곡의 특징이다.
이 계곡엔 제법 물이 많은 소에 청둥오리나 원앙이 많이 내려앉아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인기척이 들리면 후루룩 날아 더 상류로 이동하고, 잠시 후 또 즐풍과 만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며 그들의 먹이 활동을 방해하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렇게 용암이 둑을 만들며 위아래 서로 다른 물웅덩이를 만든다.
단차를 크게 만든 용암 둑
두리뭉실한 육지의 화강암과 달리 여러 가지 기묘한 상태의 바위가 멋지다.
엿가락처럼 휜 용암이 중간에 뜯겨나가면서 작은 소를 만들었다.
물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다.
검푸른 물은 물속의 비밀을 영원한 풀지 못하게 봉쇄한 느낌이다.
이렇게 멋진 계곡이 많으니 효돈천만 해도 연속 3일 동안 시간을 낼 만큼 제주의 계곡에 푹 빠졌다.
이번 여행에서 못 본 계곡은 다음 여행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무수천(無愁川)과 달리 효돈천은 작은 소가 많은 편이다.
암반천에 생긴 물길 흐름
물결 모양의 암반이 특이하다.
누가 이런 하천을 상상이나 할까?
제주 여행 내내 11일이나 계곡 탐방에 주력한 이유가 이렇게 멋진 계곡이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막힌 듯 보이는 계곡도 어디론가 방향을 틀었을 것이다.
물은 참 지혜롭고 활동적이다.
낮은 데로 오직 낮은 곳을 찾아 끝내는 바다에 이르니 얼마나 지혜로운 길 찾기인가.
제주의 여느 계곡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암반은 계속된다.
갑자기 나타는 제법 큰 소다.
이렇게 큰 소를 만난다는 건 매우 기쁘면서도 힘들게 한다.
어느 쪽으로 올라야 할 건 지 양쪽 비탈을 살핀 후 바위가 오르기 쉬운 곳을 선택한다.
통행을 방해하는 나무가 적고 경사가 심하지 않은 곳이 좋다.
한참을 돌아 다시 하천으로 들어선 다음 좀 전의 소를 보기 위해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좀 전에 섰던 반대 방향이다.
잠깐 사이에 이렇게 큰 소가 나타나니 주의하지 않으면 언제든 빠질 수 있다.
소가 깊은 데다 배낭의 무게가 있으니 빠지면 죽음이다.
이 바위는 배 통통한 올챙이를 보는 느낌이다.
여러 형태의 바위가 재미있는 효돈천이다.
간간이 나타나며 재미를 주는 크고 작은 멋진 소가 많다.
다시 잔잔한 계곡이 시작된다.
동글동글한 바위가 내려오는 물길을 맞을 준비가 됐다는 듯 납작 엎드린 모습이다.
한라산을 만든 용암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빗물처럼 이 계곡을 끝없이 내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계곡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계곡은 점점 가라앉으며 깊어만 갔겠다.
효돈천은 중간에 있는 어느 다리에서 시작해 상류로 진행한 게 첫날이다.
다음날은 바다와 만나는 쇠소깍부터 첫날 시작한 데까지 거꾸로 올라왔다.
이렇게 뒤죽박죽 계곡 탐방을 했으나 포스팅은 쇠소깍부터 상류로 올라가며 작성한다.
쇠소깍 두 번째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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