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5.2.20.금(설연휴 다음날) 10:12-15:44(5시간 30분 산행) 날씨: 쾌청
경기5악은 화악산, 운악산, 관악산, 감악산 그리고 북한 개성에 있는 송악산을 말하는데 송악산이야 북한에 있으니 갈 수 없다.
경기도의 최고봉인 화악산은 그 상징성이 대단한데도 불구하고 아직 못 가봤다. 지도를 펴고 이리저리 대중교통편을 알아봐도
짧은 겨울이라 엄두가 안 나 봄이 되면 가려던 화악산이 마침내 해올산악회 공지에 떴다. 출발지가 서울 신사역인데 M버스를
타면 대략 4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으니 그리 먼 곳도 아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니 내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싸면서도 편리하다.
서울을 출발한 지 꼭 두 시간 10분 만에 화천군 사내면에 있는 화악터널을 빠져나가 차를 세운다. 화악터널이 해발 870m 지점
에 있는 것으로 대한민국 터널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화악산 정상은 해발 1,468m이지만 정상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접
근할 수 없고, 다음 높이인 북봉은 1,430m로 산행들머리에서 570m만 더 올라가면 된다. 차에서 내려 준비를 하는데 벌써 출발
하는 사람이 보여 부리나케 뒤를 쫒는다.
산행은 얼마간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데, 지난 월요일에 내린 눈이 무릎높이 정도까지 쌓여 있지만 그간 몇몇 사람들이 다녔는지
다행히 러쎌은 되어 있다. 내 앞으로 세 명이 먼저 올라갔으니 그들 중에 적어도 한두 명은 북봉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올라가자 우측 능선으로 방향을 튼다. 이제부터 산행다운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한참을 올라가니 일반인 두 명이
눈밭에서 쉬고 있다. 내 뒤로 40명이 따라온다고 하니 그럼 우리 다 가고 난 뒤에 따라가면 고속도로가 뚫릴 거라며 좋아한다.
그 두 명이 지금까지 러셀을 하고 올라오다 힘들어 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쪽에서 러셀을 시작하는데 선두대장은 조금도 지치지 않을 뿐 아니라 쉬지도 않고 북봉을 향하니 강철체력 소유자
다. 씩씩거리며 북봉 정상에 오르니 사방으로 트인 조망이 좋다. 화악산은 100대명산에 속하는 산으로 조무락골의 계곡이 좋아
여름 산행지로 최고의 각광을 받지만 겨울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다행히 날은 따듯하고 바람이 없으니 산행의 최적조건이다.
북봉까지는 좋았지만 중봉으로 진행하면서 고난이 시작된다.
화악산 등산코스
산행 준비를 하는데 벌써 출발하는 사람이 있어 부리나케 뒤를 쫒는다
오늘 회원중에 여성회원은 불과 너댓명에 불과하니 설연휴가 끼어 그런 건지 아니면 악산이라 지레 겁을 먹은 건지...
지난 12월 민주지산 설경 이후 이곳 화악산에서 최고의 설경을 다시보니 이 하나만으로도 화악산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저 설원속으로 빠져들어가 보자
길은 얼마간 임도를 따라 쭈욱 올라가니 아직은 힘든 줄 모른다
사래 긴 밭 살아 움직이는 밭고랑 같다
흠, 아직 설경은 살아있다
임도가 끝나고 능선으로 접어들자 나무에 얹혔던 눈은 다 사라지고 바닥에만 눈이 가득하다.
오히려 낮은 쪽은 그늘이 져 나뭇가지에 눈이 남아있었던 거고 높은 쪽은 바람과 햇볕에 다 사라지거나 떨어졌다.
선두 대장은 저만치 앞서가니 보이지 않고 두 번째 그룹이다
온 산이 눈으로 가득하니 이런 높은 산이 아니라면 금년 겨울 설경은 이곳 화악산으로 끝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멀리 가스층이 형성돼 가스층 너머 높은 산이 머리카락만 살짝 보여준다
화악산과 군사도로
지평선도 아니고 수평선도 아닌 저 선을 무어라 할꼬?
어렵고 힘들게 올라오니 북봉이 맨 우측 봉우리인 코앞이라 다시 힘을 내 본다
나무에 눈은 다 녹았지만 이 구상나무에 얹힌 눈은 아직도 이곳 정상의 날씨가 만만치 않음으로 보여준다
북봉에 올라서서 주변을 조망하니 사방으로 펼쳐진 일망무제에 가슴이 다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북봉(1,430m)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지 종이에 썬팅을 해 붙여논 게 전부다.
등산지도를 보면 이곳에서 석룡산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지만 지금은 눈으로 길이 막혀 갈 수 없다.
화악터널 너머 건너편 정상에도 군부대가 있는지 정상까지 뱀이 꽈리를 틀듯 힘겹게 올라가는 군사도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북봉에서 군 철책선을 따라 위험하게 따라가다 더 못 가면 경사진 비탈길을 헤치고 군사도로로 내려가 중봉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건너편 정상을 좀 더 당겨본다
이 군사도로를 걷다가 우측으로 급히 꺽어지는 곳이 나오면 꺽지 말고 바로 직진해야 중봉으로 가는 길인데
오늘까지 연 삼일동안 산행을 했더니 마지막 10여분은 급경사에다 로프도 제대로 없는 데다 눈이 쌓여 너무 힘들어 죽을 맛이다.
게다가 햇볕을 정통으로 받는 경사면은 눈이 질퍽거리고 미끄러워 넘어지기라도 하면 속옷까지 다 젖을 만큼 상황도 좋지 않다.
드디어 어렵게 아주 어렵게 중봉에 도착하니 실질적인 화악산의 정상 표지석에 해당하는 중봉의 선명한 글자가 반갑게 맞는다
여름 사진을 보면 표지석 앞에 조그만 돌이 정강이까지 올라오는 바위인데 눈에 쌓여 조그만 돌로 보이니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알겠다
중봉에서 조금 지나 점심을 먹고 각자 갈 길을 챙긴다
하산길에 보는 화악산 정상 능선
중봉에서 날머리인 38교까지는 지리한 능선이 계속된다. 회원 중 절반 정도는 리본을 따라 바로 계곡으로 하산해 오후 두 시 반에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능선을 끝까지 타고 내려와 두 시간도 더 지나 모두 무사히 귀환한다.
능선을 따라 걷는 시간은 무척이나 지루하다. 산림이 우거져 조망은 포기해야 하니 얼릉 능선이 끝나길
기대하지만 중봉에서 날머리까지 근 90여분을 오직 걷기만 해야 하는 데 눈길이다 보니 걷기도 만만치 않은 험로다.
지칠만 하면 봉우리 하나씩 나타나니 점점 힘이 빠진다. 3일을 계속 산행했으니 지칠만도 하다.
양지 바른 곳은 눈이 다 녹아 한결 걷기 편하지만 이 코너만 돌면 또 눈길이니 아이젠을 벗을 수도 없고....
드디어 길고 지루한 화악산의 산행을 끝낸다. 하산길은 힘들었지만 경기도의 최고봉인 화악산이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처음 시작할 때부터 거의 산행내내 멋진 설경을 온몸으로 느낀 하루였다. 조무락계곡이 있어 여름산행지로 가장 많은
각광을 받지만 오히려 순록이 시작되는 초봄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설연휴 기간중의 지방산행인데 서울로 올라가는 경춘국도가 지루하게 막혔지만 버스기사분의 탁월한 선택으로
내려가는 길이나 올라오는 길 거의가 비슷한 시간이 걸릴만큼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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