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_46
2023.4.24. (월) 07:32~15:01 (7시간 30분 소요, 64분 휴식, 전체 거리 14km) 흐림
그동안 참 많이 산행을 쉬었다.
얼마나 많이 쉬었는지 거실을 걸어 다닐 힘조차 없다.
이러다가는 제 명도 못 살겠단 생각에 와사보생臥死步生 즉,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귀 따라 걷기로 한다.
사실, 영알 8봉 인증을 위해 진달래나 철쭉 피는 시절에 산행을 나서기로 했으나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영알 8봉 인증을 위해서는 차량을 갖고 가는 김에 한 번에 끝내고 와야 한다.
여덟 개 산을 가장 빨리 끝내려면 최소 3일이 필요한데, 경주와 밀양 등 여기저기 둘러볼 곳도 많다.
그러자면 대략 6일 이상이 필요하니 그 체력을 기르려면 이제부터 1주일에 두 번 이상 산행을 해야 한다.
영알 8봉을 뛰려면 6월은 너무 더우니 5월 중순까지는 마쳐야 한다.
시간은 짧은 데, 그 안에 체력을 기를 수 있을까?....
□ 경기의 소금강인 관악산
빼어난 기암절벽과 울창한 산림이 어우러진 해발 629m의 관악산은 갓 모양을 닮은 아름다운 바위산이다.
서울과 경기도 경계에 널찍이 자리 잡은 관악산은 예로부터 수많은 전설과 문화유적을 남겼다.
주봉인 연주봉에는 고려 충신들의 애환이 담긴 연주대가 자리하고,
그 아래에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연주암이 있다.
산자락에는 과천향교, 온온사 등 다양한 볼거리가 풍성하여 4계절 모두 사랑받는 산이다. (과천시청)
관악산 용마능선-연주대-케이블카능선 코스
선바위역에서 내려 용마능선을 오른다는 게 길이 익숙지 않아 제법 알바를 했다.
참나무에 긴 상처가 난 자국을 따라 새살이 돋았다.
나무가 절로 그리되었을 리 없고 인간에 가장 큰 혐의점을 둔다.
많이 아팠겠다.
길을 잘못 들어 우면산 방향으로 가는 데, 예전에 도자기 원료로 쓰던 백토광산 흔적이 보인다.
백토광산은 일제강점기 때 가장 활발하게 돌아갔으나 생산량이 줄어들자
이후 주물 만들 때 사용하는 주물사를 사용하다가 1980년 대 초 폐쇄되었다는 안내문을 봤다.
다시 바른 길을 잡아 능선에 오르니 도당터가 보인다.
ㅁ 도당터(都堂터)
약 30평 정도의 규모로 당집은 1978년 산림 정비 때 헐렸다.
도담터 평면은 ㅁ 자 형으로 담장을 두르고 있는데, 정동향이다.
규모는 4.7m, 동서 4.2m이다.
내부에는 서쪽의 벽면에 제단이 있고, 북쪽 벽의 모퉁이에는 밥을 짓던 아궁이가 남아 있다.
마을이 형성되면서 마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매년 음력 10월 1일에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부락을 수호하는 당할아버지, 잡병을 주관하는 구릉대감, 성황목 등을 모신다.
지금도 과천동 주민을 중심으로 매년 산신제가 거행되고 있어 마을 공동체 신앙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안내문)
붓꽃
건너편 경마공원 앞에만 해도 농업용 비닐하우스가 많은 농지가 빼곡하다.
언젠가 저곳이 풀리고 주택을 들어서는 날 천지개벽이 있겠다.
병꽃
이 바위는 언젠가 과천향교에서 올라올 때 만났던 바위다.
이제부터는 전에 걸었던 길을 그대로 밟게 된다.
북쪽 관악산의 낮은 고도에도 이렇게 철쭉이 피었으니 영남알프스 고봉에도 대략 철쭉은 피고 지겠다.
영알 8봉을 갈 날이 멀었으니 올해는 진달래는커녕 철쭉도 볼 수 없게 됐다.
바위 정상에 전에 없던 흰색 페인트가 칠해졌다.
처음엔 요즘 이 바위가 새들의 요람으로 변해 새 놀이터가 되면서 새가 싸지른 분변인 줄 알았다.
페인트 칠이 있는 바위 아래 헬기장을 새로 정비하며 흰색 페인트를 칠했다.
헬기가 눈 쌓인 날만 제외하면 식별력이 좋겠다.
그럭저럭 걷바보니 어느새 관악문에 도착했다.
문을 통과하지 않고 바로 우측 바위로 올라가 대한민국 지도 바위를 보아야 한다.
드디어 지도바위가 보인다.
능선을 타고 오르내리는 등산객 등산화에 치어 바위가 반들반들하게 닳았다.
바위가 저 정도로 닳을 정도면 관악산을 사당능선을 즐기는 등산객이 넘친다는 걸 알 수 있다.
관악산은 양기가 많은 산이라 도처에 불꽃이나 횃불 모양의 바위가 많다.
관악문에서 연주대로 가려고 솔봉을 넘지 않고 관악사를 보기 위해 내려간다.
대웅전 뒤로 응진전에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붉은 연등을 매단 게 보인다.
연두색 나뭇잎과 흰 화강암 위로 붉은색이 조화롭다.
세로로 당겨서 찍은 풍경이다.
관악사의 무량수각 건물
관악사 뒤쪽 바위
관악사에서 올라와 연주암에서 연주대 가는 길과 합류해 올라가며 전망대에서 보는 연주대와 응진전이다.
응진전에는 연등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멋진 풍경이다.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와 표지석
추사 김정희의 글자에서 뽑아낸 글씨로 표지석을 만들었다.
조물주는 관악산에 멋진 표지석을 만들라고 이런 바위를 미리 준비했다.
영겁의 세월이 흐른 뒤 현대에 이르러 이렇게 멋진 표지석을 만들었다.
표지석 앞엔 미끄러지지 않고 독사진이나 단체 사진을 편하게 찍을 수 있도로 돌을 박아놓았다.
연주대에서 벼랑 위에 지은 응진전으로 가는 길
관악산을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응진전까지 오는 건 처음이다.
빽빽이 걸린 연등엔 소원발원 띠지가 빼곡히 걸려 있다.
연주대 전위봉인 솔봉
사당능선에서 관악산 정상을 밟으려면 솔봉에서 연주대로 오르는 구간이 제일 힘들었다.
와이어로프가 있다고 해도 발을 헛디디면 황천길로 가기 좋은 곳이었다.
이젠 나무 계단이 설치되며 후덜 거리던 느낌이 없어져 심심하다.
관악문과 대한민국 지도바위가 있는 암봉
기상관측소 우측에 있는 바위가 사실상 관악산 정상이다.
저 바위를 오를 수 없으니 관악산 표지석이 있는 연주대가 정상 노릇을 하는 셈이다.
2021년 12월 3일 이곳 연주대에 올랐을 때 이 안내문을 지고 올라와 막 설치하고 있었다.
그때 첫 줄에 깍아지른이라고 적었기에 과천시 담당자에게 글자에 오류가 있으니 고치라고 한 게
오늘 보니 깎아지른으로 맞게 고친 걸 확인했다.
그런데도 앞서 연주대와 응진전의 사진을 찍던 곳에 세운 안내문엔 여전히 깍아지른으로 쓴 글자가 그대로 방치되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대로 지나가리라.
처음 세울 때 잘못된 안내문
정상의 응진전까지 둘러보고 발길을 말바위로 옮기며 전망대에서 다시 연주대 정상을 바라본다.
언제 보아도 멋진 그림이다.
말바위를 지나가며 바라보는 관악산 정상엔 기상관측소가 포인트가 된다.
관악산 정상을 폭넓게 잡은 화면
이 바위 제법 특이하세 생겨 이름이 있음 직하지만, 도대체 이름을 알 수 없다.
케이블카 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에 연주대와 연주암을 잡아본다.
벌써 4월 하순에 접어들며 녹음은 점점 짙어지며 연두색 나뭇잎도 점차 사라진다.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즐풍도 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고 싶다.
확 당겨 본 연주암
관악산을 용마능선으로 오를 때 헬기장 위 바위에도 페인트 칠이 되어 있더니,
이곳 바위도 흰색 페인트를 된통 뒤집어썼다.
마침 여유롭게 올라오는 제법 나이 든 분께 여쭤보니 얼마 전에 헬기 조종사를 위해 칠한 것이라고 한다.
조종사라고 관악산을 잘 알리 없으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구조하기 위해 특정 장소에 표시한 것이리라.
문원폭포 하단에서 바로 내려가지 않고 육봉능선의 3봉 지능선으로 올라가 중간지점에서 하산한다.
마지막 하산지점의 홍촌마애승상군 바위를 본다.
홍촌마애승상
홍촌마애승상은 북동향의 바위에 스님 얼굴을 조각한 상이다.
5구의 스님 얼굴은 바위 위쪽에 3구, 아래쪽에 2구가 배치되었는데, 정면상과 측면상으로 구분된다.
가느다란 눈, 오뚝한 코, 반쯤 벌려 웃고 있는 입과 귀가 공통적으로 조각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마애상은 부처님을 새기는 것이 보편적인 경향임에 비해 스님의 얼굴을 소재로 한 것이 독특하다.
홍촌마애승상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주변의 마애명문과 흔적들로 보아 최근까지 이곳에서 불공을 드렸던 것으로 보인다. (안내문)
평택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의 바위 산은 관악산과 삼성산이다.
요즘 산행이 뜸한 결과, 평소보다 두 배 정도 오래 쉬었다.
인생 60을 넘기니 잠깐 동안에 훅 가는 느낌이다.
다시 등산을 시작하며 다리 힘을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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