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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월악산

올해 마지막인 월악산 상고대의 비경

by 즐풍 2023. 1. 29.

2023_003

 

 

 

2023.1.27. (금) 10:28~15:58(5시간 30분 산행, 휴식 5분, 평속 1.8km/h)  흐린 후 맑음

 

 

설이 지났으니 날씨가 풀릴 만 하지만 강추위가 계속돼 오늘 제천 지역은 영하 10도 아래로 곤두박이친다는 예보다.

그제 평택에도 발등을 덮을 만큼 제법 많은 눈이 내려 습도가 올라간 데다 어제 흐리고 오늘은 맑겠다고 한다.

기상청의 월악산 날씨는 하루종일 영하 10도를 밑돌고 밤새 습도가 90%를 넘어서겠다고 발표했다.

눈에 더해 상고대까지 만들어질 최적의 조건에 날씨까지 맑겠다고 하니 올겨울에 마지막일지 모를 상고대를 보러 간다.

 

 너무 일찍 도착하면 혹여 높은 습도가 구름이 되어 날씨가 안 좋을 수 있겠단 생각에 느지막이 10시 넘어 도착했다.

청명하겠다던 기상청 발표와 달리 월악산이 가까워지자 정상은 구름이 덮어버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산을 오르는 동안 햇살에 높은 습도가 사라지면 구름처럼 보이는 괴물도 사라지겠단 희망을 품어본다.

워낙 추운 날씨라 하늘은 덮은 희뿌연 구름과 안개는 정상에 거의 도착하면서 서서히 없어졌다.

 

눈길이 미끄러워 보덕암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마을회관에 양해를 구하고 주차하면서 걷는 거리가 늘어났다.

차를 뽑은 지 8년 6개월이 넘었으나 주행거리가 겨우 8만 4천 km에 불과해 타이어가 많이 닳진 않았으나 경화되었다.

산행을 끝내고 귀가할 때 타이어 체크 알람이 떠 타이어 대리점에 갔으나 펑크를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안전을 위해 2등급 더 높은 품질의 타이어로 전부 교체했으니 8년 정도 걱정 없이 탈 수 있겠다.

 

 

□ 월악산 국립공원

 

1984년 17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287.571k㎡이다. 

소백산을 지나 속리산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월악산은 기암절벽이 치솟아 산세가 험준하고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져 주봉은 영봉(1,097m)으로 불린다. 

만수봉, 금수산, 신선봉, 도락산 등 22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산과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충북 제천시, 단양군, 충주시와 경북 문경시가 접해 있으며, 

수도권에서 가깝고 충주 호반과 어우러진 탐방지로 사계절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출처_월악산 국립공원)

 

 

 

월악산 등산 코스

 

 

기상청 발표 1월 27일 월악산 기상예보

 

 

지난번에 왔을 때 보덕암부터 상고대가 맞아주었으나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 상고대는 조금 부족하겠단 생각이 든다.

 

하봉에 올라서면서부터 상고대가 펼쳐진다.

갑자기 도두라지게 높은 곳이라 바람에 세게 느껴지니 바람 따라 습기가 달라붙으며 상고대가 생긴 것이다.

나뭇가지가 자란 방향을 보며 대충 북쪽이 어딘지 가늠이 된다.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눈이 많다.

 

맑겠다던 날씨는 구름인지 두꺼운 안개층인지 모르는 게 하늘을 덮었다.

중봉과 영봉 방향의 상고대가 멋지게 보인다.

 

 

 

바람이 센 곳이라 눈은 없고 온통 상고대로 치장한 나무숲이다.

 

 

 

아이젠을 착용했어도 건설이라 눈이 아이젠이나 등상화에 달라붙지 않아 걷기 편하다.

그런 눈이라 소나무에 앉았을 눈도 바람에 붙어있지 않다.

소나무를 감싼 건 오직 상고대일 뿐... 

 

 

 

 

 

 

 

 

 

애국가 2절에 "남산 위에 저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란 가사가 있다.

그렇다.

월악산의 소나무도 상고대인 철갑으로 온 나무를 둘렀으나 소나무의 기상은 변함이 없다.

이렇게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는 게 바로 우리 민족의 기상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상고대는 더 두껍게 나무에 달라붙어 점점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고대는 지난주만 못한 게 사실이다.

 

올라갈수록 점저 바람이 심하게 분다.

 

 

 

중봉이 점점 가까워진다.

 

 

 

 

 

고도를 높이면서 바람은 더 거칠게 할퀴고 지나간다.

멀리 보이는 영봉은 상고대와 눈이 바람에 날리며 안갯속에 드러난 골산처럼 보인다.

이런 풍경은 좀체 보기 힘든 멋진 풍경이다.

 

건설이기에 나무와 바닥에 있는 눈이 거센 바람에 치여 밀가루처럼 날리는 것이다.

 

날씨가 풀려 습설이라면 아무리 바람이 세기로서니 이런 풍경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구름 사이로 드러난 파란 하늘에 상고대까지 춤을 추며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저 정도의 바람이라면 영봉에 다다를 즈음 상고대는 남아있지 않겠다.

바람이 얼마나 센지 밀가루보다 작은 눈가루가 얼굴을 때리는 데 거센 모래바람에 맞는 것처럼 쓰리고 아프다.

 

비록 영봉에 올라가 상고대를 보지 못할지라도 이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감을 느낀다.

이런 멋진 풍경은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고는 다시 못 볼 비경이기 때문이다.

 

 

 

이동하는 동안 바람은 여전히 심해 얼음처럼 달라붙은 상고대가 바람에 날리는 걸 볼 수 있다.

 

 

 

고도가 높은 만큼 상고대 역시 멋지다.

 

자주 부는 바람에 눈이며 상고대가 날리는 게 보인다.

 

지나온 하봉

 

중봉으로 가는 길의 바위틈에 쐐기처럼 바위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이 풍경 또한 보기 좋다.

 

 

 

단단하게 둘러 붙은 상고대도 바람에 흔들리며 조금씩 떨어져 나간 게 보인다.

 

 

 

 

 

 

 

 

 

 

 

중봉에 마련된 산행 리본 게시판에 빈자리가 없다.

월출산도 국립공원인 만큼 많은 산악회에서 산행하는 걸 알 수 있다.

 

 

 

 

 

이 눈바람이 붉은색이라면 산불이 활활 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풍경이다.

 

 

 

 

 

잠깐 동안 푸른 하늘 사이로 드러난 나무에 상고대가 애처롭게 달렸다.

영봉이 가까워지자 바람이 심해 상고대 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저 계단을 올라가면 영봉이 곧 다가온다.

바람이 없다면 온통 상고대 천지링 이곳에 더 이상 상고대는 보이지 않는다.

 

영봉에서 덕주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능선 우측 북서쪽 사면의 나무엔 바람에 상고대가 붙어있질 않다.

 

월악산 정상인 영봉을 만나게 될 마지막 계단이다.

바람이 없었다면 이 계단에도 상고대가 둘러붙어 흰 천을 싸맨 듯 흰색 일색일 텐데....

 

상고대가 없으니 평범한 정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봉 방향의 풍경이다.

 

정상에 상고대가 그득하면 상고대에 정신이 팔렸을 텐데, 상고대가 없으니 주변 풍경을 돌아본다.

 

 

 

영봉에서 보는 건너편 전위봉

 

전위봉에서 영봉을 바라본다.

주변 나무 역시 바람에 상고대가 완전히 날아갔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오직 첩첩산중이니 어느 쪽으로 월악산을 오르든

하산 장소가 다르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지역이다.

 

 

 

주변 풍경 조망을 끝내고 다시 영봉을 거쳐 하산길에 접어든다.

 

중봉을 오를 때까지만 해도 안개구름이 하늘을 가렸으나 이젠 청명한 하늘이다.

바람이 없었다면 여전히 남았을 상고대도 청소하듯 쓸어갔다.

 

영봉을 내려오며 바위에서 자라는 나무를 보니 지난주 상고대와 천지차이다.

이제부터 하산길에 보는 상고대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아침에 급하게 배낭을 싼다고 고어텍스 재킷을 빠뜨렸다.

상의는 브린제 고소내의를 입었으나 강한 바람에 맞설 엄두가 나지 않아

차량에 있던 비상용 비닐 우의를 걸치고 산에 오르니 그나마 바람을 견딜 수 있었다.

겨울 산행은 자칫 잘못하다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더욱 조심해야겠다.

 

중봉 오르는 길에 보는 암릉 

 

 

 

하봉 너머로 청풍호가 비교적 선명하게 보인다.

오늘은 악어봉을 생략하고 충주 탑평리에 있는 중앙탑을 볼 생각이었다.

중앙탑은 이미 1년 전에 봤으니 지난주보다 선명한 날씨라 악어봉으로 오르는 것으로 생각을 바꾼다.

 

 

 

바위에 가려 가까스로 살아남은 상고대가 대견스러워 보인다.

 

 

 

하봉

 

 

 

하산길에 뒤돌아 본 하봉과 중봉 방향

 

불과 두어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오를 때 보던 상고대는 아예 찾을 수 없다.

이제 올겨울의 상고대는 이렇게 떠나보내고 돌아올 겨울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차량을 회수하러 가는 길에 보는 하늘은 티 없이 맑다.

중국을 거치지 않고 시베리아의 한랭전선이 남하할 때는 어느 가을하늘 못지않게 맑고 푸르다.

오지게 추워도 이렇게 맑은 하늘이 좋다.

 

 

누구는 닭 모가지를 비틀지 않아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맹위를 떨치던 추위도 입춘을 앞두며 세력이 꺾일 것이다.

한동안 꽃샘추위가 옷깃을 파고든다고 해도 이미 겨우내 단련된 추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겨울을 이렇게 두 번 상고대를 보는 것으로 쓸쓸히 보내기는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