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지역별 탐방/제주도

추자도에 한가위를 상징하는 추석산이 다 있어

by 즐풍 2021. 10. 12.

 

 

2021.9.20 (월) 오전에 30여 분 탐방

 

 

상추자도에서 하추자도로 넘어오며 황경환과 관련된 '눈물의 십자가', '황경한 묘역'을 잠시 둘러본다.

천주교도라면 의미가 크겠으나 무신론자 입장에서 보면 별로 의미가 닿지 않는다.

황경한의 아버지인 황사영이 북경 주교에게 전달하려는 '황사영 백서'는 당시 조선으로 보면 흉악하기 짝이 없는 문서다.

신앙의 자유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겠다는 못된 심보를 드러낸 백서다.

국가 자주권을 포기한 내용이 많아 요즘 말로 하면 나라를 팔아먹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세월이 흘러 1998년 천주교에서는 교황청에 제출한 125위의 시복 청원서에 순교자로서 포함되었다.

다행스럽게 '백서'의 역사적 논란으로 인해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시복 미사에서는 제외되었다.

이는 모두 사실이니 거품 물고 달려들지 마시라.

 

황경한 묘역을 지나 모진이몽돌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추석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지금이야 산행이든 관광지든 아무래도 상관없으나 한때 산행에 몰두할 때가 있었다.

추석산이 추석과 관련이 있을까 의심하며 산행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갖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
처음엔 들어갈만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잡초가 무성하더니 지나가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그래도 예전에 설치한 안전시설이 보이긴 해도 이젠 별로 찾는 사람이 없어 방치된 느낌이다.

 

 

▽ 이 안내문은 산행을 다 끝내고 내려와 올레길에서 만난 안내문이다.

 

황경한 묘역을 지나며...

 

올레 18-1 코스에 해당한다.

 

 

 

 

 

층꽃은 자잘한 여러 꽃이 솜사탕처럼 모여 커다란 층을 이루며 계속 피어난다.

이 작은 꽃송이 하나하나에 든 꿀은 그야말로 이슬만큼 작겠다.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벌이며 나비가 둘러 붙어 꿀을 따고 있다.

경이로운 모습이다.

 

추석산으로 들어가기 전 어느 정자에서 바라보는 모진이몽돌해변은 나중에 갈 기회가 있다.

 

추석산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잡초가 무성해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길 뚫기가 어렵다.

 

아주 잠깐 바위가 나타나기도 한다.

 

산딸 열매도 아니고 넌 뭐냐?

 

이 층꽃은 층꽃나무라고 하는 데, 나무라기보다는 풀이다.

풀처럼 생긴 나무라 층꽃풀이라고도 한다는 데, 아무리 봐도 1년생 풀로 보인다.

보통 온화한 남쪽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데, 기후변화로 중부지방으로 상륙할 날도 머지않았다.

 

 

 

 

이제 추석산에 올라가 보름달을 보며 한가위 소원은 빌지 않는 모양이다.

세월이 흘러 귀찮게 산에 오를 사람도 별로 없어 보인다.

10여 년 전만 해도 등산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는데, 요즘은 많이 시들한 모양이다.

그러니 한 업종을 고수하며 평생 먹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 세대가 가면 등산 인구는 훨씬 줄어들겠다

 

하산길에 일제가 만든 진지동굴이 있다기에 들어가는 데, 입구에 까마귀가 반갑게 맞는다.

 

 

 

 

 

안에서 본 동굴 입구는 사각형인데, 옆으로 돌아 나가는 또 다른 출입구는 사자 형태다.

 

오른쪽 출입구

 

옆으로 본 형태

 

굴에 들어서니 천장에 붙어 있던 박쥐 몇 마리가 후드득거리며 날아간다.

괜한 호기심으로 동굴에 들어갔다가 박쥐 잠을 방해한 훼방꾼이 되었다.

미안하다, 귀여운 박쥐야.

 

이 까마귀의 의미는 뭘까?

 

 

 

궁금했던 추석산은 잡초가 많아 진행하기 어려웠다.

예초기로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점점 더 소외되는 산으로 변해 등산객이 찾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애써 돈 들여가며 잡초를 제거할 만큼 화려한 산도 아니다.

왜놈들이 만든 진지동굴은 올레길에서 멀지 않으니 그래도 더러 방문객이 있는 모양이다.

30여 분만에 산 한 개를 산행 이력에 추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