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4.토 10:16~15:42(이동시간 05:25, 이동거리 7.57km, 휴식시간 00:55, 평균속도 1.6kl/h) 맑음
이번 대둔산 산행 선택은 무척이나 신중하고 까다로웠다.
사실 오늘은 적상산이나 조계산을 염두에 뒀는데, 적상산은 멀고 조계산은 무박산행이다.
지난주 토요일에 월악산 만수봉 릿지를 하고, 일요일에 청량산과 축융봉을 돈다고 고생 좀 했다.
게다가 지난 수요일에 담양과 순창에 있는 강천산을 다녀왔기에 피로는 누적된 상태다.
내일 먼 곳인 추월산을 가야하니 오늘은 단풍산행 중 가장 가까운 대둔산으로 간다.
어쨌든 단풍도 이 산 저 산 다 구경은 해야겠는데, 세월은 쏜살같으니 야속하기만 하다.
체력은 작년 다르고 올 다른 게 아니라 이제 나이 좀 먹다 보니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오~ 무심히 흐르는 세월 속에 내 체력도 떨어지니 안타깝다.
어쩌면 단풍산행은 이즈음에서 끝난다고 봐야겠다.
산행이야 여전히 진행하겠지만, 다음 주엔 설악산 달마봉을 갈 예정이니 그곳은 이미 단풍이 끝났다.
그다음 주 토요일은 아직 일정이 안 잡혔으니 어느 산이든 단풍은 끝물이겠다.
단풍이 끝나고 낙엽도 지면 산행은 더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낙엽이 지면 나뭇잎에 가렸던 조망이 트여 먼 산은 더 가깝게 보이고 가까운 능선은 속살까지 쉽게 엿볼 수 있다.
그러니 산행의 매력은 낙엽 진 이후의 겨울 산행이 제격이다.
날이 추워지면 많은 사람의 산행도 동면에 들어가게 되어 혼잡하던 산길이 텅텅 비게 된다.
진정한 산꾼이라면 혹한을 무릅쓰고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도 마다하지 않고 산행을 즐기는 자세일 것이다.
대둔산은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며 극찬을 했던 명산이다.
케이블카와 금강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이 설치된 전북 방면은 악산의 면모를 갖추었고,
충남 방면은 부드러운 산세로 육산의 면모를 갖춘 상반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대둔산 등산코스
자는 아내를 깨워 차를 얻어 타고 풍산역에 도착하자 평소라면 번잡했을 승차장이 썰렁하다.
지난 주 강천산 갈 때 이용했던 시각에 국철이 떠날 줄 알았으나, 평일과 주말 시간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벌써 집에 갔을 아내에게 다시 전화해 일산동구청 앞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다행히 곧바로 오는 830 버스를 타고 당산에서 환승하여 10여 분 여유있게 사당역에 도착했다.
사당역의 산악회 버스가 설 장소엔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고가도로에서 내려오는 길과 일반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단풍 산행을 가는 버스와 뒤엉키다 보니 민원이 들어갔나 보다.
무단정차 한 버스를 비디오로 채증하는 경찰을 피해 버스는 100여 m 앞쪽으로 이동해 버스를 찾는다고 난리다.
이런 현상은 반짝 단풍철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등산은 충남 금산과 전북 완주의 경계인 배티재에서 시작한다.
능선을 잡아타고 그 능선의 고개마루에 도착하자 대둔산 정상인 개척탑 주변의 암릉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꽤 오랫동안 흙길이다.
암릉은 정상 주변에 집중되어 있어 정상 부근까지 가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한 군데 제법 높은 바위가 있어 가는 길에 보이는 암릉을 잡아보지만, 이 바위를 우회하여 올라간다.
이 바위는 좀 전에 본 바위와 제법 떨어진 우측능선에 있다.
나중에 낙조대에서 이 바위를 찍겠다고 한참을 내려갔으나 불행하게도 너무 멀어 잡지 못했다.
주능선 삼거리에 도착해 우측에 있는 낙조대로 이동했으나 좀 전에 보았던 암릉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굳이 낙조대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낙조대에서 되돌아 와 정상 쪽으로 진행하자 드디어 암릉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대둔산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대부분은 낙엽이 지고 남아있는 참나무와 일부 단풍이 가을의 정취를 보여준다.
남쪽 산은 영암의 월출산이 가장 훤출하게 잘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운 대둔산도 제법 볼 거리가 풍부하다.
시간이 많다면 암릉을 타고 내려가면 좋겠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주마간산처럼 겉보기만으로 만족한다.
이 바위에서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저 바위까지 가려면 나뭇가지가 불편한지 누군가 큰 가지를 무지막지하게 잘라냈어도 아직 기개는 살아있다.
발길 닿는데마다 이런 비경을 보여주니 대둔산이 명산임을 알겠다.
내 사진이 왜 여기 들어갔지?
대둔산에서 올리고 싶은 사진은 무척이나 많았다.
그 사진을 다 올리자니 1부, 2부로 나누어도 성이 안찰 거 같아 과감하게 많은 사진을 버리고 액기스만 뽑아 올린다.
바위 하나씩 밟고 올라설 때마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느낌이다.
이런 바위를 하나씩 올라서면 가슴에선 수많은 감동이 하모니처럼 울려퍼진다.
왼쪽 바위능선을 따라가면 여기선 보이지 않지만, 용문굴을 지나 칠성봉 전망대가 있을 것이다.
그 전망대에 서면 오른쪽 능선으로 일곱개의 봉우리가 멋드러질 텐데, 하산길에 들려본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며 극찬을 했다더니,
이런 암릉 구간을 다 타고 다니며 대둔산을 자세히 알자면 며칠 잘 걸리겠다.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이다.
저 바위 하나하나에 올라서면 또 다른 풍경을 하나씩 보여준다.
가다 힘들면 눌러앉아 쉬거나 배고프면 둘러앉아 식사 장소로도 좋다.
그러나 앉으면 주위 풍경에 반해 일어설 줄 모르니 이게 명산인 대둔산의 함정이다.
이 나무 아래서 쉬며 조망하는 풍경은 또 얼마나 멋질까?
하나하나 다 멋진 바위인데 또 그들이 모여 주변 풍경과 어울리며 더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사실, 오늘 대둔산 단풍은 크게 기대도 하지 않고 왔다.
지금쯤 단풍은 대장산을 피크로 그 아래 지방으로 내려가며 상풍객을 불러 모으기 때문이다.
대둔산 정상은 이미 단풍은 구경하기도 힘드나 중간 아래부터 이런 끝물의 단풍이라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저 아래 금강구름다리가 보인다.
지나온 능선 뒤로 천의 얼굴을 가진 암릉이 숨어 있으나 직접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풍경이다.
이제 구름다리도 보이니 좀 더 가면 대둔산 정상인 개척탑이다.
개척탑을 끝으로 하산길로 접어들어야 하니 산행도 거의 끝나가는 셈이다.
여기서 잠시 쉬는 데, 큰 구름 한무더기가 태양을 가리니 갑자기 사진빨이 안 받는다.
핑계김에 앉아서 간식을 먹으며 다시 햇살이 비출 때까지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려도 여전히 건너편은 미세먼지와 응달로 조망이 시원치 않다.
대둔산은 몇 번을 더 오가며 그때 마다 능선 하나하나씩 알아가야 제맛이겠다.
지난 번엔 저 삼선계단을 올라가며 삐그덕거리는 소리에 제법 오금이 저렸는데,
오늘은 사람도 많거니와 시간이 부족해 삼선계단은 생략한 채 그냥 내려간다.
점점 가까워지는 정상의 개척탑
일주일 전에만 왔어도 단풍과 어울리는 암봉군락이 참 멋졌겠단 생각을 해본다.
올겨울엔 상고대 가득할 때 날 잘 골라 다시 이곳의 비경에 빠져봐야 겠다.
개척탑에 올라왔으나 사람들이 뒤엉켜 인증사진을 찍겠다고 난리다.
일찌감치 자리를 뜨고 옆으로 이동해 볼 수 있는데까지 좀 더 보고 내려간다.
차라리 멀리서 보는 정상의 모습이 더 근사하다.
대둔산에서 제일 멋진 풍경은 구름다리를 지난 공간에서 삼선계단과 개척탑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다.
여기서 봐도 삼선계단과 구름다리 사이의 암봉과 남아 있는 단풍의 조화가 멋지다.
이젠 전혀 낯설지 않은 대둔산의 정상과 인근 암봉을 옆에 있는 산불 감시초소까지 와서 담아봤다.
여기서 대둔산 능선에서 조망할 수 있는 풍경은 접고 드디어 하산길에 나선다.
하산길에 보는 대둔산 정상인 개척탑과 삼선계단의 멋스런 풍경
단풍이 조금 밖에 남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크다.
케이블카 승강장에 왔을 때 케이블카 대기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걸린다는 걸 알았다.
단풍 끝 시즌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대기 시간이 길다. 걸어서 내려가면 40분이면 충분하니 걷기로 한다.
대둔산은 하산길인 구름다리를 지나 삼선계단과 정상을 바라보는 풍경이 최고의 절경이다.
사계절 어느 대라도 기가 막힌 풍경을 연출하겠다.
어느 겨울 눈 내리고 상고대 가득할 때 다시 와야겠다.
금강구름다리는 길이 50m, 교폭 1m에 통과하중 25ton까지 견디게 설계되었다.
1985.9.21.에 준공되어 벌써 32년의 세월이 지났다.
오랜 시간동안 안전하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다리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하산길에 저기 보이는 장군봉을 돌아 용문골의 칠성봉전망대까지 다녀온다.
이정표에서 용문골을 용문굴로 잘못 읽어 굴 구경이나 가자고 나선 곳이 몇 년전 용문골계곡으로 올라갔던 곳이다.
워낙 오랜만인데다 대둔산을 잘 알지 못해 생긴 해프닝이지만, 역시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삼거리에서 약 630m를 이동해 용문굴 아닌 용문굴을 지나게 된다.
용문굴을 지나 20여 m만 오르면 칠성봉 전망대다. 앞쪽으로 조망이 시원하지만, 워낙 역광이라 사진을 찍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정면이 아니라 정상쪽을 조망한다.
다시 용문굴을 지나 원점으로 돌아와 케이블카능선을 따라 하산한다.
1894년 1월 고부농민봉기로 시작된 동학농민혁명은 근현대사의 일대 사건이다.
봉건적 사회질서를 타파하고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한 반봉건·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세운 최초이자 최대인 민중항쟁이었다.
동학농민혁명은 전국적으로 일어난 항쟁으로 대둔산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1984년 2차 봉기 이후 전봉준을 중심으로 동학농민군 주력이 삼례를 출발하여 여산, 논산을 거쳐
공주 우금티에서 관군·일본군과 대대적인 전투를 벌였으나 화력과 조직력 열세로 패하였다.
이후 농민군 일부는 대둔산의 험준한 지형을 이용해 진지를 구축하고 관군·일본군과 맞서 싸웠다.
1894년 12월 중순부터 다음 해 2월까지 70여일 간 항전하던 농민군은 1895년 2월 18일 관군·일본군의 기습으로
함락되었다.
대둔산 항전지는 다른 지역의 동학농민군이 대부분 사라진 뒤에도 마지막까지 저항한 역사적 현장이다.
이러한 대둔산 동학농민혁명전적지인 이곳은 동학혁명의 정신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당시 원형이 상당부분 보존되어 있어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안내문 편집)
대둔산에서 가장 화려한 단풍을 상가지구에서 보게 된다.
낼 추월산에서 단풍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해 단풍은 사실상 여기서 끝나는 셈이다.
올해 멋진 단풍을 보여준 가을은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불과 7km 조금 더 걸은 대둔산은 암릉의 천국이다.
언젠가 시간이 허락하면 그 구간의 능선과 계곡을 타야 직성이 풀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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