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지역별 탐방/전라도·광주

한국의 산티아고인 신안 섬티아고에서 평안을 찾아볼까?

by 즐풍 2021. 10. 22.

2021-145

 

 

2021.9.27 (월) 11:40~16:35, 5시간 탐방, 13.5km 이동

 

 

병풍도 탐방을 끝내고 갯벌을 가로질러 섬을 연결하는 노둣길 따라 대기점도로 들어왔다.

외지인은 이 노둣길이 물에 잠기면 건너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섬사람은 물이 빠지면 노둣길로 건너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노둣길을 두고도 서로의 관점은 이렇게 다르다.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의 예배당을 순례하는 것을 스페인의 산티아고에 견주어 섬티아고라 한다.

모두 다섯 개의 섬을 돌아야 하는 데 물때를 보고 방문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송광 여객선터미널에서 두 번째 배로 들어온다면 12:30~13:30에 썰물일 때가 가장 좋을 때다.

통상 썰물일 때 앞뒤로 네 시간 30분 정도라면 아무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다.

 

 

 

□ 기점·소악도

 

신안군 증도면 기점&소악도는 지난 2018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되어

섬마을 가꾸기 사업이 진행되었다.

넓은 갯벌과 낮은 언덕·야산으로 이루어진 섬 4곳(대기점도-기점도-소악도-진섬)이 노둣길로 이어져,

물이 차면 길이 사라졌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보이는 신비한 풍경을 가졌다 해서 '기적의 순례길'이다.

길은 바닷물이 가득 차면 수평선이었다가 물리 빠지면 지평선이 된다.


1번 건강의 집(베드로)에서 12번 지혜의 집(가롯 유다)까지 12km로 세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싸목싸목 걷다 보면 곳곳의 작은 둠벙도 만나고 갯벌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짱뚱어, 농게, 칠게 무리를 만날 수 있다.


순례길을 따라 각각 다른 모양으로 지어진 12개의 건축 미술작품은 예수의 12 사도의 이름을 따왔다
한두 명이라도 들어가 기도, 목상, 명상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간이다.

꼭 예배당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

종교인 비종교인 상관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들렀다 가는 공공의 건축 미술작품이다.  (안내문)

                                                                                                          

 

 

순례자의 섬 연결 코스

 

위 지도는 작성 편의상 옆으로 뉘인 지도로 작성한 것이고,

아래 지도는 지도 작성의 원칙에 따라 북쪽을 상단에 둔 지도이다.

맨 위 섬이 병풍도이고, 나올 때 소악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면

위 지도의 진섬에 소악도 선착장이 있으니 참고하시라.

 

 

섬티아고 순례길을 돌기에 앞서 병풍도로 들어가 한창 핀 맨드라미 꽃을 보고 왔다.

섬티아고는 병풍도까지 노둣길로 연결돼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요즘 한창 뜨는 퍼플 섬이 보라색 일색이라면 병풍도는 붉은색에 간혹 노랑과 보라색도 들어간다.

빨간색의 강렬함이 좋다면 병풍도를 적극 추천하지만, 맨드라미 꽃이 핀 경우로 한정한다.

병풍도의 맨드라미 꽃이 궁금하면...  

 

섬티아고 탐방에 앞서 본 병풍도 맨드라미꽃이 황홀한데

2021_145 2021.9.27 (월) 10:45~11:40, 한 시간 탕방 여수에서 생활할 때 한 약속대로 선생님 내외분과 함께 신안의 섬 티아고로 간다. 섬 티아고 가는 방법은 천사대교 관광안내소와 머지않은 곳인 송광

blog.daum.net

 

 

대기점도로 들어왔으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선착장에 있는 첫 번째 예배당인 건강의 집은 생략했다.

결과로 보면 다녀왔어도 충분한 시간이었는 데 마음이 너무 급했다.

뿐만 아니라 세 번째 예배당인 그리움의 집도 건너뛰게 되어  「기점소악도.com」의 사진을 모셔왔다.

 

 

 

첫 번째 예배당인 건강의 집(베드로)

위치 : 대기점도 대기점 선착장

가이드 : 그리스 산토리니의 둥근 푸른 지붕의 이미지. 흰 회벽으로 거칠게 마감, 바다와 잘 어울리는 산뜻한 색감,

순례길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이 있다. 

작가 : 김윤환                                                       [출처_기점소악도.com] (이하 예배당 소개글의 출처는 같다)

 

 

 

                                                                                                                 [사진 출처_기점소악도.com]

 

 

                                                                                                                [사진 출처_기점소악도.com]

 

1번 예배당에서 섬티아고 순례 시작을 종을 치고 시작한다고 하는 데, 유감스럽게도 우린 그러지 못했다.

 

첫 번째 예배당인 건강의 집은 들어가진 않았어도 뱃머리에서 봤다.

두 번째 예배당인 생각하는 집이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멀리 스페인의 산티아고 대신 풍광 좋은 신안의 섬티아고에서 순례를 시작한다.

 

 

두 번째 예배당인 생각하는 집(안드레아)

위치 : 병풍도 노둣길 입구 북촌마을 동산

가이드 : 노둣길을 배경으로 마을 동산에 위치함. 두 개의 높고 둥근 지붕이 있는 건축 미술 작품으로,

단단하고 아름다운 외관임

작가 : 이원석

 

밀물과 썰물을 해와 달로 해석한 작품이라 한다.

 

이 또한 해와 달을 상징하는 작품인가?

태양은 강렬한 색상을 이용해 모자이크로 처리했고, 달은 도자기 그릇을 이용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다.

 

 

 

 

 

야고보의 그리움의 집으로 가는 길에 되돌아본 생각하는 집

 

 

 

 

세 번째 예배당인 그리움의 집(야고보)

위치 : 대기점도 저수지 지나 숲 속

가이드 : 논둑길을 따라 작은 호수 주변 숲 속의 작은 예배당이다.

심플한 디자인에 로마식 기둥을 입구 양쪽에 세워 안정감이 돋보임

작가 : 김 강                                                                                            [사진 출처_기점소악도.com]

 

그리움의 집은 길을 놓쳐 찾지 못했다.

그걸 알았을 땐 제법 멀리 이동해 뒤돌아서기 마땅치 않아 다음 여정으로 이동했다.

사진으로 이 작품을 보고 에밀레종의 비천상이 연상되는데, 작가가 의도한 것이리라.

기독교에 불교의 정신을 살짝 불어넣어 종교 화합을 원한 건 어닐까?

                                                                                                                [사진 출처_기점소악도.com]

 

네 번째 예배당인 생명평화의 집(요한)

위치 : 남촌마을 입구

가이드 : 하얀 원형의 외곽에 지붕과 창의 스탠드 그라스가 아름답다.

치마처럼 펼쳐진 계단과 예배당 입구의 염소 조각이 눈길을 끈다.

작가 : 박영균

 

실내 장식과 밖에 있는 조형물이다.

 

 

 

천장에 있는 모자이크로 가운데에 십자가를 살짝 집어넣고, 나머지엔 뭘 넣은 걸까?

 

 

 

다섯 번째 예배당인 행복의 집(필립)

위치 : 기점-소악 노둣길 입구

가이드 :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건축형태를 띰. 적벽돌과 갯돌,

적삼목을 덧댄 유려한 지붕 곡선과 물고기 모형이 독특하다.

작가 : 장미셀 후비오·부루노·파코(프랑스, 스페인)

 

어쩐지 외국 풍이라더니 프랑스 작가와 스페인 작가의 협업으로 이뤄낸 작품이다.

이 십자가는 가로 그은 선을 한 칸 더 내렸으면 비율이 더 좋겠단 생각이 든다.

 

 

 

 

 

지붕에 물고기 모형을 달았다.

무신론자인 즐풍이 중학교 때 "벤허"에서 여인들끼리 이런 물고기 그림을 그리며

눈빛을 주고받는 걸 보고 무슨 뜻일까 궁금했었다.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비밀스럽게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기독교의 상징으로

두 개의 곡선을 겹쳐 만든 물고기 모양으로 나타낸다.

 

섬 사이를 연결하는 노둣길은 어민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지게에 돌을 지고 나르며 만든 길이라고 한다.

세월이 지난 뒤 시멘트 포장을 해 지금은 차량 한 대 다닐 정도의 너비를 가졌다.

 

 

여섯 번째 예배당인 감사의 집(바르톨로메오)

위치 : 기점도 큰 호수 위

가이드 : 호수 위의 교회로, 물이 가득한 호수에 그림처럼 떠 있는 건축 미술이다.

목조와 통유리로 자연을 흡수하는 우아한 형태를 보인다.

작가: 장미셀·알룩 (프랑스)

 

이 감사의 집은 연못 안에 있어 들어갈 수 없다.

신인군에서는 다리를 놓고 싶어 하는 데, 안전사고 문제로 고민 중이라고...

 

 

작업실을 그냥 방치함으로써 하나의 작품이 된다.

 

두 눈을 가진 바위

 

순례자의 섬에 방문객이 많아지자 카페까지 생겼다.

 

갯벌이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며 파도가 칠 때마다 진흙을 옮겨 거의 정지작업이 다 끝났다.

영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고르게 잘 펴졌다.

 

물을 이렇게 순환시켜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인 에어레이션이다.

에어레이션은 산소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노폐물을 밀어내는 기능까지 있어 필수 기구인 셈이다.

 

마지막 12번째 코스는 딴섬에 두었다.

대기점도부터 진섬까지 네 섬은 노둣길로 연결되었으나 딴섬은 그야말로 딴섬 취급을 해 노둣길이 없다.

딴섬은 세로로 375m에 폭은 79m인 무인도라 노둣길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나 보다.

이날(21.9.27) 소악도의 간조는 10:45이었는 데, 우리가 들어간 14:20까지는 문제없이 다닐 수 있었다.

간조는 물이 빠져나가서 더 이상 빠질 물이 없을 때를 말한다.

바다 사정을 모르는 우리는 혹여 물에 잠기면 낭패 볼 수 있겠단 생각에 진섬에 있는 10번 칭찬의 집과

11번 사랑의 집을 제쳐두고 바로 마지막 코스인 지혜의 집에 들어선 것이다.

사실, 우리가 나온 뒤에도 한 시간 이상 여유는 있어 보였다.

 

지혜의 집(가롯 유다)

위치 : 소악도 딴섬 산 245

가이드 : 모래 해변을 건너가는 작은 섬에 있다.

몽쉘 미셀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뾰죽지붕과 붉은 벽돌, 둥근 첨탑이 매력적이다.

작가 : 손민아

 

 

 

예배 장소

 

 

 

딴섬에서 진섬으로 나가는 해안은 아직 충분한 여유가 있다.

만조인 한낮에 들어오면 안 되고, 간조일 때 들어오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11번째, 사랑의 집(시몬)

위치 : 소악도 진섬이 보이는 솔숲

가이드 : 건축물의 실내에 들어서면 바다와 한 몸이 되는 곳으로

두터운 흰 석회 벽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단단한 조형미가 압권이다.

작가 : 강영민

 

사랑의 집은 앞뒤로 트여 바로 바다를 조망할 수도 있다.

바다를 사랑으로 품은 집이다.

 

액자 속 풍경

 

이 소원의 집도 곧 가야 한다.

 

열 번째, 칭찬의 집(유다 다대오)

위치 : 소악도 노두길 삼거리 (공유수면)

가이드 : 뾰족 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여럿 있는 작은 예배당으로,

외부의 오리엔탈 타일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작가: 손민아

 

어찌 보면 매우 단조로운 형태인 데, 천장에 다락을 둠으로써 꽤 넓은 집으로 보인다.

 

카펫이 깔여 편안하게 기도를 드릴 수 있다.

 

 

아홉 번째, 소원의 집(작은 야고보)

위치 : 소악도 둑방길 끝

가이드 : 프로방스풍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동양의 해학적인 곡선과 서양의 스탠드 글라스가 물고기 모형으로 어우러짐

작가 : 장미셀·파코(프랑스, 스페인)

 

지붕 바로 아래에 기독교의 상징인 물고기 모형을 넣었다.

 

들녘은 수확기를 앞두고 점차 황금빛으로 물든다.

 

 

 

여덟 번째, 기쁨의 집(마태오)

위치 : 소악도 갯벌 위

가이드 : 지역의 상징적 자연물인 갯벌 위에 세운 건축 미술 작품으로,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양파 지붕이 아름답다.

작가 : 박영균

 

시간이 충분하다면 순서대로 진행했을 텐데, 민물이 들어올까 봐 딴섬에 있는 12번째 지혜의 집부터 들른다고 

7번부터 건너뛰어 나올 땐 역순으로 보게 된다.

이 기쁨의 집이 12개의 예배당 중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사진으로만 보던 러시아 풍 건물을 이곳에서 본다.

 

해바라기 씨처럼 피보나치수열 모양으로 배치한 바닥의 조형물

 

노둣길 가운데 있는 이 기쁨의 집은 물이 잠기는 만조 땐 드나들 수 없다. 

 

 

일곱 번째, 인연의 집(토마스)

위치 : 게스트하우스 뒤편 순례길

가이드 :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단정한 사각형의 흰색 건축물로 별들이 내려와 박힌 듯

구슬 바닥과 푸른색 문이 인상적이다.

 

8번 기쁨의 집이 가장 화려한 외형이라면 이 인연의 집은 단순 명쾌한 느낌이 든다.

흰 벽에 파란색 지붕과 문의 라인이 명쾌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신자가 아니다 보니 무릎 꿇고 앉아 기도를 하지 않았다.

기도하는 방법을 모르니 즐풍이 기도하면 너무 세속으로 흐를까 겁난다.

 

 

병풍도에서 딴섬까지 간 다음 소기점도 선착장에서 나오는 배를 타는 줄 알고 되돌아왔다.

진섬의 소악도 선착장에서 타야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진섬에서 소기점도까지 왕복했으니 헛걸음 한 셈이다.

그나마 김 선생님이 차량이 지나갈 때면 양해를 얻어 두어 번 차량을 이용해 걷는 수고를 면했다.

 

그렇게 왕복했어도 30여 분 시간이 남았으니 1, 3번 예배당 놓친 걸 후회한다.

그래도 병풍도의 화려한 맨드라미 꽃을 보고, 섬티아고를 무탈하게 잘 끝냈다.

 

 

두 분 선생님과 이틀간 여행을 함께 하며 여수 갓고을센터에서 신안 여행을 함께하자던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여행 떠날 때 일정을 끝내며 귀소 하지 않고 신안으로 방향을 틀며 이루어진 만남이다.

섬티아고 순례길은 우연이기보다는 하나님의 계획으로 이루어진 느낌이다.

청주와 여수는 멀고 먼 거리인데, 서로를 당기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