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창가로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들리니 벌써 가을이 온 게다.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는 벌써 한 달 전에 지났고, 처서를 건너뛰어 어제가 백로다.
어물쩡거리다 보니 다음 주말부터 추석 연휴에 돌입한다.
올해 유난한 무더위로 채소값은 폭등했고,
고랭지 채소의 대명사인 태백지역의 채소도 유례없는 여름 더위에 다 물러버렸다고 한다.
추석물가를 걱정하는 농정당국의 한숨소리가 남쪽 끝 여수까지 들려온다.
여름 밥상의 든든한 응원군이었던 아삭거리던 채소를 갈아엎었다.
아삭 거리며 입맛을 돋우던 채소로 입 짧은 내가 평생 처음 쌈을 먹는 기적을 보였다.
노지가 아닌 비닐하우스만의 채소가 주는 별식이었던 셈이다.
이 채소도 세월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복토를 한 밭이라 경운기로 로터리를 칠 때 돌은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이 돌을 치우지 않으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모른척하고 넘어가도 그만이지만 꼼꼼한 우리 사무장님 그런 걸 놓칠 리 없다.
모두 호미와 바구니 들고 집합~~
지금부터 돌멩이를 제거한다, 실시~~
넵....
그놈의 돌멩이 고른다고 허리가 휘청거린다.
망할 놈의 돌멩이....
돌멩이를 고른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밖으로 갖다 버려야 하는 데,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50~60대 중장년은 뒤로 자빠지고,
20대 캐나다 청년이 돌인 듯 무겁겠냐며 자청하고 나선다.
역시 젊은 건 좋은 것이여~~
좋기는 개뿔, 남 골병드는 것도 모르고....
이렇게 돌로 만든 돌산이 우리가 살고 있는 여수 돌산읍이다.
우공이산의 전설은 이렇게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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