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5. 토 02:57~15:54(전체 시간 12:57, 전체거리 약 19.1km, 휴식 시간 02:28, 평균 속도 1.9km/h) 흐림
나이가 들면 근력이 좋아야 건강하다는 데 과연 등산으로 근력이 좋아질까?
등산은 조금 더 거센 걷기에 불과하니 근력과 상관없겠단 생각도 든다.
사실 산을 오르내린다는 게 걷기보다 느릴 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등산이 건강 유지에 도움되는 건 틀림없다.
배낭 메면 얼마간 하중이 실리고 거기에 바위라도 잡고 암벽을 오르면 팔다리에 체중이 실린다.
산을 오른다는 건 걷기와 차원이 다른데다 오늘같이 설악산을 오른다면 제법 근력이 필요한 건 틀림없다.
암벽을 오르내릴 때조차 스틱을 손에서 놓지 않고, 스틱으로 체중을 밀고 받치니 팔에도 하중이 실린다.
그러니 등산한다는 건 배낭 하중까지 싣고 팔다리는 물론 전신운동을 함께하는 셈이다.
지난 어린이날 연휴에 고구마 심는데 밭에 설치한 펌프가 고장 나 개울에서 물을 길어다 모종에 일일이 물을 대야 했다.
말이 양동이지 20ℓ 짜리 화학약품 빈 통에 물을 가득 채워 개울에서 밭까지 길었으니 그 체력 부담이 굉장히 컸다.
90㎏이 넘는 매부가 물통 한 번 옮기고 포기한 걸 그 체중의 65%에 불과한 내가 하루종일 물을 길어도 끄떡없었다.
끄떡없었다는 건 거짓말이고 개울 둑을 오를 땐 허리가 휘청거리고 온몸에 걸리는 하중 부담으로 죽을 맛이었다.
그런 부담 없이 고구마와 옥수수 모종을 심은 자형이나 매부는 잠시라도 쉴 때면 "아이고~아이고~" 거리며 땅바닥에 드러눕는다.
누우면 편하겠지만 내 천성이 대쪽 같아 힘들어도 그 정도는 견딜 수 있기에 그저 앉아서 쉬었다.
작년 처음으로 고구마 농사에 합류했을 때 모두 호미나 제대로 쥘 수 있겠냐던 걱정이 경이로움으로 바뀐지 오래다.
맨날 책상에 앉아있던 내가 이런 체력 부담을 견딜 수 있는 건 그래도 등산 덕분 아닐까?
설악산 대청봉-공룡능선 등산코스
산방기간이 끝나고 열린 지난주 말의 설악산 귀때기청을 어느 블로그에서 보니 만개한 진달래꽃이 절경이다.
시기 상 그 절경은 이미 가고 없겠지만, 귀때기청 보다 높은 대청봉에서 진달래꽃을 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설악산을 무박으로 올 땐 장수대, 한계령, 오색약수, 신흥동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게 산행할 기회가 주어진다.
한계령에서 산행하면 오색약수 보다 약 3km를 더 걸어야 하니 거리가 짧은 오색에서 시작한다.
늘 오색으로 오를 때면 빈틈없이 대청봉까지 이어진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럴 때마다 다음엔 한계령에서 올라야겠단 생각도 막상 산행할 땐 짧은 구간인 오색에서 시작한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 후회가 앞서지만, 기억력이 부족하니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
새벽 세 시부터 산행을 시작하니 여명이 시작되는 04:50까지는 칠흑 같은 밤이다.
근 두 시간 동안 랜턴에 의지하니 주변 풍경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이번 산행은 다른 산악회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다섯 시가 산행 마감이라 다소 여유가 있다.
하지만 05:07의 일출에 맞춰 두 시간 안에 대청봉까지 오를 능력이 안 되니 여유 있게 오를 생각이다.
시간이 넉넉해 여유 있게 걷자고 다짐했으나 산행을 시작하자 모두 전투에 돌입한 듯 속도전이다.
나 또한 그들과 흐름을 맞추다 보니 여느 때와 다름없이 05:45에 대청봉에 도착한다.
대청봉 오르기 전 이미 산등성 위로 한뼘도 더 오른 태양을 폰카로 잡는다.
설악산
설악산 국립공원은 398.237㎢의 광대한 면적에 수많은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이며, 수려한 경관자원을 가진 공원이다.
최고봉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북서쪽의 마등령, 미시령으로 이어지는 설악산맥,
서쪽의 귀때기청 대승령으로 이어지는 서북주능,
북동쪽의 화채봉 칠성봉으로 이어지는 화채능선 등 3개의 주능선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이들 능선을 경계로 서쪽은 내설악, 동쪽은 외설악, 남쪽은 남설악으로 불린다.
주요 경관으로는 호박바위, 기둥바위, 넓적바위 등이 공룡능선, 용아장성, 울산바위를 중심으로 발달해 있어
우리나라 제일의 암석지형 경관미를 갖춘 국립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상경관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서 십이선녀탕, 구곡담, 천불동계곡을 중심으로
많은 폭포와 다양한 크기의 소, 담 등이 암석지대와 조화되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아내고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설악산은 천연보호구역, 국립공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식물자원의 보고이며, 온대중부의 대표적인 삼림지대이다.
이 지역은 낙엽활엽수와 상록침엽수의 혼효림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부분적으로 단순림을 형성한 곳도 있다.
식물분포로는 북방계식물(눈잣나무 등)의 남한지대인 동시에 남방계식물 (때죽나무 등)의 북한지대로서 그 중요성이 있다.
설악산 일대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연자원의 분포 서식지로 1982년 유네스코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설정되었으며
2005년 12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으로부터 카테고리Ⅱ(국립공원)로 지정되었다. (설악산 국립공원 안내문)
낮에 오색으로 오르면 그래도 제법 볼만한 풍경이 있을 텐데, 일출이 막 지나 대청봉에 오르니 처음 보는 풍경이 대청봉과 표지석이다.
여기서 찍는 인증샷 하나를 얻기 위해 두 시간 동안 헉헉거리며 올라왔다.
5층인 사무실에서 9층 식당까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 귀찮아 대부분 계단을 이용한다.
상가 건물이다 보니 층고가 제법 높아 겨우 4개 층을 오르는데도 죽을 맛이다.
오색탐방지원센터가 해발 440m로 대청봉까지 약 1,270여 m 고도를 높여야 하니 사무실 계단으로 치면 아예 오를 생각을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무거운 배낭 메고 스틱에 의지해 발을 딛기 시작하면 신선한 공기에 아름다운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로 견디고 견뎌낸다.
아무리 그래도 겨우 4개 층 오르는 계단도 죽을 맛인데, 대청봉이라니 이건 불가사의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물방울이 모인 안개가 무거워선 인지 산 아래 가라앉아 바다처럼 보인다.
정상 바로 아래쪽엔 아직 햇볕이 들이 않아 기득 피어난 진달래도 제 색깔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귀때기청봉의 진달래처럼 화려한 자태가 아닌 게 다소 아쉽다.
대청봉 인증샷을 찍기 위해 대기 중인 등산객
좀 전에 본 태양보다 11분 늦게 잡았어도 여전히 일출 같은 느낌이다. 동해 일출보다 45분 늦게 본 일출이다.
중청봉과 중청대피소
다음 주 소백산 국망봉 철쭉꽃이 만개할 거 같아 일주일 전에 산행 신청했으나 지금까지 신청자는 나 혼자다.
다들 오늘 소백산으로 떠났으나 비로봉이나 국망봉 주변의 철쭉은 다소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백산 대타로 내변산 쇠뿔바위봉도 신청했으나 이 역시 성원 되긴 글렀다.
봄꽃인 진달래꽃이나 철쭉꽃은 설악산 진달래꽃으로 위안 삼아야겠다.
중청으로 내려가며 대청봉 일별 후 미련없이 떠난다.
소청으로 내려가며 바라본 중청봉 방향
2주 후인 6월 7일 무박으로 가게 될 용아장성, 벌써부터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이건 폰카로 잡은 사진인데 카메라 사진보다 더 선명하다.
희운각 내려가며 잡은 건너편 하경봉
이런 바위문을 지나...
바위보단 소나무 고목이 더 멋지다.
위 사진이나 이 암봉도 공룡능선을 다니며 처음으로 잡은 사진이다.
오늘 시간이 넉넉히 주어져 여유있게 여기 저기 많이 들어가본다.
오늘은 여유로운 산행을 하고도 하산했을 때 한 시간이 남았다.
설악산은 워낙 코스간 긴데다 힘든 구간이 많아 늘 이렇게 많은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
대청봉에서 내려올 때 한계령에서 올라온 사람이 중청을 지나 대청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는 맨발에 중고등 학생이 교실에서 신는 것보다 좀 더 고급진 슬리퍼를 신었다.
장거리 산행이 걱정돼 양말을 두 켤래나 신은 나와 비교할 때 상상 불가의 무지막지다.
소청봉 지나 희운각 내려갈 때 나를 추월하는 그를 다시 만났다.
등산화가 없냐고 물으니 그는 발이 약해 등산화를 신으면 발가락이 궁쿨러 슬리퍼를 신는데, 이젠 그게 더 편하다고 한다.
발이 궁쿨면 등산화를 좀 더 큰걸 사면 되지 않냐고 하니 그래도 슬리퍼가 더 편하단다.
슬리퍼를 보니 발보다 훨씬 커 발목이 앞으로 쏠린 데다 검은 슬리퍼 물색이 맨발 발등을 다소 검게 만들었다.
9년 전 도봉산을 겨울에 양말도 없이 흰 고무신 신고 오르는 사람을 봤어도 가장 험한 설악산을 슬리퍼 신고 오르는 걸 보기는 처음이다.
그는 지난번 지리산 화대종주를 한번 실패해 이번 산행은 화대종주를 염두에 둔 준비 산행이라고 한다.
사실 나도 화대종주는 겁이 나 성대종주만 한 터라 쉬운 성대종주를 권하니 꼭 화대종주를 이뤄내겠다고 한다.
이후에도 40대 중반인 이 젊은이를 두어 번 더 만났는데, 한 번은 뒤에 쳐진 사람 마중 간다며 되돌아가는 걸 봤으니 의리도 있다.
내게 먹을 거라도 뭔가 주고 싶은데 줄게 없다며 아쉬워하는 걸 보면 성품도 참 좋은 사람이다. 부디 화대종주 성공하길 기원한다.
희운각 지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암봉
무너미고개에 7:47에 도착했다.
오색약수에서 대청봉까지 5km를 세 시간 52분 만에 도착했고, 대청봉에서 이곳 무너미고개까지 두 시간 2분 걸렸다.
중청 대피소에서 20여 분 아침 식사 겸 휴식하고 희운각 대피소를 지나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아직은 준수한 편이다.
이정표엔 공룡능선은 방향만 표시하고, 양폭대피소나 비선대는 거리를 표시한 걸 보면 은근히 천불동계곡으로 하산을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설악산 대청봉을 찍으면 그다음 순서는 당연히 공룡능선이다.
저 대청봉에서 소청봉을 거쳐 희운각 대피소까지 한 화면에 들어갔어도 거의 두 시간 걸리는 거리다.
신선봉을 폭을 줄여본다.
신선대 옆 바위에 올라서면 공룡능선의 칠형제바위, 범봉, 1275봉 등이 한눈에 보인다.
오늘 산행 중 대청봉이 설악에 들어선 제1막이라면 신선대는 공룡능선으로 들어서는 두 번째 관문인 셈이다.
그러니 신선대란 이름은 절묘하게도 신선의 세계로 발을 디디며 신선놀음에 빠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오늘 설악산 일기 예보는 청명 그 자체였으나 애석하게도 이렇게 박무에 흐리기까지 해 사진이 별로다.
서풍이 심하게 분다.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내려오면 날씨는 조금 춥더라도 청명한 하늘을 보여줄 텐데 잔뜩 중국의 스모그를 몰고 들어와 조망이 형편없다.
작년 여름에 저 범봉 뒤로 돌아 오른 후 노인봉까지 올랐던 기억이 난다.
설악엔 너무 많은 암봉이 많아 이름조차 없는 바위도 여느 산에 있다면 찬사가 붙기 마련인데, 여기선...
같은 스카이라인의 왼쪽으로 포코스를 맞추면 공룡능선의 최고봉인 1275봉이 보인다.
시간이 넉넉하니 1275봉을 오를 수 있겠다.
범봉은 호랑이를 나타내는 범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데, 내가 볼 땐 범의 어금니처럼 보여 범봉이란 이름을 지었겠단 생각이다.
신선대를 한참이나 내려와 올려다 보니 제법 높고 뾰족하다.
제일 높은 봉우리가 1275봉이고 맨 오른쪽 봉우리가 노인봉이다.
전에 범봉오르던 날 전 노인봉을 오른 후 가야동계곡을 타고 하산했다.
시간이 넉넉해 등로 옆에 있는 바위에 오르니 이런 첨봉 옆에 소나무가 서로를 넘겨보지 못 한 채 그리워한다.
앞쪽 바위
이 바위도 제법 멋져 폰카로 폭을 줄였다.
카메라는 옆으로 찍으면 다 안 잡히니 세로로...
또 고개를 넘고 넘어 한결 가까워진 천화대
노인봉과 범봉
맨 왼쪽 바위와 나머지 두 바위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나 평면인 사진으로는 같은 바위처럼 보인다.
좀 전에 붙어 있는 듯 보이던 바위는 너무 가팔라 올라갈 수 없는 바위다.
이 바위는 카메라로 잡기엔 너무 가까워 화질 떨어지는 걸 감수하고 폰카 파노라마로 잡으니 제법 근사하게 보인다.
카메라로 세우면...
넘어와서 보는 칠형제봉이 더 멋지다.
이 바위를 넘어서면 1275봉을 바로 목전에 둔다.
그렇다고 계단 오르듯 쉬운 게 아니라 또 한 바가지 땀을 뺄 만큼 어렵고 험한 암릉을 올라야 한다.
좀 전 바위를 지나자 눈 앞에 나타난 1275봉이 더 이상 공룡능선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높이 장막을 치고 막아선다.
저 칠형제봉도 더 살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위험한 데다 스쳐 지나간다 해도 시간 여유가 별로 없겠다.
그나마 저 왼쪽 노인봉은 한 번 밟았으니 자부심이 생긴다.
맨 우측 1275봉
신선대에서 보던 범봉의 뾰족한 모습과 달리 1275봉 오르며 보니 거대한 꼬리는 한없이 길게 늘어뜨렸다.
왼쪽 바위가 노인봉
1275봉 오르는 길
어느 젊은 여성이 일행과 함께 내려가며 너무 멋지다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고민한다.
내가
"다음 주도 있고, 그 다음 주도 있다.
다음 달도 있고 그 다음 달도 있다.
내년도 있고 후년에도 올 수 있다." 고 하니 일행이 웃으며 아무래도 연례행사로 와야겠단다.
산행을 결심하고 현관문만 나서면 절반은 성공인 데,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무척이나 힘들다.
가능하면 설악산도 포스팅 하나로 끝내려고 했으나 시간이 충분해 여기저기 사진 찍다 보니 양이 많아졌다.
버리고 버리기를 반복해도 130장이나 되니 결국 두 편으로 나눠 올린다.
낮에 이천호국원에 계신 부모님 뵙고 온다고 시간이 늦어 전편만 올리고 나머진 준비 후 올린다.
후편엔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한 번도 보지 못한 솜다리(에델바이스) 꽃이 게재된다.
2탄 "설악의 봄 공룡능선에서 만난 솜다리" ☞ http://blog.daum.net/honbul-/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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