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공릉천 수변공원 봄맞이 풍경
도통 꿈적거리는 걸 싫어하기에 회사에선 점심 먹은 후 늘 사무실에 앉아 있다.
종일 인터넷과 씨름하는 게 일이라 점심시간도 마찬가지지만 가끔은 졸기도 한다.
평생을 이러고 왔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난주 중반부터 동네 산책을 시작했다.
동네라야 상가 마지막 한 귀퉁이에 사무실이 있고 조금 나가면 공릉천 수변공원이다.
건널목만 건너 공릉천으로 나가면 완전히 딴 세상이다.
공릉천은 송추계곡에서 시작되어 잠깐 서울외곽순환도로와 통일로 주변을 함께 흐르다가 한강으로 빠진다.
도봉산과 노고산, 계명산에서 발원한 물이 모이고 작은 계류가 더해져 흐르게 된다.
한강과 만난 후 15km만 더 나가면 강화도 경계에 이르러 서해와 만나게 되니 짧은 여정이다.
점심시간을 빠르게 온전히 다 걸어야 겨우 5km에 남짓하니 한껏 걷는다고 해봐야 동네 어귀 공릉천이다.
요 며칠 동안 이리저리 발길을 옮겨봐야 눈에 보이는 건 뻔하다.
차량 매연 많은 마을을 걷느니 공릉천만 나가도 제법 공기가 맑아 한 시간 남짓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아침 출근할 때까지 비가 내린 뒤라 미세먼지가 없어 하늘은 맑고 푸르다.
공원엔 자전거길을 잘 만들었으나 걷기가 불편해 뚝방으로 올라가 흙길을 밟는다.
능수버들에 가지가 길게 늘어졌으나 아직 새싹이 돋지 않았다.
풀잎과 능수버들에 새순이 돋고 온 천지가 연초록 봄빛이 돌면 이 수변공원도 참 예쁘겠단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밖으로 나오면 계절이 바뀌는 걸 눈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폰 사진도 기술이 점점 좋아 DSLR 사진 못지않다. 맑은 날씨가 한몫했다.
저 다리는 교하와 운정에서 오른쪽 금촌으로 들어가는 다리다.
멀리 오른쪽에 월롱산도 보이고 그 뒤로 한참을 더 가면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오두산 전망대도 있다.
파주는 북한과 맞닿는 서해 최전방이라 통일만 되면 대박 나는 동네다.
남북경협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는 자유로를 통해 개성공단으로 오가는 화물차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명박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한 이후 헤이리마을이나 통일동산으로 오가는 나들이 차량이 대부분이다.
개성공단만 활발하게 돌아가도 남북의 긴장이 완화된 느낌이라 긴장도가 떨어지는 데
요즘은 핵실험이니 뭐니 해가며 한동안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했다.
다행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화해의 물꼬가 트이는 시기라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길 기대해 본다.
1996년 파주로 발령받고 헤이리마을에 들릴 일이 있었는데, 자유로 건너 북한에서 대남 확성기로 내보내는 방송을 듣고 기겁을 했다.
북한에서 총만 쏴도 맞아 죽을 거 같은 지척에 북한이 있다는 게 여간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니다.
처음엔 파주에 잘못 왔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김대중대통령 시절에 상호 비방 방송을 하지 않기로 한 이후 확성기 소음은 사라졌다.
이후 박근혜정부 때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했다는 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보수들이 긴장을 유도하고 있으니 이런 꼴통 보수들에게 철책근무를 시키는 게 가장 합리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오직 평화와 남북관계 증진을 원한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지만, 파주처럼 새가 많은 지역도 흔치 않다.
아침에 출근할 때 가끔은 수 천 마리의 새들이 하늘로 군무를 이루며 이리저리 이동하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선두 대장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본다면 감탄이 나온다.
서해의 갯벌과 파주 지역의 넓은 들판에 산재한 농지에 제법 먹이가 많아서일까?
이 공릉천에도 한가로이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가 제법 많다.
이 나무 하나를 살리기 위해 석축을 쌓았으니 자연보호라고 할까?
나무 뒤로 배수펌프를 설치한 건물이 보인다.
1997년 여름 파주를 중심으로 의정부, 고양엔 물폭탄이 떨어져 금촌과 문산엔 홍수 피해가 심각했다.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쇄도하며 수재민을 도울 정도로 피해를 본 이후 곳곳에 배수펌프가 설치됐다.
파주는 이후 아무리 많은 비가 와도 완벽하게 홍수 조절을 잘하는 대표적인 도시가 됐다.
이번엔 한전 파주전력지사 변전소에서 나온 전신주다.
파주전력지사
전기가 이 건물을 통과하며 승압을 거치는 곳인가?
맑은물체육공원엔 테니스장, 축구장, 풋살장, 농구장, 족구장, 게이트볼장 등이 설치되어 있다.
마을과 멀리 떨어져 조용하다.
맑은물 관리소
맑은물 관리소
운정환경관리센터로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선 모양이다.
옆에는 코오롱스포렉스 파주운정점도 함께 있다.
수변공원을 가로지르는 돌다리
긴 돌은 길이가 2m가 넘고 너비는 약 60~70cm 정도라 아무리 비가 와도 끄떡도 없겠다.
공릉천은 너무 완만하게 흘러 아래쪽 어딘지 모르지만 보를 막아 물을 가둔 게 깊지도 않은 데 한참 위에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곳은 해발 14m에 불과하니 서해바다와 비교해도 아파트 4층 높이 밖에 차이가 안 나는 셈이다.
물가에 들어선 나무에도 새순이 돋고 그늘이 지면 물고기 놀이터로 좋겠다.
수변공원엔 이런 잔디밭이나 게이트볼장, 간단한 체육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전공선양비
한국전쟁 당시 해병 제1상륙사단이 서부전선을 수호한 공적을 길이 보존하고
조국의 수호신으로 승천한 해병혼 776명의 명복과 그 위업을 기리기 위한 선양비
앞 뒤가 똑같은 비문과 모양이다.
이 사진은 며칠 동안 찍은 것이다.
아직 다 돌아보지 않았으니 시간을 두고 좀 더 멀리까지 나가봐야 겠다.
남은 1년간 계절의 변화를 네댓 번에 걸쳐 살펴볼 예정이다.
2018년 3월 2일~6일